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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부모의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가족

마왕은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난 있잖아 요즘 들어 부모님, 단지 내가 부모님께로부터 태어났다고 해서 항상 부모님에게서 사랑을 받아야 되는 거야? 부모님은 단지 자신들이 낳고 키웠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 가며 힘겹게 나를 키우시는 거야? 왜 그래야 돼? 그게 부모자식 간의 도리야? 왜? 그 도리는 누가 만든 건데? 언제부터?

누군가 자식을 버렸어. 그럼 부모의 도리를 다 하지 않은 거라고 왜들 그렇게 말해? 부모의 도리, 그럼 자식의 도리는 뭔데.

나는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이 나에게 매우 벅차. 조금이라도 나도 부모님께 뭔가를 해드리고 싶은데 뭘 해야 돼?

공부? 공부해서 나중에 잘 사는 거? 그건 나 잘되는 거잖아. 부모님께 뭘 해드려야 될까. 옥돌매트, 인삼, 집 한 채? 이런 건 자식이 아니더라도 해 줄 수 있는 거잖아. 도대체 부모님 은혜에 어떻게 뭘 해야만 감히 조금이라도 갚는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거야? 부모님 보물은 자식이니까 내가 잘 사는 게 은혜 갚는 거야? 그렇게 간접적인 거 말고 직접적으로 말이야.

마왕 난 이게 너무 궁금하거든.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어. 간접적으로라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거든.



아주 여러 가지 질문을 해 오셔서 한꺼번에 어떻게 대답을 해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은 그 당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오는 감정대로 또 그것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고 그냥 그대로 가면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자식은 자식이지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가장 자식다운 모습으로 있는 것이 부모님께 대해서 가장 큰 효도가 되는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알바라도 해서 돈이라도 나가서 벌어볼까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 그러면 부모님께서는 오냐 그래 같이 뛰자 이렇게 말씀하실 부모님도 계시고 그렇게 하는 게 우리 애한테 도움도 되고 세상살이도 배울 것 같다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분들도 훌륭한 부모님이시구요. 또 이렇게 짜증을 내는 부모님들도 계세요. 엄마아버지가 언제 너한테 그런 거 하라고 그랬냐고 너는 공부만 하라고. 그냥 밖에서 뭐가 힘든지 뭐가 어떤 건지 아이들한테 얘기하고 털어놓지 않지만 자식은 자식답게 학교 들어가기 전 애기 적에는 맘껏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있고 부모님이 힘들어도 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지내고 공부하고 뭐 배우고 종알종알 옆에서 떠들고 이런 게 부모님한텐 행복일 것이고. 자식이 그냥 자식답게 사는 것 그것이 부모님한테는 가장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가 자식을 버렸어. 그럼 부모의 도리를 다하지 않은 거라고 왜들 그렇게 말해?

왜냐하면 그 자식이 태어나려고 어디다가 줄 서서 원서 써내고 합격해 가지고서 주민등록증 사진하고 반명함판 사진 내고 거기다 면접보고 이래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낳은 건 부모님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났거든요. 그런데 감히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라는 것을 만드는 그런 행위를 해 놓고 그 뒤에 양육과 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자식이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부모의 도리를 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영화 ‘너는 내 운명’ 거기 보면 송아지가 새끼 낳는 장면 나오지요. 그런 다음에 송아지가 이렇게 태어나가지고서 자기 발로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서 ‘그렇지! 서라! 걸어라!’ 막 이러거든요? 동물들은요 태어나자마자 걷습니다. 그리고 뛰놀고 음식을 먹고 물론 부모 동물로부터 보살핌이 있어야 하지만 또 자연계 어떤 동물들은 부모가 낳아서 알 까는데 까지만 책임지고 그 나머지는 지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되는 그런 동물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자연계에 있는 동물들 가운데서 무력한 기간이 가장 깁니다. 태어났을 때 걷기는커녕 머리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누군가에 도움이 없다면 자세를 가누지 못해서 질식사할 위험까지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의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이 인간의 아이들이 말을 배워서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되고 학습을 하고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최소한 10년은 길러야 이 아이들이 최소한도의 어떤 생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보통 18년, 열여덟 살 될 때까지 길러야 애가 이제 어른이 되는 길목을 넘어가면서 사회생활에 있어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면서 이 사회생활에 섞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로부터 태어났지만 부모가 돌봐주지 않으면 물리적인 생명조차 이어갈 수 없는 기간이 가장 긴, 그래서 부모로부터의 보살핌을 가장 오래 받아야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종류의 생명을 낳아놓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도리를 다 하지 않는 거다라고 얘기하는 거겠죠.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님의 사랑이 나에게 매우 벅차라고 말씀하시는데, 벅차지 마시고 기쁘게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걸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부모님한테 은혜 갚는 게 부모님 보물은 자식과 내가 잘 사는 게 은혜 갚는 거냐? 부모님한테 은혜를 갚을 방법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아요.

뭐 당신은 뭐 어떻게 해서 잘나든 사시패스해서 1등으로 전국수석을 해서 붙든 무슨 과학자가 돼서 줄기세폰지 뿌리세폰지 뭘 만들든 잘 되든 돈은 1조 원을 벌든 뭘 하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을 하는 방법은 없다 라는게 저의 주장이에요.


근데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자기 본인도 부모가 되기 때문에 도저히 갚을 방법이 없는 은혜를 우리 부모가 나에게 주었듯이 나도 내 자식에게 갚을 기회가 있습니다. 일단 내 자식에게 뼈와 살과 피를 내려주고, 그리고 사랑하고 아낌으로써 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해줬던 것을 내 자식한테 갚는 방법은 있죠. 근데 우리 부모님들 원하는 건 그거란 말이에요. 애 낳은 보람을 어디서 완성됐다라고 보냐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사고방식에서는, 우리 애가 결혼을 해서 시집장가를 가서 애를 낳아서 그 애를 보고 있는 장면을 보는 것. 이걸로 모든 것이 다 갚아졌다고 생각을 하죠.


우리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우리 누나하고 저한테 그래요. 니들이 나한테 갚을 은혜나 신세라는 게 전혀 존재를 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나는 너희들이 어렸을 적에 어린 너희들을 기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맛봤고, 너무나 많은 희열감과 기쁨을 누렸고, 너희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너무 행복한 시절을 보냈고, 세상의 모든 아픔이나 고통 이런 것들을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잊었기 때문에 너희들을 기른 보답을 너희들이 자라는 동안에 내가 다~~ 받았다. 그러니 내가 니들한테 도대체 받을 보담이 뭐가 있겠느냐? 그러니 늙어선 니들 신세 끼치지 않으려고 무슨 연금이니 뭐니 이런 것도 생각해 보고, 애들 속 썩이지 말고 우리 양로원 들어가 삽시다. 노일끼리 굳건히 다짐하고 이러면서 패 안 끼치려고 그러는 거지 니들이 나한테 갚을 은혜는 없단다.”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전 뭐라 그랬게요? “구래요~!”

왜냐하면 쫌 전의 제 이론에 의하면 자식은 자식다운 게 가장 큰 효도니까요. 거기서 “어머님 무슨 그런 말씀을 그리 하실 수가 있사옵니까. 어머님 말씀은 감사하오나 소자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피와 살과 뼈를 받고 태어나 지금까지 한량없는 은혜를 받았사온데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소자 가슴에서 불타느니...” 막 이러면서 우는 게 옛날 효잔데, 저는 요즘 효자라 “구래요? 구러시구랴. 두 분이 양로원이나 복지시설 괜찮은데 좀 돈도 조금 목돈도 받고 들어가는데 많다는데 들어가서 잘 사시구랴.” 막 이렇게 얘기해 버리는 거. 전 이게 효도라고 보거든요? 실제로 그러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럴 생각 없어요. 그냥 거동 불편하실 정도 되면 제가 모시고 살고 싶지 뭐 그렇게 해드리긴 싫은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헷갈리고 있어요. 과연 어떤 게 마음이 더 편하시나 이분들이. 내 기준에 효도란 내가 이 늙으신 다음에 이분들 모시고 나 할 도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내 기준으로의 효도요, 이 부모님 기준으로의 효도란 부모님들이 당신들께서 당당하고 어디 기대지 않는 자신들에게 있어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계신 것. 그럼 나는 그 모습을 도와드리는 게 효돈데 이게 이제 매우 헷갈리기 시작한단 말이에요. 그러더니 우리 엄마 우리 누나들 보고 그래요. “너 지금 애들 기르면서 온갖 고생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이러면서 나중에 애들한테 보답받거나 은혜 대갚음받거나 그런 생각하지 마라. 지금 애네들이 자라나는 것을 바라보고 쳐다보고 여기서 너는 지금 애네들을 키우는 모든 보답을 다 받고 있다 이미. 현재형으로. 나중에 받을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 뭐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부모하고 자식들의 관계는 말입니다. 지금 아마 고등학생 내지는 중학생이신 거 같은데, 참 애매모호한 거예요. 제 생각엔 이건 배워가면서 갚는 거 같아요. 내가 열다섯 살 때 생각하던 효도가 다르고 스무 살 때 생각하던 우리 부모님이 다르고 서른 살 때 생각하는 삶이라는 게 다르고 마흔 살 때 생각하는 기쁨, 행복, 죽음의 개념이 다 달라요. 그러면 우리가 자라면서 생각이 바뀌게 돼있다면 바뀌는 생각대로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죠.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 간접적이라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효자네요.


보통 우리 집은 냉정하거든요. 왜냐면 우리 엄마가 제가 고3 구박하는 게 울 엄마한테 구박받았기 때문이잖아요. 저 완전히 우리 엄마한테 얼마나 구박받았냐면 저도 고3 때 짜증이라는 게 있었을 거 아니에요 인간인데. “아 엄마~ 텔레비전 좀 줄여” 하면 “니 놈이 귀 막아!! 너 좋으려고 하는 공부지 엄마 좋으려고 하는 공부야? 니가 알아서 하는 거지 왜 엄마한테 난리야~!” 우씨.. 누구네 집은 애 고3됐다고 온 집안 식구들이 까치발을 해가지고서는 발끝으로 걸어 다닌다는데! 우띠. 이게 뭐냐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제 고등학교 생활은 그랬기 때문에 편했데요. 그리고 뭐 아닌 말로 그냥 터놓고 얘기해서 학교에 부모님들 오셔가지고 선생한테 봉투 전해주고 그러는 거 있잖아요. 울 엄마 1년에 학교 한 번 왔거든요. 봉투 들고. 누구한테 가는지 아세요? 작년 담임한테 ㅋㅋㅋ 그래가지고 1년 동안 우리 애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미리 뭐 선물이나 마음의 이런 걸 간략하게 준비를 해도 미리 드리면 다른 애들에 비해서 우리 애들만 잘 봐달라 차별대우를 해달라는 것처럼 들릴 테니 그럴 순 없어서 입장이 좀 그렇지만 1년 동안 못 나타났다. 작년 담임이시니까 작년 한 해 우리 아이 돌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뭐 상품권 하나 드리고 그랬나 봐요. 그래서 학교에서 괴짜 엄마로 소문나있었잖아요 우리 엄마. 그러니까 나는 혜택을 볼 일이 없는 거예요. ㅋㅋㅋㅋ 근데 나중에 나이 먹고 생각해 보니까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우리 엄마는 나에게 참 많이 보여준 것 같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참 올바르지 않게 사는 것 보면 나 우리 아버지 아들인 거 맞는 거 같은데 ㅋㅋ (중략) 뭐 하여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기 기준에서 효도라고 생각하는 걸 하세요. 전 어렸을 때 어머니 아버지 학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하도록 교육을 받았고 배웠는데 나이 40에 가까워지는 요즘은 ‘엄마! 엄마엄마!’ 문 팍 차고 뛰어 들어가 가지고 엄마아빠 집에 예고도 없이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인사? 그런 게 어딨어 ㅋㅋㅋㅋ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나 먹다 남은 찌그래기 있으면 좀 끓여봐 바바바. 아이구 이놈아 미리 전화하고 오지~ 어 옆에 잠실체육관에 공연이 있어서 중간에 들른 거라고. 빨리 밥 채려 보라고 아 이 엄마가 뭐 하냐고 불고기는 무슨 불고기냐 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딨 냐고 김치찌개나 빨리 끓이라고. 앉아서 그거 먹고 김치찌개 입술에 묻히고 엄마한테 뽀뽀하고 가고 이런 거 있잖아요. 아버지 뭐해요? 방에서 자요? ㅋㅋㅋㅋ 옛날엔 어딜 감히 우리 아버지한테.. ㅋㅋㅋ 아버지가 저쪽 100m 떨어진 데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면서 ‘예 아버님’ 이런 분위기였거든요. 근데 김치찌개 먹으면서 아버지 뭐 해 아버지 자? ㅋㅋㅋ이 말투 봐라 ㅋㅋㅋㅋ 반말짓거리 ㅋㅋㅋ

왜 그랬냐면 손자를 낳으면 손자가 귀여움을 떨 텐데 나이 40이 되도록 우리 아버지한테 손자를 못 보여줬잖아 그러니까 아들이 손자노릇까지 같이 해야 되는 거야 나이 먹은 아들이 ㅋㅋ 뭐 어떡하겠어요. 즐거워하시던데요?


방법은 없다. 룰은 없다. 규칙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모자식 간에 관계나 도리라는데 대해서. 그냥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얘기는 정말 꼭 하고 싶었는데요. 이 세상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이 부모자식 간의 관계 빼놓고는 다 조건적인 사랑입니다. 남녀관계도 그래요. 네가 날 사랑하니 나도 널 사랑하는 거야. 짝사랑이라는 것도 있냐만은 누가 그거 사랑으로 쳐줍니까. 니가 나한테 이렇게 할 때 나는 감동하여 나는 이렇게 하노라. 또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난 너한테 이렇게 하지 않겠다. 전부 그게 뭐 물질절인 조건이든 영악한 조건이든 아니면 감동적인 조건이든 어쨌든 조건은 달리거든요. 근데 우리 엄마아버지가 나한테 해주는 건 조건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잘 못하시는 부모님 보면 좀 답답합니다. 제가 아직 부모가 안 돼서 이런 이야기하는 것이 좀 주제넘은 짓이긴 한데, 애한테 조건 거는 거 있죠.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니가 잘 돼서 엄마 이렇게 이렇게 해줘야지” 근데 그런 얘기 안 해도요 “엄마는 그냥 너 잘되는 것만 보면 기쁘단다 ”라고 얘기해도 애가 감격해서 되려 공부하거든요. 근데 애 붙들고 밤새도록 그런 이야기해서 뭐해요?


@ 2006.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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