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제발 모든 신들에게 빌었다. 오늘은 꼭 출근을 하게 해 달라고.
출근을 지독하게도 싫어했지만 지금은 출근을 해야 한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가장 중심이 되고 바쁜 시기라 책임감이 컸다. 컨디션 조절을 못하고 아파서 가만히 누워있는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원망을 하다가도 다시 눈을 떠보면 세상이 돌고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천천히 눈을 떠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또 돌고 있었다. 내가 돌기도 했고 천장이 돌기도 했다. 다시 눈을 감았다. 겁이 났다.
오늘도 아파서 출근을 못한다고 하면 나를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냥 일이 하기 싫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픈걸 구구절절말하기도 민망한데. 남은 연차가 몇 개 더라?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가 다시 한번 눈을 떠봤다. 여전히 돌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 또 출근을 하지 못할 거 같다고 연락을 했다. 이제 주말이니 오늘, 내일 잘 쉬고 일요일에라도 혼자 출근해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세상이 뱅뱅 돌아도 나는 출근해야 한다.
의사 선생님은 푹 쉬는 게 최선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니 당장 내 앞에 일이 쌓여있고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어떻게 푹 쉬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건조하게 대답만 하고 돌아왔다.
나에게 주어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밖에 없는데. 조급함이 밀려왔다. 조급함 때문인지 아니면 팀에서 혹시라도 내가 미움을 받지는 않을지. 여러 가지 걱정 때문에 잘 울지 않던 내가 누워서 베갯잇만 적시고 있었다. 왜 하필 이때 아프고 난리인가.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출근에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살다가 아플 수도 있는 건데 출근을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미웠고 싫었다. 티비 속에서만 들어왔던 단어인 번아웃이 내게 온 줄도 모르고 그저 나를 원망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