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삶'의 정의

혹은 평범한 삶은 대체 어떤 삶일까?

by 송백수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예전엔 하지 않았던 철학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요즘 내 생각의 주요 키워드는 '안정적인 삶' 이다. 물론 주관적인 지표이지만, 내가 느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회사에 다니고 30대 초중반이 되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키우며, 그때 쯤 좋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면서 노후준비도 차근차근 해내는 그런 인생을 안정적이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교과서적인 인생이 안정에 수렴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니,

서른 중반에 현재 구직중이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크지 않다. 자식은 당연히 없고...

월세방 하나없이 부모님 집에서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다. 아! 차도 없네.

내가 생각한 '안정적인 삶' 지표의 정반대로 살고 있으니 나는 미친듯이(?) 불안정감을 느끼며 살아야하는데, 엥? 그건 또 아니다.


그래서 챗GPT에게 물어봤다.

캡처.PNG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챗GPT가 말해주는 안정적인 삶은 지금 내 삶의 모습과 가까웠으니까.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외부 조건만으로 안정이 결정되는 건 아니에요.
같은 조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안정감이 다를 수 있어요.
또한 문화나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도 ‘안정’의 의미가 달라져요.
예컨대 한국 사회에서 ‘좋은 학벌-좋은 직장’ 등이
안정의 조건으로 여겨질 수 있고,
다른 문화권에선 자유·창의성이 더 강조될 수 있어요.


AI 조차 '안정감'을 느끼는 삶에 절대적인 답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챗GPT의 말이 다 맞는것도 아니지만, 내가 크게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끄집어냈다.

내가 정의했던 '안정적인 삶'의 지표에는 삶의 주체인 '나' 없이, 오로지 우리나라 문화/사회적 환경, 주변에서 생각하는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춰놨던 것이다.

결국 내 안정적인 삶을 구축할 수 있는 중요포인트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것 보다 나의 심리적인 태도와 가치관에 달려있던 것.

쓰다보니 결국 뻔한 말이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는말이다.






주변 지인 중에는 괜찮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하지 못해 매일 우울하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옛 직장동료는 시댁과의 갈등으로 남편과도 자주 싸워서 힘들다고 말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친구는 '신발장만 내 집' 이라 하며 대출이자를 갚느라 여유있는 삶이 멀어졌다 말한다.


분명 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의 지표들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감'과 가까워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나보다 더 불안정해 보일 때도 있다.

쥐고 있는 것이 많아도, 이룬 업적이 많아도 그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목말라 한다면 그것만큼 불안한 삶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 비해 가진것도, 이룬것도 충분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건강한 몸으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주변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도 많고, 나만의 가치관을 잃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어쩌면 나는 어느 누구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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