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상은 주인공 F위주로 돌아간다
원래 세상은 주인공 위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소수의 강력한 악당이 등장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현대 MBTI 세상에선 F가 주인공이다.
감성적이고 공감할 줄 아는 F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마치 만화 속 치유의 능력을 가진 공주님처럼.
공감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에는
치유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치유는 현실을 버티게 하여 주지만,
복잡한 미로를 벗어나게 해주지 못한다.
모두가 길을 잃었다는 감정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는 지도를 펼친다. 그가 바로 악당.
미로 속에 들어와 거대한 보물을 찾았을 때,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지 못했던 악당이었다.
무거운 보물짐을 짊어지고,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모두가 절망과 패닉에 빠질 때
비로소 등장하는 악당, 아니 영웅.
악당 T는 오늘도 구박받았지만 괜찮았다.
따가운 눈초리와 함께 오는 "너 T야?"를 꿋꿋이 버텨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들어갈 때부터 표시해 온
지도를 꺼내는 순간 영웅이 되었다.
T를 따라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환호 중에는 'F공주님 만세!!' 소리가 섞여있었다.
공주님은 나오는 동안
넘어지고 슬퍼 우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치유해 주고는,
동굴을 나온 후 지쳐 쓰러졌다.
사람들은 쓰러진 공주님 곁으로 몰려가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T는 그 모습을 지켜보곤,
조용히 공주님에게 필요한 약초를 구하러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님을 간호하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문득 T가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곤 "공주님이 아픈 게 아무렇지도 않나 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하고 수군댔다.
그렇게 잠시 영웅이었던 악당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악당은 사랑받기 위해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빛나도록 미움받고 있을 뿐.
그리고 그 자리에는 오늘도 T가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