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노후를 기획하는 기획자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

by 베러윤
평균 희망 근로연령 73.4세


신문에서 본 통계청 발표를 처음에는 잘 못 본줄 알았다. 65세가 정년퇴임인데, 사람들은 70세 넘어서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그 나이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때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드는 생각. 나는 그 때, 무엇을 해야할까?


사실 통계에 응답한 사람들은 73.4세까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려 했던 게 아닐거다. 이제는 70대가 넘어서도 '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기에 절박함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매일경제 (25년 8월 7일자)


고령 경제활동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실제 연금 수령액은 월 평균 86만 원, 최소 생활비는 136만원이라고 한다. 추가적인 수입이 없다면 매달 50만원이 부족한 채로 살아가는 노년의 시간.


내가 지금 딱 마흔이니, 내가 고령이 되는 65세가 되려면 2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무려 35년을 더 살아야만 한다. 거의 한 세대만큼의 시간이 은퇴 이후의 삶에 배정되어 있는 셈이다.


'100세 시대'라고 말을한다. 하지만 같은 100세라 할지라도 건강한 100세냐, 아픈 100세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작년 말, 고령화에 대한 한 세미나에서 들은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액티브 시니어를 지나, 마지막 10년정도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 말은 단순히 오래 사는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몸과 마음으로 늙어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실 언제든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였지만, 그동안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져 굳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30대까지만 해도 노후는 아주 멀리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40대가 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고령화라는 단어가 점점 더 내 삶의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언젠가가 아니라, 곧 내 일이 될 예정이니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직장인으로의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이 질문은 단순히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스스로 설계해보겠다는 다짐을 가지게 해주었다.


나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해놓은 길을 따라 살아왔다. 공교육을 밟고, 졸업을 하고, 인턴도 하고, 석사를 마쳐, 대기업에 취업해 일을 해왔다. 누구나 다 가는 순차적인 길, 누가 짜준 질서 속에서 말이다. 그 질서 안에서는 나름의 안정감도 있었고, 큰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마흔이 된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질서가 끝난 후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할까? 나의 노후는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순간, 내가 나에게 맞는 리듬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노후의 모습은 모두가 다른테니.





그래서 나는 요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도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회사에서의 역할이 곧 나였고, 명함이 나의 정체성 이었다. 하지만 명함이 사라진 날, 그리고 은퇴 후의 노년을 맞이하는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이 물음 앞에 서있다.


그동안은 맡은 일의 기획자로만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 삶의 다음 스탭과 노후를 위한 내 인생의 기획자로 살아갈 때이다. 노후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삶의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나를 점점 더 알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을 조금씩 기획해 보려고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나의 노후가 조금씩 궁금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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