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다 취업했는데,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다 결혼을 했는데,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다 집이 있는데, 왜 나는?
나는 늘 조금 느린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통교육이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인생이 다 고만고만하니까. 대학교 때는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에 빠졌었다. 그래서 남들이 다 한다는 인턴도 늦게 시작했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뒤늦은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해외에 가보니 대부분 다 동생들이었다. 내가 거의 왕언니 뻘이었다. 그 뒤로 좋은 기회가 생겨 가게 된 대학원까지 마치고 나니 스물아홉. 그제야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젊은 나이인데, 왜 그때는 내가 다 느리게 느껴졌는지, 주변을 돌아보니, 내 친구들은 다 자리 잡고 있었다. 나만 취업을 못한 것 같아 뒤처진 것만 같았다.
결혼도 그렇다.
사실 나는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어릴 때부터 ‘35살이면 하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막상 35살이 되어 주변을 돌아보니 나 빼고 다른 친구들은 이미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또다시 나만 혼자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난 미혼이다.) 그럴 때면 문득 나 자신에게 또 묻는다.
그런데 40이 되고 나니, 또 다른 질문이 하나 더해졌다. 주변을 되돌아보니 제2의 인생을 준비한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창업을 했거나, 월급 외 또 다른 수입을 준비해 놓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아니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사람들.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자책했다.
분명 죽을 만큼 매 순간 노력하며 살아온 건 아니지만, 내 인생에 난 늘 부지런했고, 진심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느림보 거북이와 같은 느낌을 받다니.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그랬다. 무언가를 빨리 해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뒤처졌던 건 아니지만 그냥 느릿느릿, 내 속도로 살아온 사람. 그래서 가끔은 그런 내 속도가 답답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는 불안도 자주 찾아왔다.
누군가의 결혼소식이 들려오고나, 누군가 안정된 자리를 잡았다고 보일 때, 누군가는 집을 사거나 돈을 벌었다고 할 때, 그럴 때면 괜찮았던 마음이 흔들리고 괜히 내가 뒤처진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평소엔 잘 견딘 것 같은데, 문득문득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는 마음이 무너지는 날들이 많았다.
어릴 때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주어지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란 건 내가 열심히 애썼는데도 결과가 안 나올 때가 많고, 또 반대로 별 노력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흘러온 일들도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내 삶을 돌아보면 그 느린 걸음이 나에겐 딱 맞는 속도였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인생의 최고의 타이밍에 나에게 맞는 최고의 자리가 주어졌달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그리고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릴 때, 나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도 했고, 내게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때론 애썼다. 지금의 일들은 사실은 모두 내가 선택해 온 결과물들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인정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조금 느린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내가 도착한 시간도, 그 자리도, 나에겐 가장 적당한 때였다는 걸.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걸어본다.
나에게 맞는 속도로.
조금 느려도.
내 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