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없이 존재하는 연습
생산성이 사라진 시간에는
설명이 붙지 않는다.
오늘은 무엇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무엇이 다음으로 이어질지.
아무 것도 없을 때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요즘은
쉬는 법을 다시 배우는 중이다.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연습.
생산성 없는 시간을
낭비라고 부르지 않는 연습.
하지만 가만히 지나온 날들을 떠올려보면
내가 가장 많이 소진되던 때는
항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던 순간들이었다.
쉬지 못해서가 아니라,
쉬어도 된다는 허락을
스스로에게 주지 못해서였다.
요즘의 나는
아침에 일어나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해야 할 일 대신
지나가는 시간을
그대로 두는 연습을 한다.
창밖을 보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는 시간,
의미 없는 대화를 흘려보내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당장 쓸모 있어 보이지 않아도
내 안에서는
조용히 무언가가 회복되고 있다.
쉬는 건
멈추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허락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나,
설명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하루.
아직은
잘 쉬는 법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전처럼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연습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은
다시 일하게 될지,
조금 더 쉬게 될지
결정하지 않았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은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연습하고 있다.
다시 움직이게 되더라도,
아니면
조금 더 머물게 되더라도,
그 선택이
불안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는
어디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천천히 되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