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숙성 타이밍
모든 와인이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다고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숙성 가능한 와인들은 소수의 와인들로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에 속하는 와인이 대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들은 빨리 소비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와인은 병입된 순간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복잡미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에 이르기까지 이 숙성 기간에 미치는 온도와 습도가 와인의 맛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보랏빛에서 점차 진한 버건디로 색이 변해가면서 거친 맛이 사라지고 부드러워진다.
숙성을 해도 좋은 와인을 고르는 감별법은 코르크에 있다. 와인을 마시면서 코르크를 모으다 보니 와인마다 코르크 길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르크 길이의 비밀은 와인의 숙성 가능 정도와 연관있다. 그래서 숙성 가능한 와인과 아닌 와인은 태초의 병입 형태부터 다르게 나온다.
코르크로 막힌 와인이라고 해도 그 가격과 코르크 소재에 따라 보관 가능 기간은 제 각각이다. 코르크로 막힌 와인이라고 해도 그 가격과 소재에 따라 보관 가능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저렴하고 숙성 가능 기간이 짧은 와인에 길이가 짧은 코르크 또는 합성 고무 코르크가 사용되는데, 보관기간은 1~2년 정도이다. 중간 길이의 코르크 마개를 가지고 있는 와인이라면 2~5년, 5년 이상 숙성 가능한 와인에는 고급 천연 코르크 마개가 사용된다. 보관 가능 기간이 길 경우 코르크 마개의 길이도 길어진다.
주로 보관 가능 기간이 짧은 와인들이 스크루 캡 형태를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장기 숙성이 불필요한 와인들을 중심으로 신대륙 와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스크루 캡 와인의 보관 기간은 최대 5년을 넘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스크루 캡 와인이 모두 싸구려 와인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와인의 숙성 가능 기간은 포도의 태생과 수확 연도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서 그 해 빈티지의 숙성 가능 정도도 정해진다. 이때 소믈리에들은 어느 정도 숙성해서 마시는 게 적기일지 예측하곤 한다. 종종 와인 뒷 라벨에 언제 마시는 게 좋을지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와인 전문가도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런 것을 줄줄이 읊고 다닐 시간은 없으니, 위장으로 빨리 소비해버리는 게 이득일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와인 맛을 좌우하는 숙성을 위해 중요한 건 보관환경이다. 와인은 위스키나 다른 술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아주 예민한 술이다. 특히 햇빛에 취약한데, 와인병의 색깔이 대부분 어두운 빛을 띠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코르크 와인 같은 경우 마개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서늘하고 적절한 습기가 있는 곳에 뉘어서 보관해야 한다. 같은 와인이라도 한 장소에서 30년 보관되었던 와인과 여러 셀러를 옮겨 다녔던 와인은 경매에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와인이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보관, 숙성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술인지를 말해준다.
스크루 캡 와인 같은 경우 세워서 보관해도 상관없다. 단지 서늘한 곳에만 있으면 된다. 그런 이점들이 스크루 캡 와인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간혹 코르크가 부패하면서 와인 맛도 같이 좋지 않게 변질된다. 이런걸두고 '부쇼 났다(와인이 corky 되었다) 라고 표현하는데, 잔에 따른 와인에서 젖은 신문지나 곰팡이 냄새가 난다면 부쇼 상태가 된 것으로, 마시지 말고 버리길 권한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5만 원 이하의 와인의 경우 빈티지로부터 5~6년 이내에 소비하는 게 좋고, 소비뇽 블랑의 경우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게 좋다. 단, 화이트 와인 중 8만 원 이상의 샤르도네와 리슬링의 경우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이탈리아, 호주, 아르헨티나, 프랑스의 랑그독, 칠레, 스페인 와인 같은 경우 빨리 소비해야 하는 와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아껴두지 말고 그때그때 마실 것! 햇김치, 묵은지처럼 와인마다 최적의 숙성, 본연의 매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본 글은 <싱글즈 3월 호>에 기재 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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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번째 책 <몰라도, 와인>은 와인에 관심은 있지만, 마냥 어려워서 포기했던 와포자들에게 최대한 와인을 트렌드 하게 담고자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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