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내 일기장일까

처음엔 그냥 썼다.

by 사이의 사람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는
말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어디로든 나가고 싶어 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
이유를 붙일 수 없는 선택들,
지나가 버릴까 봐 붙잡아 두고 싶은 순간들.


그것들을 묶어 두기엔
노트보다 이곳이 더 편했다.
그래서 썼다.
설명하려고도, 이해받으려고도 아니었다.
그날의 나를
그날의 언어로 남겨두는 정도였다.
그때까지는
브런치가 일기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글이 읽히기 시작했다.


좋아요가 달리고,
조회수가 생기고,
이름 모를 사람들이
조용히 다녀갔다.


그제야 알았다.
이곳은 완전히 혼자인 공간은 아니라는 걸.
일기장이라면
다시 덮으면 끝일 텐데,
여기서는
문장이 한 번 나가면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글은 조금씩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가끔 멈췄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걸까.
이건 너무 개인적인 건 아닐까.
읽는 사람에게
불편한 이야기는 아닐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질문들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그래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결론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라,
그저
지금의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마 이곳은
완전한 일기장은 아닐 것이다.
읽히는 순간,
기록은 이미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완전히 공개된 글이라고 말하기에도
여전히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을
일기장이라고 부르지도,
글을 쓰는 곳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도 못한다.


다만 확실한 건,
여기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생각들을
문장으로 숨 쉬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답은 없다.
브런치가 내 일기장인지,
아니면 누군가와 나 사이에 놓인
어딘가쯤인지는.


다만 지금의 나는
쓰는 동안만큼은
조금 덜 흔들린다.
그래서 오늘도
이곳에 문장을 하나 남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나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