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할아버지는 어디 가시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5살 남자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식사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나 보다. 평소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장난을 치며 밥을 먹지 않았다.
순간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엄마는 나와 친척동생들에게 "말 안 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망태할아버지 여기 장난꾸러기 잡아가세요!"라는 말을 종종 하곤 했다.
나는 친척동생들보다 5살이나 더 많았기에 무섭지 않았다. 그런데 어린 동생들은 달랐나 보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두 손을 싹싹 비는 동생들을 보며 남몰래 키득키득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밥을 먹지 않는 우리 집 장난꾸러기에게 망태할아버지를 소환했다.
다만 세월이 흐른 만큼 이번에는 도깨비아저씨였다.
30년 전과 달랐던 점은 현대의 최신 스마트폰에서 실제의 디지털 도깨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도깨비는 실감 나게 외쳤다.
"계속 밥 안 먹고 장난치면 도깨비 아저씨가 '이 놈' 한다. 이 놈!!!"
장난꾸러기 아들은 깜짝 놀라 그렁그렁한 눈으로 할머니 뒤로 숨었다. "밥 잘 먹을게요. 미안해요!" 소리치는 모습에, 옛 생각이 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그 모습이 귀여웠던 나도 깔깔하고 웃었다.
도깨비아저씨의 여운은 꽤나 오래갔다.
장난꾸러기 아들은 장난을 치다가도 도깨비아저씨의 "이 놈!" 한 마디에 말 잘 듣는 아이로 바뀌었다.
마치 기상나팔 소리에 번쩍 눈을 뜨는 군인처럼 말이다.
어느 날은 곤히 자던 아이가 소리치며 깨어났다.
"으앙. 도깨비아저씨 미안해요!"
깨어난 아들은 내 얼굴을 보고는 품 속으로 들어오더니
"아빠, 미안해요" 찔끔 눈물을 흘렸다.
나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젖어가는 소매만큼 내 마음도 젖어갔다.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도깨비아저씨를 불렀다. "도깨비아저씨 오지 마세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예요!"
다음날 깨어난 아이의 웃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부터는 '도깨비아저씨' 대신 착한 아이에게 상을 주는 '산타할아버지'에게 부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