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메 감상을 일본어 공부라고 부르는 기술

불안, 공부, 글쓰기 사이에서

by 사이의 사람

요즘 나는
아니메를 본다.
그리고
그걸 일본어 공부라고 부른다.


엄밀히 말하면
교재를 펴놓고 문법을 정리하거나
단어장을 외우는 시간은 아니다.
자막을 켜고,
이미 몇 번은 봤을 법한 장면을
다시 본다.


하지만
귀는 일본어를 듣고 있고,
눈은 자막을 따라가고 있고,
머릿속에서는
‘아, 이 표현은 이런 뉘앙스구나’
같은 생각을 슬쩍한다.


이 정도면
공부라고 우겨도 되지 않을까.
물론
순수한 학습이라기보다는
즐거움에 더 가깝다.


집중이 흐트러질 때도 있고,
장면에 빠져버리면
언어는 뒷전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이 시간을 아예 무의미하다고
부르지는 않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건 공부가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단속했을 텐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버텨야 하는 상태고,
계속 앞으로 가야 하는 상태다.


그 방식이 완벽하지 않아도
이어지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아니메를 보며
웃고, 울고,
어쩌다 한 단어를 기억해 내는 이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는
공부이자 휴식이고
도피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일본어 공부했어.”
괄호 안의 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