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내가 존경하는 한사람

책과 도전으로 가르쳐준 대표님

by 베러윤
대표님은 언제 쉬세요?


이전 직장에서 대표님께 한 질문이다. 사실 난 살아보면서 누구를 존경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존경이라는 건 단순히 '잘난 사람'을 향한 감탄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진심으로 닮고 싶다고 고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전 직장에서 4년간 대표님을 보면서,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진심으로 말이다.


대표님은 60년대 생 여성이다. 70년대, 국내의 알만한, 지금도 대기업 중 한곳인 그곳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여성에게 임신은 곧 퇴사였다. '임신하면 그만두겠다.' 는 각서에 싸인을 하고 입사하던 시절이라고 한다. 일을 사랑하셨던 대표님은 임신사실을 알고는 임신 6개월까지 매주 동대문에 가서 투피스를 맞춰 입으셨고, 그 후에 어렵게 알리셨다고 한다. 회사에서 중요한 일들을 맡고 계셨기에 출산 전날까지도 근무를 하고, 불과 2주 만에 복귀하셨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야기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가정의 끈도 놓지 않으셨다. 아들이 고시공부를 할 때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손수 도시락을 싸서 매일같이 고시원에 날랐다고 하셨다. 매일 저녁에는 업무나 회식, 혹은 네트워킹 자리를 갖고 집에서는 가족을 챙기는 그런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와이프셨다.


일에서는 누구보다 예민하셨다. 예민함이 나쁜 의미가 아니다. 남을 불편하게 하는 까다로움이 아니라,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었다. 그분이 준비하는 문서와 기획안은 늘 한 치의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는 모든 일들이 대박을 쳤다. 그저 완벽주의라고 표현하기엔, 진심으로 맡은 일을 사랑하고 책임지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내가 대표님을 만난 건, 대표님 은퇴를 4년 앞둔 시점이었다. 내가 있는 회사의 대표로 다시 오시게 되면서 그떄부터 매일 가까이에서 대표님의 일하는 방식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대표님은 늘 책을 곁에 두셨다. 회의실에 들어가면 서류 더미보다 책이 먼저 보일 정도였다. 그 당시 나는 책 한권도 읽지 않았던 직장인이었는데, 나보다 더 바쁜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책을 읽으시고 소개해 주셨다. 시력이 나빠져 안과에서 책을 그만 읽으라는 말을 들으셨다니, 어느 정도 인지 상상이 가는지.


책은 변화를 따라잡는 가장 빠른 길이다.


대표님은 항상 우리를 모아놓고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대표님은 늘 한발 앞서 계셨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NFT와 메타버스 이야기를 꺼내셨고, 처음엔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는 그저 고개만 끄억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표님이 말했던 그 흐름이 실제로 세상에 파도를 일으켰고, 그 당시 우리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NFT와 메타버스를 준비했다. 대표님은 진짜 미래를 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대표님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왜 대표님이 강조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책 속에서는 내가 보지 못했던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도록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처럼 미래를 앞서 본다는 건 거창한 예언이 아니라, 꾸준히 배우고 호기심을 놓지 않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표님은 은퇴 후에도 멈추지 않으셨다. 지금은 한 대학의 명예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고, 오랫동안 꿈꿔온 사업에도 도전하고 계신다. 책도 내신다. 은퇴는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계신다.


대표님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배우고 있니?

도전 하고 있니?


책을 놓지 않는 끈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가정과 일을 동시에 지켜낸 힘.

나는 그 대표님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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