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모닝페이지에서 만나는 ‘나’
쓸 말이 없다. 쓸 말이 없다.
처음 모닝페이지라는 것을 추천받아 쓰기 시작했을 때, 노트에 적었던 말들이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었던 친구는 쓸 말이 많다던데 나는 왜 이렇게 쓸 말이 없는지, 몇 줄 끄적이고 나면 금세 펜이 멈췄다.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에서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라 ‘라고 하는데, 억지로 생각을 떠오르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혹시 전날에 일이 있었거나, 감정이 크게 흔들린 날에는 오히려 적어 내려 가기 쉬웠다. 마음속에 이미 할 말이 있었으니까.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일, 혼자 울컥했던 순간, 가슴이 벅차오른 경험, 또 행복했던 추억이 생긴 날들은 펜이 종이 위에서 멈출 수가 없었다.
문제는 아무 일도 없고 감정마저 잔잔한 날이었다. 아무리 끄적여도 몇 줄 넘기지 못하고 펜을 덮어버리고 싶은 날, 그럴 때는 그냥 ‘쓸 말이 없다’를 반복해서 적었다. 쓸 말이 없다고 해서 덮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냥 그런 날도 책상에 무조건 앉았다. ‘뭐라도 써보자’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삶의 계획도 세워보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나열해 보기도 했다. 오늘 끝내야 할 일들, 저녁에 읽을 책 목록, 그렇게 쓰다 보면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또 다른 계획이 세워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때로는 아무 데나 걸린 실마리를 잡아당기면 의외로 길고 긴 나의 이야기가 숨겨 있을 때도 있었다. 아무 일 없는 하루는 없다는 것을 모닝페이지가 조금씩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주, 한 달, 세 달 , 시간이 쌓이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엔 억지로 짜내던 문장이었는데, 어느 순간 말들이 쏟아졌다. 그 흐름은 마치 매일 봐도 할 말이 많은 친구를 만나 웃음과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순간과 닮아 있었다.
내가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은 새벽, 출근 전의 짧은 틈이다. 이 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나만의 시간이다. 공책을 펼치면 세상에 단 한 명,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이 세상 가장 믿을 수 있는 ‘찐친’, 바로 ‘나’라는 사람 말이다.
사람들은 종종 ‘진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찾는다. 그게 연인 있을 수도, 와이프, 남편일 수도, 또 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잘 아는 건 바로 ‘나 자신’ 일 것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깨달았다. 내 이야기를 가장 오래, 가장 깊이 살펴봐 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새벽에 일어나 나와 마주 앉을 것이다. 찐친 ‘나’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