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연단하는 일

by 이부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매순간 나는 나를 성찰한다.

아이들이 활동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내 설명이 부족했나?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면 내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말로는 알아 들었다고, 이해했다고 대답하고는 서툴게 버벅대고 결국 잘 모른다고 답할 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아까 선생님이 물었을 때는 이해했다고 대답하고는 지금 와서 이러면 어쩌냐고 말하게 될 때 내가 혹시 무서웠던 건 아닐까?

그렇게 끊임없이 나의 부족을 곱씹는다.


나는 나에게 '그럴 수 있지'가 잘 안된다.

내가 정말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검열한다. 성찰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게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게 매일 아이들 앞에서의 내 모습을 뉘우친다.

내가 혹시나 어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건 아닌지, 그 하찮은 무의식 중의 권위가 아이들에게 받지 않아도 되는 상처를 입힌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며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바라보고 일을 한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모습을 바란다. 어른의 모습을 바란다.

단번에 알아듣고 척척 해내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건 분명한 나의 욕심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몇 번이고 묻는다. 정말 이 과정과 단계들이 이해가 되었는지, 궁금한 점이 없는지.

그게 나의 아이들을 향한 노력과 배려이다.

혹시나 질문을 하는 게, 손을 들고 적막을 깨는 게 어려울 아이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모를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당연한 거라고 말하는 나만의 몸짓이다.


그런데도 아무말 않고 있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거나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활동을 해놓은 아이들을 마주할 때 나는 순간 흔들린다.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 내가 이 아이를 먼저 헤아려주어야 한다 생각하면서 나는 꼭 한 마디를 하게 된다.


선생님이 말하지 않았냐고, 몇 번이나 같은 설명을 반복했는데 왜 이제서야 못들었다고 몰랐다고 말하는거냐고. 그런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입씨름을 나는 시작한다.

나도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참을 인 세 번을 그리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가보다. 아니, 나를 꺾지 못했나보다.

얼마나 더 감정을 쏟아야, 나를 더 연단해야 이 과정을 통과해 안정기에 들어설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그러려니가 될까. 마음에서 좀 넉넉하게 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좀 떠나보낼 수 있을까.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쓰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동시에 그 마음만큼 유연하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수용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은 울적해지기도 한다.


백번 천번이고 '그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같은 내용을 몇 번이고 묻고, 딴 짓 하느라 제대로 안듣고는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니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듯

아이들도 아이들이니까 순간 자신의 이목과 집중을 끄는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걸테지.

그게 아이이고 그래서 순수하고 착한건데 때론 그런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통통튀는 '아이의 성질'이

나를 삐죽삐죽 날카롭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금방 잊고, 좀 전의 선생님은 까먹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와서 시덥잖은 말 몇 마디를 하고

유유히 친구들과 놀러 떠나는 아이들이 그래서 예쁘다.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금방 까먹어서, 감정이 잘 여과가 되어서 지금 이 시기가 아이들에게 행복만 한 나날로 기억될 수 있으니까.

생애 가장 평범하고 가장 신나고 가장 걱정없는 좋기만 했던 시절로 기억될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되었다는 생각이다.


아이들과 합을 맞추는 시간은 늘 고되다.

합을 실컷 맞추면 또 떠나보낸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때론 보람은 있지만 나의 성장은 없다고 느낄 때, 나를 내어주고 아이들을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게 헛헛하게 느껴질 때 이 일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교육은 가치있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내가 소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나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가늠해본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작은 웃음으로 예기치 못한 순간에 사랑을 안겨주는 아이들 때문에 자꾸만 발목을 잡힌다. 정을 붙이지도, 떼지도 못하게 나를 가두는 아이들의 아직은 순수하고 빛나는 말간 마음들에 나는 그래도 아직 이 곳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계속 하게 될까 무섭지만 그래도 함께 있는 동안

사랑하는 삶에 대해, 서로를 향한 애정의 시선에 대해, 관계 맺고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그리고 깊이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