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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May 03. 2023

나를 향한 덕후력. 50대 고혈압. 3주 간 -3kg

50대의 다이어트.



살면서 열심히 무언가에 집중해 본 것이 있나요? 오직 나의 순수한 의지만으로요.



다섯 살 된 딸아이는 놀이터에 가면 틈만 나면 비닐봉지에 온갖 것을 담아와요. 돌, 낙엽, 꽃, 나뭇가지, 모래…아이에게 이런 수집은 호기심에 의한 수집 본능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어릴 때 옆 동에 살던 언니 집에 놀러 가서 본 우표 수집 앨범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오로지 내 호기심과 의지로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 그 어린 나이에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른이 되고 난 후 저는 기록에 집중해왔던 것 같아요. ‘난 이제부터 기록을 하겠다’며 굳은 결심을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땐 ‘기록’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의 하나였거든요.


https://m.blog.naver.com/hey_april/222067717485



어떤 목적이나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도 뭐 그렇게 열심히 기록을 해 왔나 생각해 보면…‘간절한 본능’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참 잘했어요’ 도장 같은 것이기도 하고, 언제 끝이 날 지 모르는 산후 우울증의 해소 통로이기도 했고, 내 이야기를 책으로 꼭 쓰고 싶다는 오랜 간절함이기도 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향해 집중을 하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 마음을 얻은 그 대상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대상이 어떤 브랜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여행을 가면 도시 이름이 적힌 스타벅스 머그컵 또는 에스프레소 컵을 사 와서 모으고 있어요. 한때는 몰스킨 시티 노트를 수집하고 기록했던 적도 있었네요. ^^



대상이 이런 물성이기도 하지만, 사람이기도 합니다. 흔히 ‘덕후력’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저는 한동안 나 자신에 대한 덕후력이 어마했던 것 같네요.



체중을 감량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새로운 걸 배우러 다니고, 무언가를 자꾸 만들어내려고 하고…



요즘은 이렇게 한때의 저처럼 자신에 대한 덕후력에 빠진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진다 코칭 덕분에 많아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나 자신을 애정 하는 데서 시작하는 덕후의 시간.

매일 비슷한 시간에 내 몸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 보고, 어떤 걸 먹었는지 기록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적어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 어떻게 변화해갈지 생각해 보고 작은 시도를 해보는 시간.



이런 것도 덕후력이 아닐까요. 굳이 유명인 000을 좋아하고, 따라 해보고, 찾아보는 것 말고도 나를 향한 덕후력을 부려보는 것도 살면서 꽤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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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쭉 다진다 코칭을 해오는 50대 중반의 여성분이 계십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기억에 남는 대화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나 자신의 기특함’입니다.






이 분은 고혈압 약을 오래전부터 드셔오다가 약으로도 혈압이 잡히지 않아 용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왔다고 하셨어요. 공복에 느끼는 꼬르륵 소리가 불안하지 않고, 평소보다 조금 더 먹은 날에는 어딘가 불편하다는 몸의 사인을 알아주고, 조금 더 먹은 날에는 조금 더 움직이기 위해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기쁨.



그러다보니 3주만에 3kg이 자연스레 감량이 되었고, 혈압약을 드셔도 잡히지않던 혈압이 정상으로 떨어지는 놀라운 결과도 찾아오는 행복.




나에 대한 덕후력은 어느 때고 찾아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에 찾아오는 분도 있고, 평생 그런 분도 있을 거고요, 이 분처럼 50대 중반이 되어 찾아오는 분도 계시겠지요.



내 건강을 해치고 나를 따라다니며 신경 쓰이게 했던 ‘골칫덩어리(=나쁜 습관)’를 단순히 ‘밉다, 짜증 난다’ 고 보지 말고 어떻게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나의 뇌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이 분처럼 ‘정말 기특하다 나 자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도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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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제가 코칭을 통해 하는 가장 큰 역할을 이런 거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물어봐 주는 거요.  함께 답을 찾아가고, 때론 일침도 가하고, 이게 아니면 또 저렇게도 해보면서 여유를 가지되 작은 변화나 성공이 바로 보일 수 있는 답을 찾아주는 것. 쓰고 보니…어렵네요 사실 진땀 나는 일이기도 한데요, 저는 저의 경험과 그 경험을 기록해왔던 시간이 있기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떤 분은 ‘감량 짬빠’ 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제가 요즘은 습관이나 건강, 다이어트와는 조금 다른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진짜 좋아서, 기록하고 싶어서 쓰는 일지 같은 거네요. 온라인에서 찬찬히 기록되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들. 이것도 나에대한 덕후에서 시작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비록 별거 아닌 것 같은 기록이지만 단단하고 꾸준하게 밑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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