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기
나는 수년간 강의를 했지만, 지금도 첫 강의 시간만큼은 긴장이 된다.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처럼 남들 앞에 서는 것을 그다지 편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다. 발표를 하려고 하면,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난다. ‘잘할 수 있을까?’ ‘반응이 시큰둥하진 않을까?’ ‘발표를 못하면 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이상해 보이진 않을까?’ 등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뛰논다.
여기서 한 가지 공통점이 어렴풋이 보인다. 사실 우리가 하는 걱정들의 대부분은 ‘남들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이다. 다행히 소심한 우리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길로비치와 연구팀은 한 실험에서 매우 눈에 띄는 특이한 옷을 입은 실험대상자를 특정 사람들 무리에 참여시켰다. 이후에 그 사람들에게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을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특이한 옷을 입은 사람은 그 무리 중 46퍼센트가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를 기억한 사람들은 단지 21퍼센트였다.
타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틀리거나 실수를 해도, 잠깐 동안 ‘저거 이상하네?’하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걸 계속 기억하면서 발표자를 볼 때마다 ‘전에 발표한 멍청이군!’하고 생각하지는 않는단 얘기다. 물론 드물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으로 돌리면 된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으로 발표 공포증을 잠재울 수는 없다. 여기에 몇 가지 더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있다. 하나는 ‘상상 연습’이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머릿속으로 발표하는 상상을 하던 실제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던 뇌는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상상의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차 안에서, 또는 샤워를 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그런 멋진 모습으로 발표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상상한다면 발표 공포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과 최대한 비슷하게 상상해야 한다. 청중 앞에 자신감 있게 서 있는 멋진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손짓 몸짓을 하며 연습해야 한다. 최대한 실제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 기관을 동원해야 한다. 시선을 응시하고, 마이크의 촉감을 인지하며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감각 자극이 많을수록 뇌는 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막상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 있다. 이 순간에는 뇌의 불안 심리를 잠재워야 한다. 전두엽이 편도체를 억제하지 못하면서, 심장은 꿍꽝거리고 목과 손은 경직되고 땀이 난다. 이 때는 뇌에게 다른 과제를 주어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다. 화가 나거나 감정이 폭발하려는 순간에도 이 전략은 매우 유용하다.
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천장 전등의 수를 셀 수 있다.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도 있다. 들여 마시는 숨과 내쉬는 숨에 집중한다. ‘내가 지금 숨을 들이마시고 있구나’ ‘내가 지금 숨을 내쉬고 있구나’하며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발표 상황보다는 발표 내용에 집중해도 좋다. 내가 발표할 내용들과 목차를 떠올리며 뇌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그러면 뇌 안을 가득 차지하던 불안한 생각들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낼 수 있다. 물론 한 번의 시도로 원하는 대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 노력한다면 신경가소성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결국 원하는 목표를 이루도록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