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展〉
글 쓰는 사람들은 매일 어디서 소재를 가지고 오는 걸까?
매일 글을 쓴 지 100일이 되어 간다. 브런치 스토리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블로그도 90일을 넘어가고 있고, 스레드는 1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글을 쓰면서 자주 드는 고민은 바로 '무엇을 쓸까'였다. 처음엔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재가 고갈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뜻밖의 곳에서 발견했다.
바로 〈앤서니 브라운 展〉에서였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아이들의 동화책에서 자주 보던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 조카에게 동화책을 선물해 주면서 처음 접했던 작가였고, 예전 어린이 콘텐츠를 기획하던 시절에 유독 오래 바라보게 되었던 그림들이었다. 그의 세계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라니, 전시 소식을 듣자마자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했다.
사실 처음에 전시전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많아서 성인인 내가 여기 와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보는 내내 내가 아이들보다 더 신나서 뛰어다니면서 본 것 같다.
처음 들어가면, 앤서니 브라운이 말한 한 문장이 적혀있다.
나는 아이디어를 지금, 이곳, 나의 일상 속에서 얻는다
- 앤서니 브라운
이 문장을 본 순간 마음속에서 '똑'소리가 났다.
어쩌면 내가 애타게 찾고 있던 답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소파에 앉은 가족, 산책하는 사람, 식사하는 장면, 거울 앞에 선 아이. 모두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에 작가는 상상이라는 필터를 한 겹 더 씌운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은 단숨에 엉뚱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변했다.
그림 속에서 고릴라는 사람의 옷을 입고 어깨를 펴고 서 있고, 산책길은 숲 속 모험의 입구가 되기도 했다.
여러 그림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창의력은 특별한 사람만의 능력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 낯선 시선을 얹는 연습일지도 모른다는 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한 장의 그림이 아니라 '한 편의 짧은 이야기'였고, '한 줄의 통찰'이기도 했다.
전시 마지막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릴라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존재. 무표정 속에 온기와 유머가 함께 있는 고릴라.
전시장을 나오며 되뇌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도, 책상 위에 놓은 머그잔도, 출근길에 본 구름 한 조각도, 사실은 모두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시작점일지 모른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시작은 언제나 지금, 이곳, 나의 일상 속에서부터 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를 살고, 그 안에서 쓸 이야기를 천천히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