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드라마퀸
"우리 엄마는 드라마 퀸이에요 "
"....... "
부정할 수가 없다.
아, 여기서 아이가 말한 드라마 퀸의 뜻은 그저 드라마를 많이 본다는 뜻이다.
결코 내가 동네에서 드라마를 막 만들고 다니는 사람이거나 혹은 실제 방송 드라마 제작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
넷플릭스에는 아주 재미있는 핫한 드라마가 많다. 어릴 때도 이렇게 드라마를 즐겨 봤던가.. 싶고,
물론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나 미드를 즐겨 보기도 했었지만.. 그러고 보면 미국에 온 후 오히려 한국 드라마를 더 봤던 거 같다. 그땐 그리웠던 거 같으다. 고향이..
결혼 후 출산과 육아 가사를 하면서부터는 재미난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자는 게 하루 일과의 마무리가 되기도 했다.
지친 현실에서 다른 세상으로 가서 잠시 휴식하는 느낌? 잠시라도 멍때리며 정신을 팔자.
코로나 팬더믹 중에는 탈출구가 없었다.
친구들과의 공동방에는 항상 당시 재미있는 드라마나 티비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다.
결코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할 일로 바쁜 일상을 매일같이 햄스터처럼 반복하는 엄마 역할이었기에, 잠시나마 집 밖에서의 쉼 같은 것이 필요했고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고 싶어서였다.
지친 내 감정을, 다른 스토리 속 캐릭터들의 감정에 이입을 시켜 욕도 해보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내 속의 지친 감정을 중화시켜본다. 그러고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일의 일과는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팬더믹 중에 하나가 더 달라진 게 있다. 맥주.
가족들이 잠들고 난 후, 맥주를 따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틀고 널러진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네, 엄마는 항상 멀티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어찌 감히 집안일을 눈앞에 두고 누워서 티비를 보겠습니까)
아니 요즘 한국 드라마는 특히나 더 재미있다.
스탑 하기가 힘들어서 빨래를 다 갠 후에도 다음 편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눈이 벌게진 채 후회는 하면서, 한편 더 새벽까지 보기도 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학교를 가던 때가 아니라 잠이 덜 깬 채로 컴퓨터 켜주고, 곁에 아침을 두고 먹으며 수업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는 드라마 보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아는 거 같다.
소녀들은 엄마라는 멋진 모습의 여성으로 자랐지만, 그 깊은 속엔 아직도 소녀가 남아있다.
어드밴처나 미스테리 드라마를 보며 모험도 떠나고 싶고, 청춘 드라마 보면서 풋풋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가슴 콩당콩당 하기도 하고, 막장드라마를 보며 이런 @#%#&#하며 친구들과 열심히 목청껏 캐릭터를 씹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그 이전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알기에 가끔은 캐릭터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아직 할머니가 되어보진 않아서 모르지만, 어쩌면 평생 그렇게 소녀를 품은 채 늙어 겉모습만 할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엄마가 드라마 퀸"이라는 말에 적잖이 당황은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우야~" 하며 오히려 겉으로는 깔깔 웃어주었다.
하지만,, 아이의 그 한마디에, 내가 왜 그렇게 드라마에 빠졌었던가.. 그게 왜 필요하며, 내 인생에 주는 의미가 있다면 그게 뭔가 하고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 보며 보냈던 시간이 그저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포함한 창작 및 예술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그만큼 엄마는 아직 세상이 보고 싶고 궁금하며, 엄마로서의 삶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고 싶진 않다.
또한 그 이전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지금은 엄마 역할이 중요한때라 거기에 더 집중하고 있을 뿐. 더불어 드라마 시청이 내겐 피로를 푸는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도 하고..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의 분위기가 행복하기에 스스로 자기 조절 중,,? (크..이 짠함은 모지)
드라마와 맥주 덕에 내 정신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갇혔던 그 몇년의 시간동안 말이지요.
그나저나 우영우 이후 재미난게 아직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