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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내 사생활을 파헤치는 엄마

가족

랄랄라가 쓰셨습니다. 

나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나는 내 다이어리에 내 모든 비밀을 써. 엄마한테 거짓말을 한 것도 당연히 그 다이어리에 쓰겠지.

근데 문제는 엄마가 그걸 봤다는 거야. 물론 엄마가 막 뒤져서 본 건 아니고, 그냥 방에 들어왔다가 내가 멍청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은 다이어리를 엄마가 가져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한 거야.

처음에는 내가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으니까 미안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혼나기만 했는데, 그다음부터 일기장을 숨겨놔도 끝까지 찾아내서 읽는 거야. 혹시나 엄마가 읽을까 봐 일기장 숨겨놓은 위치, 어떤 페이지에 뭘 꽂아놨는지, 일기장은 어떤 모양으로 숨겨놨는지 다 기억해 놨는데 처음 기억한 그대로 있어야 되는데 다르다는 거지.

다른 가족들은 일기장 안 읽어보거든. 근데 이제는 일기장도 모자라서 내 가방을 다 뒤져서 쪽지 같은 거 나오면 가져가서 모조리 읽는다? 자다가 일어났는데 엄마가 뭘 막 찾고 있어. 그래서 자는 척하면서 뭐 하나 봤더니 가방을 막 뒤지더니 쪽지를 다 읽어보고, 내 방에 다이어리 숨길 만한 곳을 다 찾아보고 그러더니 나가더라고.

진짜 소름 끼쳤어. 한 번은 엄마한테 하지 말라고. 나도 비밀이 있다고 하니까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왜 이러냐면서 엄마는 너를 알 권리가 있다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냥 하지 말라고 소리만 치고 싸웠지 뭐. 

근데 그다음이 문제야. 이젠 엄마가 내 방 들어가기만 해도 숨겨놓은 거 없어도 괜히 무섭고 나 씻을 동안에 엄마가 방 뒤질까 봐. 화장실에 내가 방 들어가고 진짜 스트레스받아서 죽겠어.

식구들 나 좀 도와줘. 힘들어. 엄마한테 방 뒤지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아직도 계속 다이어리 읽고 쪽지 찾아내고.

그래 혹시 식구들 엄마도 이래? 나 엄마한테도 어떻게 하면 내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이제 다이어리 숨기려고 숨길 장소 찾는 것도 힘들어.      




두 분 다 잘못하셨네요.

일단 그 잘못은 어머님 쪽이 더 큰 잘못을 하셨고 잘못하신 거지만 랄랄라 양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 다이어리 좀 안 쓰면 안 됩니까? 좀 쓰지 마세요.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이제 어떻게 설득을 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냐라는 것은 이제 두 번째 문제이고 지금 어머님도 괴롭거든요. 그 누군가를 의심하는 병에 걸린다라는 그 의심병은 의심당하는 사람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지만 의심을 하는 본인을 가장 먼저 괴롭힙니다.


더군다나 자기가 '얘가 혹시 이러지는 않을까 저러지는 않을까' 하고 의심하는 대상이 자기의 자녀라는 거 분명히 어머님께서는 엄마와 딸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지켜야 되는 인격적인 최소한의 예의를 지금 못 지키고 계신 거고, 인권을 사실 지금 침해하고 계신 거고, 몹시 잘못을 하고 계신 거지만, 그 의심병에 걸려가지고 이러고 있는 엄마도 괴롭다는 거죠. 괴로운 거는 지금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면 굳이 그 다이어리 쓰지 마시고요. 아니면 인터넷에다가 다이어리 쓰고 비밀번호를 좀 잠가놓든가 뭐 그러시고요.

다이어리 가지고 싸움하는 거는 일단 그만두시고 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날 때까지 다이어리 쓰는 건 당분간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글 이야기에 아버님 이야기가 등장을 안 하셔서 아버님 하고는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버님께서 혹시 가정에 지금 안 계신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경우에는 그 아버님을 통해서 중재를 부탁하시고 그리고 어머니한테 얘기할 때 화를 내면서 얘기를 하지 마세요. 둘이서 소리 계속 지르고 하면 똑같은 수준에서 똑같이 싸우고 있는 겁니다.


엄마는 애 방 싹싹 뒤지고 애를 무슨 의심병에 걸려가지고 다이어리야 메모지야 애 가방이야 애 방을 싹싹 수색을 하고 난리가 났고 그걸 보고 딸내미는 엄마한테 짜증 내고 신경질 내면서 막 무서워하고 막 스트레스받고.. 

엄마가 방에 와서 뒤지든 말든 자다가 이렇게 보니까 엄마가 와서 방 뒤지고 있을 때 그거 보면서 '맘껏 뒤져라. 내 방에서 무슨 뭐 담배가 나오겠니 무슨 술이 나오겠니' 이럴 배짱이 있고 좀 무디신 타입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좀..


어쨌든 중요한 거는요.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왜 그러냐면서 엄마는 너를 알 권리가 있다라고 하는 어머님 말씀은 틀렸습니다. 키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줬어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그런 비밀이 있고, 그것이 뭐 어머니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하고 배반하고 뭐 그런 정도이든 아니든 간에 그거를 일일이 싹싹 턴다고 해서 그 행동을 통제하고 감시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고요. 


그렇지만 그거를 차분차분 엄마를 설득하고, '엄마가 그렇게 하는 게 엄마도 괴롭고 나도 괴롭고 이게 지금 둘 다 지옥불에서 불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엄마랑 나랑 지금. 그래 다이어리 내용에 쓴 얘기 중에서 내가 엄마 속인 얘기도 쓰고 그랬는데 내가 그렇게 한 거는 내가 미안하고 내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엄마도 좀 그만 불안해해라. 엄마도 불쌍해 죽겠다' 

그러면서 좀 침착하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 서로 삿대질하고 싸우고 이걸로는 이제 답이 안 나오시는 거죠.


사실은 어머님의 상태는 랄랄라 양이 나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아라고 하셨는데 노이로제에 걸리신 거예요.

그리고 엄마 상태는 지금 이거 정신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되면 가족이지만 같이 못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가족이 뭡니까? 가족이라는 거의 의미가 저 사람이 내 옆에 있음으로 해서 내가 지옥불에 타고 있는 것 같은 괴로움을 나에게 계속 던져준다면 남보다 못한 거죠. 그러니까 엄마도 지금 치료를 받으셔야 되는 상황이 되는 거거든요.

이렇게 되면 그리고 주위에 엄마를 야단쳐주거나 엄마를 만류해 줄 수 있는 어르신분들의 도움이 지금 필요한 상태고요.

인격적으로 인권적으로는 학대에 해당이 됩니다. 지금 어머님의 이런 행위는 그러니까 몹시 안 좋은 행위인 건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가족이니까 설득의 과정을 한번 거쳐보시고 안 되면은 다른 강력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전에 우리 식구들 중에 그런 식구 있었죠. 그 방 문 못 잠그도록 하는 아버지하고의 큰 트러블이 있었던 식구도 있었고 그래서 그 가족하고의 그런 문제들 우리나라에 특히 많이 생기는데 집이라는 게 가정이라는 게 내가 집 밖에 나가서 정말 삐- 같은 일이 있고 삐- 같은 인간들을 만나서 삐- 같은 꼴을 당해 가지고 열받는 마음에 그래도 방문 딱 열고 들어오면 '어휴 집에 왔다 집에 왔어 집이다 집집 엄마~' 그리고 집에 와가지고 엄마 아버지 보면 아니면 뭐 누나 오빠 형 보면 '있잖아 내가 좀 전에 얼마나 삐- 같은 일이 있었냐면~' 그러면 그러면서 이렇게 떠들고 수다 떨고 그러면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이래서 하늘 아래 유일하게 정말 지붕 밑에 발 뻗고 쉴 수 있는 곳이 우리 집이 무슨 뭐 잘 살아서, 못 살아서, 사생활을 24시간 감시당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모르십니까? 그런 게 가정인데 내가 집에만 들어오면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그 눈초리에 시달리고 그 눈초리의 주인공은 엄마고 내가 이렇게 살아야 되겠냐라는 멘트를 어머니 아버지한테 날려서 효과를 많이 봤다라는 우리 식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어머니 아버지하고의 대화가 단절이 될 때 저는 물론 자녀들 편을 많이 드는 쪽입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불리하지요. 어른은 어른이니까 행동을 잘해야지요. 아이들은 실수하고 실패하고 이럴 수 있지만 어른들은 실수하거나 그러면 안 되죠. 아이들한테 잘해야 되죠. 어른도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는 있지만 그렇습니다마는 그러나 특히 청소년 여러분도 아셔야 될 것이 내 말은 가는 말은 고운가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내가 그 시간 같은 것도 우리 엄마 아버지 기분 괜찮을 시간, 그리고 이성적으로 나랑 대화를 좀 해줄 시간, 그리고 그런 시기.

말하자면 애가 시험 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초조하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내일이 시험 날인데 우리 엄마 초조해 죽는데 우리 엄마를 붙들고 대화를 시도해 보고 이랬다가 이제 날아오는 건 밥주걱밖에 없다는 거죠.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으랬다고 그래서 괜찮은 시기 괜찮은 시간대에 침착하게 '아버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얘기드리는 거는 아버지가 기분 좀 나쁘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절대로 그런 의도가 아니고..' 뭐 이러면서 좋게 얘기해 본 적 있느냐, 그러면 우리 친구들이 대부분 '내가 왜 그래요? 어른들이 잘해야 되는 거지. 나는 내 애잖아요. 나는 나는 아들내미인데 나는 딸내미인데 내가 왜.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분위기를 마련해야 되는 거는 엄마나 아버지 쪽에서 하는 일이고 나는 짜증 탱탱탱 내는 게 당연하고 왜냐하면 나는 애니까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분위기를 마련하고 이것은 자녀들 쪽에서 먼저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분위기를 마련하고 이것은 자녀들 쪽에서 먼저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얼마든지. 

그리고 그렇게 먼저 행동을 하고 그렇게 했을 때 엄마 아빠가 '아뿔싸 이거 부끄럽구나. 우리 애가 언제 이렇게 컸을꼬'라고 당황하고 서운해하고 미안해하면서 얘기를 들어주는 경우가 참 많다는 거.


물론 그렇게 해도 씨알도 안 먹히면서 몽댕이로 타작만 당하는 경우도 무지하게 많지만, 그러나 주위를 이렇게 우리가 볼 때 조심조심해서 우리 부모님 인격 고려하면서 편안하게 자존심 안 상하게 이렇게 얘기를 풀어나가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부모한테만 일방적으로 부모가 그렇게 행동해 주고, 그런 멋진 엄마 아빠가 돼줄 것을 요구를 합니다. 그렇게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 2008.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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