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장, 주임의 반복
대리를 달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지금 와서 말하면
조금 소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더 높은 자리도 아니고,
눈에 띄는 목표도 아니었다.
그저
계장과 주임 사이를 오가던 시간이
어디쯤 도착했다는 표시 하나를
달아보고 싶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숫자로 설명됐다.
실적, 순위, 평가, 기간.
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그 숫자들보다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대리는
승진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계장은 책임이었고,
주임은 실무였다.
둘 다 익숙해질 만큼 반복했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일은 늘 손에 잡혔고,
현장은 알고 있었고,
문제는 먼저 보였지만
그 사실이
항상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리를 달고 싶었던 건
더 앞서고 싶어서라기보다
계속 여기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
다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런 안전한 한 칸.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원은
야망이라기보다
지치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계속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감당하다 보면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이유를 대야 하니까.
결국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들이
공백이 되는 건 아니다.
대리를 달지 못했을 뿐,
그 시절의 나는
이미 책임을 알고 있었고
버티는 법을 배웠고
사람과 구조를 구분할 줄 알게 됐다.
이제는 안다.
직급이 붙지 않았다고 해서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대리를 달아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말은
미련이 아니라
정직한 회고다.
그만큼
그 자리에 진심이었고,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그 소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소원이 전부는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조금 더 차분히 말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