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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May 16. 2020

26 뇌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세 번째 이야기

기억하기 1

기억력은 노력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이는 미국 암기 대회의 우승자가 TED에서 직접 한 말이다. 우승자인 조슈아 포얼은 과학기자였다. 어느 날 암기대회 우승자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그도 참가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우승까지 이르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뛰어난 기억력은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기억력을 향상하기 위해 뇌의 특성을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카페에서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떨었는데 헤어진 후 대화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대화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중은 기억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이다.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점은 집중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이제 이러한 마음가짐이 준비되었다면, 기억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줄 뇌 사용법을 살펴보자.


뇌는 특정 패턴으로 파악하고 분류하려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들을 하나하나 따지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을 특정 기준이나 패턴으로 나눈다면 일일이 따져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면 뇌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고, 판단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이러한 패턴화나 분류화는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뇌의 발달과 함께 해왔다. 실제 뇌에는 분류에 관여하는 뇌세포들이 있다. 이러한 뇌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기억력이 향상할 수 있다.


양파, 돼지고기, 사과주스, 시리얼, 샴푸, 달걀, 배추, 파, 마늘, 우유, 비누, 방향제, 포스트잇을 사러 마트에 간다고 상상해보자. 이를 무작위로 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 요리해 먹을 것(돼지고기, 양파, 배추, 파, 마늘), 나중에 두고 먹을 것(시리얼, 우유, 달걀, 사과주스), 먹지 못하는 것(샴푸, 비누, 방향제, 포스트잇)으로 분류하면 잊은 물건을 사러 마트에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


분류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언제 먹을지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고, 사용 용도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저런 분류법을 연습하다 보면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덤으로 예전의 총명함을 되찾은 기쁨도 만끽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워런 버핏의 일화는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기억에 잘 남는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두서없이 설명하는 내용보다 뇌에 더욱 잘 각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워야 할 것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서로 연결시킨다면 기억하기에 수월하다. 이때 이야기 속의 연결이 더 재미있고, 더 이상하고, 더 기이하면 기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타당해 보인다. 산속을 혼자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에는 집중하지 않지만,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는 귀를 쫑긋 기울이게 된다. 이는 뇌가 익숙한 패턴이 아니라, 전에 보지 못했던 특별한 패턴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듣는 전화벨 소리보다 처음 듣는 트로트 전화벨 소리가 더 잘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각적 암기법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뇌는 볼 수 없는 추상적 단어보다는 명확히 눈으로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더 좋아한다. 뇌는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이미지를 선호한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하면 이상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면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실제 미국 암기대회 챔피언이 이용하는 암기법이다.


앞의 ‘집중’ 편의 내용을 TED에 나가서 이야기한다고 상상해보자.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는 백지가 될 수 있다. 이때 시각적 이야기를 이용해 암기하면 발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집중 편의 내용은 대략 ‘워런 버핏과 스티브의 일화 → 뇌의 효율(12와트) →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의 예 → 뇌의 특성(토끼)’ 순으로 구성된다. 이야기는 실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할수록 기억하기가 쉽다.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이렇게 만들어 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감각 기관을 동원하여 상상하며 읽어보자.

 

내 오른쪽에는 워런 버핏, 왼쪽에는 스티브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크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간다. (워런 버핏과 스티브의 일화) 현관을 지나자마자 맞은편 흰 벽에 걸린 괘종시계가 보인다. 마침 시계는 ‘댕댕댕~’ 12번 울리면서 12시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뇌의 효율). 거실로 들어가니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가 소파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내가 12시 전에 들어왔기에 상으로 갓 요리한 토끼 고기를 주었고, 이를 다 같이 맛있게 먹는다. (뇌의 특성)


줄거리 수준은 초등학생보다 못하지만, 어쨌든 TED 발표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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