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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여자인 나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할머니

가족

눈깔사탕님이 보냈어요.
우리 할머니. 우리 집은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어. 물론 엄마 아빠 생물도 같이 살아. 
근데 옛날 양반들 다 생각이 그런가? 남아선호사상. 아무튼 그런 사상이 굉장히 깊숙이 박혀 있는 듯해.
우리 할머니가 특히 그런데 나 오빠가 있거든. 옛날부터 우리 할머니는 언제나 오빠 편이었다.
오빠랑 싸울 때도 그랬고, 먹을 거 사 올 때도 그랬고, 우리 오빠 생물 이름이 동균인데 이거 동균이 먹으라고 사 온 거라는 둥 막 그런 식으로 말을 해. 그런 말 듣고 막 먹을 맛 안 나잖어. 더러워서 안 먹어.
나 못 먹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옷 한 벌을 사 오더라도 내 건 쏙 빼놓고 오빠 거랑 사촌 동생 것만 사 오고 기분 나쁘대도. 어릴 때부터 계속 그랬다니까. 그냥 오빠랑 손자를 좋아하나 보다 하고 그냥 넘기다가 생각해 보니까 정말 열받는 거야.

나는 할머니 서운하게 해 드린 적 없거든. 정말 나름대로 말도 잘 듣고 기념일도 나름대로 잘 챙겨드리고 우리 오빠는 그런 거 절대 없는데 우리 오빠 군대 가기 전에 밤새 컴퓨터 할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내가 고스 들으려고 3시까지 컴퓨터 하는 거는 1시간에 한 번 들어와서 자라는 둥. 기집애가 말을 안 듣는 둥. 어젠 고스 들으러 12시 30분쯤에 2층으로 올라오는데 현관문이 잠겨 있는 거야. 서러워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도 옛날부터 서운했나 봐. 아빠한테 얘기하면서 막 우는 거야. 그러더니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문 열라고 혼자 사는 거 아닌데 왜 문 걸어 잠그냐고 막 뭐라 그러더라. 그리고 올라왔더니 할머니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고 요즘 들어 막 더 싫어하는 것 같아.

어렸을 때부터 그래왔으니까, 원래 그랬으니까 그냥 넘길 수도 있는 건데 나만 참으면 조용할 텐데 갈수록 더 하니까 싫어하는 티를 너무 내니까 이젠 정말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아무리 잘해도 못하는 오빠랑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짜리 손주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 내가 뭘 더 해봐야 하는 걸까? 할머니랑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더 해야 되나? 오늘은 얼굴 보기 싫어서 밥도 따로 먹고 될 수 있으면 말도 안 하려고 생각 중이야. 나 싫다는 사람 난 좋아해 줄 자신 없는데 지금까지 말 한마디 안 하고 버틴 거 보면 나도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마왕 어떻게 해야 되지? 할머니랑 쌩까버려? 어떡하지?      




가셔야죠. 가야 되면 뭐 일단 저희는 그렇게 착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저쪽에서 우리 쪽 뺨을 한 대 때리면 2배나 3배 정도로 대응을 할지언정 사랑과 평화와 화해로 우리가 이렇게 가지는 않지 않습니까?ㅋㅋ 아시면서 그런 말씀하고 계세요.


자, 눈깔사탕양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할머니를 그냥 쌩깔 땐 까시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요. 불쌍하게 생각하세요. 

더군다나 할아버지가 이러신다면 또 모르겠는데 같은 여자인 할머니가 이런다라는 이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예전에 그 남아 선호 사상이니 뭐니 나발이니 우리나라가 농사 위주였을 때 그 농경사회라는 것은 그 토지와 농사 도구와 그 모든 것을 아버지에서 아들대로 넘어가는 이런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효도도 그런 개념에서 이렇게 생겨나게 되는 거고 그러니까 중국에서 그렇게 강조하잖아요.

그리고 나중에 제사받을 사람이 아들이다라는 이유로 이렇게 아들 아들 아들 아들 아들.. 아마 나이가 들면서 더 하신 것은 이제 사실 날 얼마 안 남으신 할머니께서 나중에 내 제사 받들어 줄 동균이 생각하면 당연히 그렇게 또 손이 가실 수도 있을 거야.

할머니 하고 기분 좋게 화해하는 것도 이 얘기 중에 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이게 이제 눈깔양이 할머니가 됐을 때 혹은 눈깔양이 엄마가 됐을 때도 이따위 일이 이제 계속해서 벌어지면 안 되겠죠.


그런데 이 어릴 때 남자하고 여자를 계속 그렇게 차별을 해버리잖아요. 그러면 여성이 가지게 되는 심리적인 어떤 증후군 가운데서 남근 갈망증이라고 불리우는 심리적 현상이 있어요. 그러니까 남근이라는 게 남성의 성기를 뜻하잖아요. 그런데 아기 때 이렇게 차별 대우를 받으면 분하잖아요. 분한데 이렇게 생각해 보니까 오빠는 꼬추가 달렸고 나는 달리지 않았다라는 차이밖에는 자기는 아무것도 못 느끼겠거든요. 그러니까 '나도 저런 게 달렸다면 이런 식의 대우는 받지 않을 텐데'라는, 그러니까 남성의 성기는 볼록하고 여성의 성기는 오목한 대로 나름대로 하나씩의 존재를 가지고 있는 걸로 어린아이가 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는 뭔가가 있고 나에게는 뭐가 없다'라고 생각을 해버리게 되는 거예요.


이게 참 슬픈 거죠.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 가면서 계속 이게 물고 늘어져지냐면, 바로 그 뭔가의 남근이라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그 자리에서 아들이 솟아 나오는 순간, 그렇다면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온 자신은 '아 이 아들내미 얘가 나 같은 여성들을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대하거나 그릇된 생각으로 막대하거나 이러지 않도록 내가 가리켜서 다른 여자들은 또 고생하지 않도록 내 아들만은 그렇게 만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을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참 욕먹을 그런 행동들을 옛날에 많이 한 것이, 다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나오는 순간 이제는 여성 편에서 싸워서 자기가 죽기 전날까지 절대로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이런 여성들의 편을 들어주기보다는 아들을 낳음으로 해서 이제 대리 남성이 되는 거야. 자기는. 


남자 입장에 서버리면 그 순간부터 비록 내가 남자는 아니지만 아들을 낳았으니까 나의 분신인 얘가 있으니까 난 남자야. 그래서 이제는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 아들이 여자친구하고 데이트를 한다고 그럴 때도 딱 정확하게 남자 기준으로 따지지요.

그래서 왜 사귀고 있는데 그 엄마들 뛰어나가 가지고 '우리 아들이 얼마나 귀한 아들인데 니가 막' 이러는 사람 보면은 완전히 아들 입장에 남자 입장에서 얘기를 하잖아요. '에휴 나도 여잔데 니 마음 안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잖아요.

그렇게 살아서 그렇게 길은 그런 분들이 기른 그런 여성이 기른 아들들이 또 여자들한테 못된 짓하고 나쁜 짓 하고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 여자가 가벼운 줄 알고 이러는 것들이 끊임없이 반복이 되어 왔습니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그리고 자신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남이면 몰라 또 손녀도 자기 새끼고 손주도 자기 새낀데 자기 핏줄인 아이들마저도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차별해 버리는 이러한 경우가 빨리빨리 끝나도록 눈깔양이 신경을 쓰시려면 할머니 하고 쌩 까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호주제가 왜 어떤 식으로 해악이 되었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 민감하게 관심을 가지고, 그런 거 국회에서 꾸물거릴 때 데모하는 사람들한테 껴서 같이 한번 돌 한 잔 더 던져주시고,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겠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하고 움직이고, 이러다 보면 눈깔양은 할머니한테 설움 당하셨지만 눈깔양 딸은 누구한테도 서러움을 당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할머니는요, 살살 어떻게 잘해보세요. ㅋ 모르겠다..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 얘기.


@2003.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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