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온전히 담고 있는 이름
"경자어머니! 지금 수유실로 오실게요!"
아내 이름이 경자냐고?
경자는 내 딸아이 이름이었다.
태양이 작열하던 어느 여름밤.
딸이 태어났다.
"응애!!" 힘찬 울음소리에
한시름 마음이 놓았나보다.
아내는 기진맥진 분만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나는 그 위로 손을 짚어 기댔다.
"정말 고생 많았어...."
부부는 마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뭉클한 마음을 안고 탯줄을 잘랐다.
"우리 아이야..."
아니에게 아이를 안겨 주고
나는 호출을 받고 병원카운터로 갔다.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며 입원 수속을 밟았다.
"저기, 아버님! 아기 태명 적어주세요."
잠시 멈칫 하고는 아기의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경자]. 경자가 바로 우리 딸래미의 태명이었다.
찰나의 시간, 잠시 고민했으나
나는 힘주어 최대한 집중하여
이름을 또박또박 작성했다.
이윽고 종이를 받아든 직원이 잠시 당황했다.
"아가...태명 맞죠..?"
"네...맞습니다."
이후 병원과 조리원 생활 내내 우리는
경자어머님, 경자아버님으로 불렸다.
아이는 경자년에 우리에게 찾아와 경자로 지었다.
사실 태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경자라는 단어가 너무 귀여웠다.
아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경자가 떠올랐다.
그 이름은 그 시간을 온전히 품고 있었다.
물론 반대는 많았다.
비록 뱃속에 있는 열 달 남짓한 시간 동안만
부르는 이름 이었지만, 흔하지 않고 꼭
평생 기억될 수 있었으면 했다.
그게 누구에게나 기억되지 않아도 좋았다.
내 아이의 태아 시절, 막 태어난 신생아 시절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조리원 신생아실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고,
줄 지어 누워있는 아기들이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이름 경.자. 우리 아기.
아내는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이름.
"경자"
나는 지금도 가끔 딸아이를 볼 때
경자라고 부른다.
경자를 부를 때면 얼굴의 주름이
살짝 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