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하루, 그러나

공황, 울화, 불면

by 사이의 사람

숨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공황처럼 숨이 막히는 날이 있었고,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갑자기 치솟는 날도 있었다.


한동안은 그것이 울화인지,
그저 오래 쌓여 있던 감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불면이라는 말로 정리하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상태였다.
몸은 누워 있었지만
제대로 쉬고 있지는 못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곧바로 평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제야
얼마나 긴장한 채로 살아왔는지가
뒤늦게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나는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것 같다.


요즘의 나는
아직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조금씩
몸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


울화가 올라오는 날도 있고,
잠이 얕은 밤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서둘러 정리하려 들지는 않는다.


이 시간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구간이 아니라,
다시 숨을 고르는 구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