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백수의 자기소개서
먼저 송백수의 자기소개를 해보자면....나는 91년생, 만 서른세살이고 올 8월부터 무직이다. 결혼도 안 했고 부모님 집에서 나름의 월세를 지불하며 캥거루족으로 살고있다.
내 친구들의 80%는 모두 결혼을 하고 자녀도 있다. 그 친구들은 일반적인 30대 중반 여성의 길을 따라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에 비해 나는 아직 20대 초반 어린애처럼 철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요즘 생각이 참 많다.
'한 달 정도 쉬었으니 다시 돈을 벌어보자' 채용사이트에 등록했던 3년 전 송백수의 자기소개서,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과거의 나는 5년 가까이 온라인마케팅 쪽 일을 했었다. 4년 간 대행사에서 야근에 찌들어 살다가 엄청난 노력으로 인하우스 마케터로 이직했고, 스타트업 회사에서 1인 마케터로 맨땅에 헤딩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오는건 회사의 경영난+투자유치 실패로 인한 월급 미지급이었다. 결국 고용노동부를 통해 월급을 받았고 이 사건으로 번아웃이 아주 세게 왔다.
그 당시에는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고 더 이상 그 직무를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어, 당분간 쉬면서 멘탈을 회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은 벌어야하기에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다. 1년 만에 진급도 했었는데 나이가 먹으니 점점 스케줄 근무와 몸을 쓰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다. '이 일을 40대가 되어서까지 쭉하긴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했고 다시 사무직으로 눈을 돌렸다.
마케팅 경력은 중단된지 3년. 나를 뽑아주려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반 사무보조처럼 업무에 특별한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 쪽을 검색해보니 대부분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는데, 신입으로서의 내 나이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나는 오늘도 마케팅 직무에 이력서를 세군데 정도 던져놓고 인터넷 창을 껐다. 이렇게 채용사이트를 2-3시간정도 보다보면 기분이 많이 가라앉고 현실을 자각하며 예민해진다. 나는 이 예민함을 또 우리 엄마에게 풀겠지 ....ㅠㅠㅠ 철없는 30대 여성아..... 정신 차려라.
'헤맨만큼 다 내땅' 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봤다.
<길을 헤매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얻은 경험과 성장이 결국 자신의 자산이 되며, 인생의 여정에서 헤매는 시간은 낭비가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라는데!
목적지 없이 그냥 쌩 길바닥에 서있는 현재의 나의 입장에선 눈곱만큼도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그럴까ㅎㅎ'
아마 지금 이 길에서 내가 가야할 곳을 찾아내고 한발자국을 내딛어야 비로소 그 말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이 힘든 시간은 어차피 지나갈 것이지만, 지금 그 순간에 있는 나에게는 시간이 흐르지 않고 멈춰있는 기분이다. 이걸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위로도 아닌 그냥 '내가' 그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다. 나는 내 자신이 이 시간을 어서 흘려보내고 지금 쓰는 이 글도 '오글거린다~ 풉풉' 웃으며 다시 읽을 시간을 기다린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 어딘가에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또 한명의 송백수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만 그런게 아니니까 너무 힘들어하지마! 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담았으니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