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5, 안녕 2026
그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글을 잘 쓰지 않았다. 어느정도 지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일상이 루틴화 되기도 했고, 좀 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지냈던 것 같다. 사실 하우스메이트가 집을 비운 사이 넷플릭스로 시간을 보내다가 잠든 적도 많다. 그래도 오늘은 무엇보다 많은 새로운 일들이 있었던, 어찌보면 하나의 터닝 포인트인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니까 몇자 적어본다.
오늘은 휴가이기도 하고, 집에서만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아 그동안 못가본 Hampstead Heath, Paliament Hill에 다녀왔다. 혼자 공원에 가서 바람도 쐬고, 올해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마침 춥지만 하늘도 파랗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평소보다 느긋하게 깨서 아침을 먹고 씻고 나가려는데!! 무려 따뜻한 물이 안 나왔다. 피크시간을 제외하는 멤버쉽이라 11시가 되기 전, 급하게 gym에 샤워하러 다녀왔다. 평소에 가까워서 gym에서 샤워해본 적 없는데 안 해보던 것 해보기 너무 좋아!ㅎㅎㅎ 조금 불편한 구조이고, 온도 조절도 안 되지만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단말인가!! 무튼 보일러 이슈가 아직도 있긴한데 어찌저찌 수압을 높여서 따뜻한 물은 나오나 히터를 켜면 수압이 너무 높아지는 현상으로 히터는 당분간 사용이 불가해졌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지뭐!ㅎㅎㅎ 다음주에 BritishGas에서 온다니까 비록 1도 안팎의 날씨지만 뭐 몇일은 괜찮지 않을까? 나에겐 전기담요와 (뜨거운 물은 나오지만) gym이 있으니까 괜찮을거야!! 뜨신 물도 안나오면 이 와중에 맨날 미뤄서 안 가던 gym도 가고 얼마나 좋아~~
이런 저런 이슈로 조금 생각한 것 보다 늦어졌으나 도착한 햄스테드히스는 너무 좋았다. 버스 내리자마자 있는 B베이글에서 좋아하는 크림치즈베이글과 커피를 사들고 산책에 나섰다. 동네도 너무 예쁘고, 강아지랑 산책하는 가족, 연인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진흙에서 뒹구는 강아지들이 매우 행복해보였다.
벤치에 앉아서 오늘 하루 생각나는 것들을 글로 적으며 베이글을 먹었다. 생각보다 가까운데 왜 그간 안 왔을까 좀 더 자주와서 생각도 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올해는 어땠는지, 작년 이맘때는 내가 뭘 했었는지,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 등등을 생각해봤고, 그냥 노트에 적어내려갔다. 한해의 마지막날에는 집에서 혹은 카페에 혼자 가서 일년을 되돌아보고 내년을 어떨지 적어보곤 하는데, 다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어디다 적어놨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적어보는 것, 생각해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돌아와서 보일러 고치기를 더 시도해보고, 떡국 만들어 먹고 싶어서 장보러 다녀왔다. 내일 새해라 문 닫아서 Reduced 스티커가 많이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 그래도 오늘따라 하늘도 맑고 해질녘 하늘이 너무 예쁘다. 새해라고 떡국 만들어 봤는데 dark soy 넣었더니 간장국이 되었다. 굉장히 아직 실험적 단계의 요리실력이지만 한국이었으면 안 했을 요리도 하고 재밌다!
젬마랑 젬마 가족들과 보낸 크리스마스도 너무 재밌었지만 이렇게 혼자 여유롭게 보내는 한 해 마무리도 너무 좋다. 크리스마스때 거의 셧다운 수준으로 다 문닫는데 젬마랑 함께 보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많이 먹고, 많이 웃었던 2025년 연말이다.
아마도 해외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엄청 어렸을 때 부터다. 그동안 왜 못했을까? 어떻게 보면 미뤄왔던 것이고, 핑계를 대자면 마음속으로 준비가 안 되어 그동안 해외로 가지 못했었다. 올해는 지금이 아니면 지금까지 못했던 것처럼 평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런던으로 오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직준비, 회사일, 비자준비, 해외에 진짜 나갈건지 고민(가장 큼) 으로 시간을 보냈고, 하반기에는 런던에서 생활을 시작하기, 새로운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기, 이직준비, 해외취업성공으로 해외에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안정적이지 않은 선택을 고민하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뭘까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어떤게 나에게 큰 요소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꽤 많은 부분은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해야할 일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에 크면 클수록 해야할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건 사실이다. 난 무엇보다 현실적이니까. 그 경계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게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퇴사를 하면서 커리어 전환을 해봤기 때문일거고, 최고는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나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치고, 결국 울어가며 선택을 하게 되는게 나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 말라해도 하고 싶으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야지 뭐! 어차피 내 인생인데.
한 해가 지날수록 내 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은 조금씩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크기는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다. 이럴때 새로운 것을 갖고 싶다면 그 공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즉, 잡고 있던 무언가를 놓아줘야 그 공간이 생긴다. 무엇일지 모르는 미지의 것을 위해 무언가를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택하지 않는 것 조차 선택이다. 해외 생활을 고민하면서 나의 옵션 중 하나는 대학원진학이었다. 그래서 제작년에는 토플공부도 하며 약간의 준비를 하였으나 대학원보단 안 되더라도 해외취업을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다.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할 때, 나중에 나를 돌아보며 그 선택에 대한 미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의 나의 기준이다. 말로만 그럴걸, 할걸 하며 미련을 가지는 것보다 실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더 어릴때 워홀을 가볼 걸이라고 많이 생각했지만, 나는 그 때의 나로 돌아가더라도 못했을 걸 안다. 그땐 내가 감당할만한 그릇이 안 되었으니까 또 겁먹어서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 대해 미련은 없다. 결국 지금 왔으니까! 아쉬움은 있지만 뭐 다들 빠르게 갈 수는 없잖아요? 나는 이렇게 사는 걸 어쩌겠어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고마워 나이 더 늘려줘서! 미련만 가득하게 남을 뻔 했던 나에게 다시 한 번 선택할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늦게 온 만큼 경험하는 것들도 다를 테니까. 아마 해외의 경험보다 그때의 나는 한국에서의 지낸 날들의 경험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해외에 갔다면 한국에서의 경험은 또 없었을 테니까.
30대는 나이빼고 다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헤헤 나이는 들고 싶지 않아도 한 살 한 살 많아지는 건 막을 수 없는데 어쩌겠어. 항상 돌아보는 글은 이렇게 랜덤한 생각들이다. 후후 하지만 좋다. 회사나 학교 레포트 쓰는 게 아니니까! 히히히
올해를 포함한 몇년을 돌아보면 그 동안은 해야할 것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내년에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사실 여기서 스몰톡이 항상 고민인데, 스몰톡 겁쟁이에서 벗어나자!! 아직 불편하지만 익숙해지겠지. 넷플릭스 보는 것도 영어미디어만 보니까 해외 스몰톡에 도움이 되는거라고 합리화해본다. 무튼 더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202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벌써 폭죽소리가 들리는데 이따가 자정쯤에 맞춰 Ally Pally에 가봐야지! 모두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