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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하늘 위의 하늘은 언제나 고요하다

새벽에 바라본 하늘

by 베러윤


향긋한 모닝커피와~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금방 잠든 것 같은데, 벌써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난 지는 이제 11개월째다. 다음 달이 되면 곧 1년이다. 늘 그렇듯 우선 잠을 깨기 위해 씻는다. 간단히 정리를 마친 뒤 창가를 바라보는데 깜짝 놀랐다. 며칠 전부터 퇴근길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새벽의 하늘은 그와는 또 다른 빛을 품고 있었다.


이제는 살짝 시원하게 바뀐 공기 속에서, 낮보다는 더 깊은 색감. 아직은 세상의 소란이 닿지 않은 고요함이 머물러 있었다.


지난 주말 내내 위염 때문에 많이 아팠다. 집에서 약을 먹고, 잠들고, 약 먹고, 잠들고 그렇게 방 안에서 지내다 보니 오늘 새벽의 하늘이 더 각별하게 다가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유럽여행을 가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 여름날 비행기를 탔다. 이륙하자마자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머리 위에선 산소마스크가 떨어졌다. 화면은 지지직거리고 창밖은 먹구름뿐이었다. 어린 마음에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다 떨어지는 건‘ 아닐까 두려움에 휩싸여 하나님께 기도했다. ’ 살려주세요 ‘


그렇게 구름 속을 뚫고 올라가던 비행기가 어느 순간, 하늘 위의 하늘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래의 소란이 무색할 만큼,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곳은 평온하고 밝았다. 햇살이 구름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살다 보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쏟아지고 천둥이 치기도 한다. 화창한 날도 있지만 숨 막히게 더운 날도 있다. 매일의 날씨가 변하듯, 우리의 하루도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데 모든 변화 위에 늘 변치 않는 하늘이 있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변하지 않는 고요한 자리가 있는 게 아닐까.


새벽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음속에 다짐 하나를 새겼다.


오늘은 눈앞의 일들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해가 나면 햇살은 즐기되, 내 안의 하늘을 잊지 않는 하루를 살자.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하늘 위의 하늘은 언제나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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