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는 무위의 도달을 위한 시작으로 나의 행위인 가구 제작을 반복과 집중하기를 이야기했었다. 이번글에서는 다음 단계를 적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을 반복과 집중할 것인가?
이 부분에 있어서 꽤 오랜 고민을 했었다. 단색화처럼 입체 작품에서도 반복적인 기법을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재료 위에 긁고, 붙이고, 잘라내고, 선을 남기는 노동집약적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렇게 나만의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다. 나의 재료는 목재, 그 중에서도 하드우드 원목이다. 목재와 관련된 목공에서 사용되는 수공구인 대패, 끌 등을 이용한 기법들과 구조적으로 단단한 결합을 만들어내는 짜임 기법 등, 고민을 계속했다.
왼쪽) 이지안 / 오른쪽) 황삼용 작가
하지만 내 마음에 드는 표현 방식을 찾지 못했을뿐더러 무위의 도달이라는 주제 표현에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나만의 기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님의 절, 어부의 고기잡이, 매일 같이 출근하는 회사원처럼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행하며 누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행위를 가구 제작으로 정했기 때문에 내가 반복해야 할 표현 또한 <가구 제작>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가구를 반복해서 만들기로 결정했다.
가구 중에 가구, 의자
테이블, 서랍, 조명 등 여러 종류의 가구가 우리 주변에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구를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의자다. 사람의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안전해야 하고, 단단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 또한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아야 하고, 사람과 닿는 부분의 마감 또한 중요하다. 사용 목적에 따라 등받이, 좌판 등의 치수가 달라지게 된다. 잠깐 떠올려봐도 이렇게 생각할게 많은 가구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가구 디자인을 주로 하지 않더라도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아이코닉한 의자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를 반복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을 때 당연히 의자를 떠올렸었다.
아이웨이웨이가 중국의 목수들과 만들어낸 1000개의 의자들, 웅장하다.
올해 나는 몇 개의 의자를 만들 수 있을까?라며 기대와 걱정을 같이 하고는 한다. 다음 글에서는 어떤 의자를 만들지에 대해 적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