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우울증

주부우울증 그 까이꺼

by Beverlymom

주부가 걸리는 우울증


우리는 저마다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과정이 다르다.

각 가정의 문화와 교육 철학도 다르다.

삶의 철학과 가치관도 다르다.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우울증의 원인도 다르다.

가정 불화, 경제, 폭력, 육아, 건강, 줌마 간의 인간관계등으로부터 왔고, 원인도 하나가 아닌 여러가지인 경우가 다반사다.

가벼운 경우는 본인 혼자 그 원인을 찾고 이겨낼 수 있지만,

더 어려운 경우는 전문가를 찾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감기처럼 철마다 혹은 매달 날 괴롭히지만 무시하고 지나갈 수만은 없는 질병이다.

그때그때 고쳐두지 않으면, 내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하나하나 마음속 바닥에 깔려 늪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그 늪은 나의 행복을 침수시키고, 웃음도 집어삼키며 덩치를 부풀릴지도 모른다.


주부의 우울증은 다른 이들의 증상과 다를까..

특별한 병세가 없는 일반인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다. 우울, 고독, 분노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어차피 다른이들도 같이 타고 태어난 감정들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감정들 중에 (내가 고르든, 상황에 의해 골라졌던지간에) 하나가 더 부각되면, 그게 요즘의 나의 모습이고 내 표정으로도 올라온다.

지금 내가 남편의 실직, 마지막 한방으로 쓰러져, 우울과 자괴감에 빠져 내 표정과 생활은 그야말로 온통 회색빛인 것처럼 말이다. 내 속에 차고 있던 늪이 넘쳐올라 나를 점령한 것이다.

(그래서 이왕 넘친거 그 늪을 긁어내자고 이렇게 나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물론 타고난 성격과 기질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른 농도의 우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다. 복잡한 회로가 가득하지만 결코 같은 사람이 없는..

단 주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여자의 삶은 출산과 더불어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까지 살던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선은 두 시간마다 깨어야 한다.

출산부터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니다.

비록 간호사와 의사들이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출산을 하고,

두 시간마다 젖을 먹이느라 가슴을 풀어헤치고 다니며,

아기를 위해 유축을 한다. 그러고 나면 퉁퉁 불은 아픈 가슴을 마사지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이때 아직 안정잡지 못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내 정신이 아니다.

별일 아닌 말에도 상당히 상처를 받고, 예민해지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좋은 엄마가 맞는지 오락가락한다. 나라는 사람의 우주가 변하고 있다.

와중에, 남편이나 가족들이 무심코 던진 말은 평생 큰 상처로 박히게 된다.


나쁜 예로, 모유수유를 3개월 하고 힘들어서 분유로 옮겨갈지 고민을 할 때가 있었다.

'무슨 엄마가 그래. 당연히 모유를 먹여야지.'

아이를 낳지 않은 친척언니가 한 말이었다.

그리고 경험담이 아닌 육아책이나 도덕책에 나오는 필요 없는 잔소리만 늘어놓았다.

평소라면 '반사!' 하며 거슬리는 말투는 그냥 쳐 내 버리는 편이다.

하지만, 호르몬이 아직 불균형한 그때, 남이 무심코 던진 '무슨 엄마가 그래'란 말은 귓속에 울림이 되어 이제 막 초보 엄마가 된 사람에게 큰 비수로 꽂혔다. '그래 난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건가..'


그런 말들은 출산 후 대부분 겪는 산후우울증의 이해도 없고, 눈치도 없고, 이제 막 초보엄마가 된 여자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그녀를 늪으로 밀어 넣는 행위이다.


산후조리사들은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아기 엄마들을 많이 본단다.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엄마는, 방 안의 불을 다 끄고, 낮에도 어둡게 한 채 아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녀의 방에 식사를 가지고 들어가면, 산모는 어둠 속 침대에 걸터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조리사님을 말없이 그저 쳐다만 보는데, 무척 무서웠다고 했다. 그 집에서 일을 끝내고 빨리 나오고 싶었다며.

(누군지 모르지만, 그분도 이제 10살 난 아이와 재미나게 잘 살고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막 출산한 산모에게는 끝없는 응원만 필요하다.

첫번째 출산은 정말 큰 도전이다.

실수를 해도 ' 넌 잘하고 있어. 좋은 엄마야!'

침대에서 아이가 떨어져 심장이 벌렁거릴 때도 '괜찮아. 삼신할매가 3년은 아이를 보살핀데.'라며

우선은 산모의 마음을 더 챙기고, 안정과 위로를 주는 배려가 중요하다.


신생아 출산 후부터 일 년은 몸도, 마음도, 생활도 모든 게 낯설고 허둥지둥 대는 시기이다.

100일의 기적도 있긴 하지만...

그때 남편과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산후우울증에서 금세 나오게 하지만,

반면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는 평생 간다.

주부우울증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아이가 잠 잘자는 천사 아기든, 계속 울어재끼는 예민한 아기든, 아이가 하나이든 셋이든 모든 엄마는 행복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신생아를 키우는 일은 나를 버려야 한다.

한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데 부모는 온 정성을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신생아를 키우면서부터 이미 그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를 버리고 아이를 보살피는 게 모성애라 생각했다.

하지만 평생 '나'는 버려두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것만이 주부의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의 어느 시기에 마인드셋을 하지 않으면 평생 나를 잊고 아이를 살리고 키우는데 바칠 거다.


현모양처로 가족을 부양하고, 모든 힘과 정성을 들여 길렀거늘,

나중에 자녀가 '누가 그렇게 낳아 달라 했냐'며 부모를 원망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며, 부모에게 대드는 장면이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 연출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아이에게 베푸는 모든 정성과 행동들은 아이들이 내게 해달라 한 적 없다.

낳아달라 한 적도 없고, 그들의 부모가 되어 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리고 자녀들이 대학을 가고, 친구를 부모보다 더 좋아하고,

더 큰 성인이 되어 둥지를 떠나고, 부모가 반대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도 있으며,

결혼을 한 후에는 본인의 새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하다 보면 친부모는 뒷전이 될 수 있다.


이 모두 우리가 자녀로서 겪어보지 않았던가.

친구나 지인들 모두 비슷한 경험들을 하면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런 변하지 않는 자연 생태계에 나도 그중 작은 태엽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랑과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라..

다 알지만 이제는 재미가 없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의 한 부분.


분명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던 '나'로 커왔는데,

자녀가 아닌 '부모'라는 모습으로 역할이 바뀌었을 뿐인데 나의 자아는 마법처럼 없어졌다.

부정적이며 모든 것이 재미가 없고, 무기력했졌다.


그런데, 만약 나의 자아가 사라진 것이 아닌 잠을 자고 있다면...



마인드셋


우울증 극복은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은 혼자이기에 항상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

어른이 된 이후는 우울하다고 떼를 써봐야 그 누구도 속을 들여다 봐주고, 보살펴 줄 수 없기에 스스로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들 바쁘다.

일단 남의 인생을 들여다봐 줄 시간과 마음의 공간이 없다.


배우자가 어찌 압니까.

나도 내 속을 모르는데 함께 산다고 하여 어찌 다 알겠느냐는 거죠.

주부역할은 쉽지 않다.

차라리 인정을 하면 편하다.


팬더믹 시기동안 가사에 시달리며 깨우친 게 하나 있었다.

'아 나는 요리, 가사에 흥미가 없었구나..'

인정을 하니, 내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완벽하게 할 생각을 하며 스스로 주던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지 않았다.

거실이 어지럽고, 주방에 설거지가 좀 쌓여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사고를 바꿔가니, 내 머릿속에 새로운 회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편의 실직에 인생의 회의도 생겼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내게 주어졌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러다가 몇 달 전 테슬라에 가족을 싣고 캘리포니아 해안가 절벽에서 스스로 떨어진 가족이 생각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족들 생명은 잃지 않았단다.

아이까지 데리고 그렇게 뛰어내린 마음. 무섭지만 마음이 오죽하면 그럴까...

그 순간 나 스스로 다그쳤다.

그런일을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말자.

우울증 시기에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시기는 우울한 뉴스도 접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은 듯하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마인드셋'


시련과 위기는 곧 인생의 찬스다.

약에 기대지 않고, 혼자 이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문제해결책을 찾지 않겠는가.

그 원인을 찾으려면 가끔씩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보고 관찰해 보아야 한다.


자아가 강해진다면 우울증 따위는 사라질 거라 믿는다.




사족을 더하면, 작년에 건강 체크할 때, 가정의는 여러 명의 정신 상담원을 만나 볼 것을 권했다.


"왜요? 제정신에 문제가 있나요? 우울증이 심한가요..? 약은 먹기 싫은데..."


"No~ 여러 명을 일단 만나봐요. 그리고 그중 마음이 가는 한두 분을 일 년에 한번이라도 만나면서 관계를 만들어요."


나의 가정의는 멀지 않아 다가올 갱년기를 위해서 미리 교감이 통하는 상담사를 찾아놓는 일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하.... 월동 준비하듯, 주부의 또 다른 방황기를 위한 준비.

이렇게 인생이 흘러가나요...

(이브가 원망스럽습니다. ㅡㅡ;;)



* 의지만으로 고칠 수 없는 독감도 있습니다. 만약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상담을 받고, 필요에 의해 약을 처방받는 것도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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