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너무 피곤해
"야! 너 T야?, T들은 대체 왜 그러냐. 너 T냐고!!"
그놈의 MBTI. 지겹다 정말.
난 사실 이 테스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테스트는 여러 성향을 구분하고 그중 판단기능 부문을
T(Thinking)와 F(Feeling)으로 나눈다.
MBTI가 한창 인기를 끌던 몇 년 전.
아내의 반부탁, 반협박에 못 이겨 한 번 한 적이 있다.
사실 하기 싫어서 대충 했다.
어차피 아내 아니었으면 평생 해볼 일도 없었다.
계속해보라며 회유하던 아내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당연히 T 나올 줄 알았다!"
.... 나는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줄 알았다...
그 반응은 마치 T가 나오길 바라던 사람의 것이었다.
너는 당연히 T일 줄 알았다며 고소해하는 사람 같았다.
"T가 뭔데 그래!"
"T가 뭐긴 뭐야. 딱 오빠지. T의 화신!"
"어차피 너 아니었으면 테스트해보지도 않았어!"
"그것 역시 딱 T답다!"
한바탕 웃어넘겼지만, 눈가가 살짝 떨려왔다.
T가 딱 나이고, 어차피 내가 T일 줄 알았다면,
나는 왜 굳이 시간을 들여 테스트를 했을까.
아니 만약 내가 다른 게 나왔으면
나는 T가 아닌 것이었을까.
"아니 내가 이성적이라 T가 나왔지, T라 이런 성격인 건 아니야....."
"에~ 그런 말하는 것도 역시 T답다!"
"아빠 T에요?? 나랑 엄마는 F인데??"
그날 이후 무슨 일만 생기면
"역시..."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역시 T야.... T다워... T들이 문제야...
'T들이 악당인 세상'이었다.
나는 아이유의 콘서트도 가 본 팬이지만,
아직까지도 <폭싹 속았수다>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도깨비>의 오열 장면을 보면
자연스레 눈물이 나는 사람이다.
이미 T로 판명된 나는,
설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MBTI의 세상이 불편하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인데...
이미 T인 사람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