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왔고, 아직도 여기 있다
싱가포르에 산 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특별한 결심이나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한국이 아닌 곳에서 이토록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지, 문득 나조차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전 직장의 한 동료는 옆자리에서 내일이 싱가포르에 온 지 몇 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제는 그 기념으로 혼자 근사한 곳에 가서 무엇을 먹고 왔노라 덧붙였다. 해외 생활에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터라, 당시의 나는 그 이야기를 그저 무심하게 넘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충분히 축하받을 만한 기념일이었다. 인생에서 이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닌데, 나라를 옮겨 산다는 건 삶의 뿌리를 통째로 옮겨 심는 일이니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런 기회가 인생에 또 언제 오겠냐며, 블로그에 매일의 일상을 부지런히 기록하던 때. 모든 것이 신기했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 낯섦을 하루하루 살아내며, 나는 싱가포르에서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거나 혹은 별다른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단 사흘 만에 짐을 싸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직 직장 때문이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이직 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던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1년, 2년, 그리고 3년. 그렇게 숫자가 쌓여 이제는 10년이라는 숫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행 이직 원서를 마지막으로 냈던 게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해외 생활은 내 인생의 로드맵에 있던 계획이 아니었다. 당시 나에게는 나름의 다른 방향이 있었으나 그것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이정표였을 해외 생활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계획 없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유수처럼 흘러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이 시간들을 붙잡아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 한국에만 있었다면 결코 마주하지 못했을 일들을 겪으며 나의 가치관은 조금씩 형태를 바꿨을 것이다. 동시에, 타국이라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모든 조각들을 이제 조금씩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생활의 중간 지점에서, 다시 펜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