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누군가의 "괜찮다~ 에이 괜찮아 괜찮아~"
한 마디에 용기(?)를 얻어
진짜 괜찮은 줄 알고 그 행동들 마구 했던 날이요.
산후조리, 육아 초보 시절에
그 말에 가장 많이 기대어 원 없이 야식과 술, 간식을 즐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괜찮아. 야 술이 위로지.
술 한잔 안 마시면서 육아를 어떻게 하냐?"
"어차피 금방 안 끝나는 육아야.
그냥 먹어! 그동안 너무 절제하며 살았잖냐!"
그래서 아이를 재우고 편하게 먹는다는 거짓말로 먹고 마시는 날들을 이어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웃어넘길 그런 말들인데
그 말이 그렇게나 고맙고, 합리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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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 방학이라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부지런하지 못한 날을 보내고 있거든요.
아이가 독감에 걸렸어요. (하...)
이제 끝물인 것 같네요.
저도 혹여나 걸렸을까 코 찌르고, 약 먹고.
엄마가 되면 조금 더 건강해진다는 느낌은..
과연 과학적으로 맞는 것인지
그냥 느낌인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체형변화로 오는 후덕함? 면역력상승? 정신력?
제 개인적으로는 정신력 승리인 것 같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고 있으니
정신적인 자유로움이 가져다주는
'디-스트레스' 효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새해라 다이어트 결심을 많이들 해서 그런지
자꾸 제 알고리즘에 '다이어트'관련 콘텐츠가 자주 떠요.
오늘은 침대에 누워서 밍기적거리며
인스타그램을 열었는데,
"제발 드세요!!! 잘 먹어야 빠집니다" 식의
광고 멘트로 시작하는 릴스 스타일의 영상이 하나 뜨더라고요.
(요즘 릴스가 대세가 맞긴 하네요)
그냥 봤어요. 무슨 말을 하시는지 궁금해서...
맞지요. '잘 먹어야 잘 빠진다'는 거요.
그렇게 해서 빼신 멤버들도 (특히 50대) 많이 계세요.
근데 이게 매우 조심스러운 게...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이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독이 될 수 있거든요.
어느 정도 건강한 식생활이 자리 잡혔거나
'아? 이렇게 먹다가는 안 되겠는데..?' 하는 느낌이 정신 차리는 행동으로 까지 이어간다면 괜찮아요.
'이건 건강한 음식이니까', '이건 다이어트 식단이니까'하며 잘 먹죠.
여기까지는 좋아요. 이렇게 잘 먹어도 살이 빠지니까요.
앞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이가
어떤 상황인지가 중요하다고 했어요.
오랜 시간 폭식과 절식을 반복했다면,
폭식의 원인이 어느 한 시절의 경험의 누적에서 시작했다면,
음식으로 도망치는 편안함을 오랫동안 누려왔다면,
다이어트 성공 경험이 있어서 언제든 나는 다시 뺄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다면,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 잘 드시다가
높은 확률로 꾸준히 해 나가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게 됩니다.
휘둘리지 마세요.
50명이 같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합니다.
10명 정도는 시작하자마자 체중감량이 잘 됩니다.
'나머지 40명은 이게 정답이 맞는데 나는 안되네..' 하며 좌절하지요.
그 10명은 이제 누가 말려도, 심지어 거꾸로 매달아 두어도 절제하며 잘 지켜갑니다.
성과가 나니 재미있거든요.
이들은 '잘 먹어도 잘 빠지는'기존의 습관이나 성향, 안정적인 감정, 스트레스를 마주하는 태도를 이미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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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찾아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꽃보다 누나>입니다.
좋아하는 여배우들은 몽땅 볼 수 있어서 좋아해요.
이승기의 고충 중 하나 "여배우들은 적게 먹어요"
샐러드와 수프도 1인분에 들어가고,
음식이 적어도 그냥 같이 나눠먹으면 된다는 마인드.
여배우 스타일은 굉장히 오랜 시간
절제하고 적게 먹는 것이 인이 박힐 만큼만큼 연습했을 거예요.
어렵지 않죠. 음식 앞에서 적게 먹고, 덜 먹고,
이를 지속해 가는 거요.
굳이 환경 설정, 마인드, 방법이 필요 없는 이들.
반면 신동엽 같은 사람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랑 비슷한 것 같거든요. 후훗^^
저도 애주가, 맛있는 음식 먹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술밥 앞에서 모두가 두 손 들고 막 퍼먹는데
그걸 한 숟가락만 먹고 '참는다'
이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개취^^ ㅋㅋ)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한 루틴 프로그램을 만든 거고요.
우리의 즐거움을 앗아가지 말자. 그런 뉘앙스...
기존에 없던 다이어트 루틴 프로그램일 겁니다.
그만큼 재밌게 준비했고, 자신 있다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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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간의 알고 있던 방법들 다 날려버리고
제로에서 시작한다 생각하고 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한 달 위 나의 몸이 블링블링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쩌면 어떠한 성과가 없을 수 있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거야.
이런 식의 방법이요.
기대조차 희망고문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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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감은 아니지만, 감기로 약을 먹다 보니
입이 써요....
음식도 하기 힘들고,
아이는 먹어야 하고,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남편의 최고로 좋아하는 족발을 시켰어요.
한 점도 입에 안 들어가네요. 아직까지는..
저절로 덜 먹는 환경이 돼버렸군요. ㅎㅎ
뭐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요.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