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akaka beach-Bay of islands-Whangarei
파이히아에서 낚시와 돌고래투어를 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다시 수정되었다. 12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웬만한 투어는 모두 마감되었기 때문. 수상레포츠 족들이 여기로 다 모이는 듯 인파가 어마어마하다.뉴질랜드와서 여태껏 본 사람들을 모두 합쳐도 이 보다는 적겠다. 다음날 투어를 예약해두고 우리는 조금 어슬렁거렸다. 마침 공터에 아티산페어가 열려 독특한 소품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맘에 드는 그림도 한 장 샀다!
캠퍼밴 오수파이프에 문제가 생겨 왕가레이에 있는 자동차 센터에 다녀와야 한다. 또 황가레이다. 서울 천안 거리를 몇 번을 왕복하는 거냐....
패킹이 잘 안 돼, 오수를 뺄 때 호스에서 물이 줄줄 새, 큰 문제인 것 같아 1시간이나 걸려 간 것이 무색하게도 어차피 설거지한 물인데 더러운 물 아니니 그냥 쓰라고 친절하게 조언하신다.
그냥 그래야지 어쩔 수 없다. 말도 안 통하는데 하하하....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여기서는 대체로 괜찮다!
기대하던 일정을 다음날로 넘겨도 괜찮다. 우리는 같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어도 서로에게 짜증내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맞댔다. 그것으로 다 괜찮은 하루!
오늘은 어디서 잘까? 곰군이 오클랜드에서 캠퍼밴 픽업해 오는 길에 예쁜 해변을 보았다며 거길 가보잔다. 이름도 예쁜 루아카카. 파도가 적당해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호모해방깃발이 휘날리고 누드비치로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곰군과 나는 아이들을 의식하여 은근 걱정했는데...우리는 바다에서 놀 시간도 없이 곯아떨어졌으므로 걱정은 팔자탓이 되어버렸다.
다음날 긴장되어 일찍 파이히아에 도착했다. 곰군과 아이들은 나에게 서비스로 쇼핑할 시간을 한 시간이나 주었다. 으하하 얼마만의 번화가인지.....아직은 도시가 주는 매력도 포기할 수 없다!
남자편은 낚시배에 오르는 길! 오늘 저녁 메뉴는 안 군 손에 달렸다!!! 아직은 낚시배를 타지 못하는 모모를 위
해 여자편은 돌고래관광선에 올랐다. 가는 길에 선장님이 어찌나 개구지게 운전을 하시는지...모모는 멀미부작용으로 잠들고, 돌고래는 구경도 못했는데, 안내방송은 한 개도 못 알아 듣겠는 와중에 갑자기 우리를 우루푸카푸카섬에 내려주네? 한 시간 정박을 할테니 섬구경을 하라는 것 같은데...난 잠이 든 모모를 주섬주섬 안고 어정쩡히 불쌍한 모습으로 내려야만 했다. 화장실이 없어 곤혹을 치렀던 것만 빼고는 야트막한 바닷물 속을 헤집으며 예쁜 조개껍질도 찾고 카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여유롭게 있을 수 있어 예상 외로 좋은 시간이었다. 모모양과 돌아오는 뱃편에서 또 엉뜽한 항구에 내리는 바람에 우리는 한 시간 여를 더 기다려 파이히아에 도착하는 배에 오르는 해프닝을 벌였다. 국제적 소통의 길은 멀고도 멀구나! 다행히 돌아오는 배편에서 우리는 멀리서나마 돌고래 여러마리를 목격했다. 공짜손님 모모가 흡족해 하니 100불자리 손님도 대충 흡족하다.
한편 남자편은 도미낚시에 성공은 했으나 크기가 기준 미달이라 방생을 했다고. 30센티 이하의 도미는 잡아 올릴 수 없고, 여기 사람들은 그 규범을 아주 잘 지켜나가고 있었다.
낚시를 마치고 옆사람이 나누어 준 킹피쉬 약 2킬로. 우린 해먹을 줄도 모르는데...역시 해답을 언니는 알고 계셨다. 할머님께서 기르신 유기농 채소를 얹은 회덮밥을 메뉴로 저녁은 또 황가레이의 김태훈 아저씨댁이다. 이유야 다양해도 아저씨댁을 구심점으로 뱅뱅 돌고있는 우리. 와인에 회덮밥이 어울리는가, 둘 중 어떤 와인잔의 형태가 아름다운가...이런 얘기로도 웃음이 많은 아주아주 감사한 저녁식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