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내 삶을 외주 주지 않기로 했다.
작년과 올해, 매주 월요일 저녁 직장인 60명과의 모임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 한 명씩 돌아가면서 1시간 동안의 발표를 한다. 취미를 소개하는 분도 계시고, 커리어 전환이나 자기 삶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주제는 자유롭다.
어제 발표자는 영상 제작자에서 요가 강사로 삶의 방향을 바꾸신 분이었다. 그분의 첫마디는 정말 강렬했다.
저는 직장만을 위한 시계에
제 삶을 가둬두고 싶지 않아서 퇴사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책 한 권을 꺼내셨다. 바로 <인생 따위 엿이나 줘버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고 하셨다. 책 제목은 조금 과격했지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질문을 하셨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인데,
결국엔 전부 직장을 위해 쓰고 있지 않나요?
하루를 24시간이라고 하면,
우리는 8시간은 직장의 업무를 하는 일에 쓰고,
8시간을 직장을 가기 위해 잠을 자고.
남은 8시간은 일을 하기 위해 먹고, 출근하기 위해 씻고, 이동한다.
심지어 약속을 잡을 때도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라는 전제를 깔고 시간을 정한다.
우리의 하루가 '나'를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직장'을 중심으로 짜여 있지 않냐는 이 질문에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당신의 하루는 누구를 중심으로 짜여 있나요?
나인가요, 아니면 직장인가요?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저 질문을 듣고 되돌아보니 사실 나는 회사에 최적화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는 물론 중요하다.
나를 성장시키고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반이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위한 하루가 아니라 '회사용 인간'이 되어 있었다. 기능만 남고, 감정은 조율하며, 내 시간은 자꾸만 미뤄두는 삶. 삶의 우선순위가 내가 아닌 조직의 흐름에 맞춰져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모임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베러윤, 너는 지금 누구의 시간을 살고 있니?
직장 때문에 움직이고, 먹고, 자는 삶. 그 구조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그 구조 안에서도 '나'로 사는 법을 더 고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회사의 일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기회로 바라보고, 지금의 '사회'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공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회사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나서 남은 에너지로 겨우 '나'를 돌보는 게 아니라, 먼저 '나를 위한 시간'에 불을 밝히고, 그다음에 직장의 시간을 감당하는 것. 그게 더 건강한 순서가 아닐까?
일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일을 활용하고, 시간을 분배하는 것.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조금씩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하루를 '직장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하루'로 다시 설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