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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가치관이 맞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

인간관계*성격

안녕 마왕. 나는 중3 되는 중딩이야. 나 성격이 되게 이상해.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까불기도 하고 말 되게 많은데 처음 보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앞에선 말 한마디도 안 하거든. 낯선 환경에 적응도 잘 못해. 작년엔 학교 개학하고 여름방학 때까지 나 혼자 놀았어.

시간이 지나고 좀 나아졌는데 아직도 좀 불편해. 난 사람들한테 내 속내를 잘 밝히지 않거든. 그리고 먼저 말 거는 것도 무지 힘들어.

또 상대편에서 말을 걸면 그냥 단답형으로 하니 대화가 전혀 안돼. (뫙: 근데 인간은 거의 대부분 이렇거든요. 오히려 첨 보는 사람들한테 가서 막 먼저 걸고 친해지고 속내 잘 털어놓고, 엄청 까불고 말 잘하고 이런 사람들 숫자가 더 적지요.)

나도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난 사람을 가려. (안 가리면 큰일 나죠.)

몇 번 대화를 해보고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 이 사람은 안 좋은 사람. 이렇게 난 사람을 가린다니까. 한마디로 난 나랑 관심사가 비슷한 짝짝꿍이 잘 맞는 사람을 원해. 그리고 싫은 사람 앞에선 좋은 척도 못하고 너무 틀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게.

그렇게 사람을 가리면서 생활도 하다 보니까 심심할 때 같이 영화나 보자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 (없는 건 아니네요? 그럼 심심할 때 영화나 보자 할 수 있는 사람이 70명 정도 돼야 되겠어요? 일단 영화 편수가 그렇게 나오질 않아요.)

근데 내가 좋아하고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내 말에 안 좋은 반응이나 내 말을 무시하면 난 정말 소심해서 엄청 쫄아. 내가 쟤한테 화나게 말한 건가? 이제 쟤가 날 안 좋게 생각하면 어쩌지? 뭐 이렇게 생각이 나고 혼자 걱정하고 다른 애들처럼 이쁜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공부도 보통이고 우리 오빠가 맨날 나보고 왕따래요 이 찌질아 하고 놀리는데 마왕 나 정말 찌질한거야? 




지극히 정.상. 되시겠습니다.


정상이고요, 중3, 더더군다나 사춘기 때 사람들과의 원만한 의사소통 경로라든가 찾는 속도가 빠르지가 않고 사람들 간에서 약간의 낯설음이나 낯가림이 있고 이런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하겠고요.


오히려, 자신과 관심사가 잘 맞는 사람들을 원한다면, 그렇다면 교회 나가서 헤비메탈동호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물론 교회도 헤비메탈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죠? 머리 기르고 교회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락커 헤비메탈을 하면서 집사하고 권사하고 교회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 가서 헤비메탈 동호회를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죠.


자기가 관심사랑 자기가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싶다라면 써클활동이라든가 취미생활 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있는 모여있는 장소나 이런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낫지, 주위에 평범하게 학교라는 학생이라는 자리는 취미나 취향이나 성격에 맞게 짜여진 유니트가 아니잖아요. 그냥 모아논 거라고요. 그 안에서 자기 취미랑 딱 맞는 사람을 하나 발견을 한다라는 것은 흙더미 속에서 보석 하나 찾아낸 것처럼 무척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반가운 경우이기도 하고.


저도 얼마 전에 저랑 책 보는 취미, 영화 보는 취미, 음악 하는 취미 이 모든 것이 너무나, 혹시 어렸을 때 잃어버린 동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짝짝꿍이 잘 맞는 그런 친구를 하나 얻어서 제가 그냥 의동생을 삼아버렸는데. 전에 한번 제가 소개해드린 책 있죠? 로저 젤라즈니의 엠버연대기. 우리나라에는 5편까지 번역이 돼잖아요. 6편부터는 번역이 안돼서 안 나오니까 그 동생이 며칠 전 저한테 와서 인터넷에 너무 화가 나서 이걸 자기들끼리 번역한 사람들이 있다, 요 사이트에 들어가면 거기서 6권 볼 수 있고, 그리고 우리나라에 P.F.M 공연이 있댄다 형 얘기 들었냐, 환장하는 거죠. 음악 취향에서부터 책 보는 취향에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통하니까.


그런 사람을 만난다라는 것은 전 지금까지 38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처음 만났어요. 묘하다니까요.

그래도 그전까지 제 친구들은 모든 건 저와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왜 친구냐? 취미라고 별로 비슷한 걸로 치면 학교 때 수업 안 들어가고 학교 앞 만화가게에서 나랑 같이 라면을 먹던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기 있기 때문에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취미를 같이 가지고 있진 않지만 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야 그때 그 언어선생 무식한 선생 생각나냐? 어~ 그 무식했던 그 선생!'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친구입니다.


제 베스트프랜드 중에 하나는 저와는 정 반대되는 성격의 얌전하고 정말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런 친구지만, 고등학교 때 우리가 나누었던 어쭙잖은 철학얘기나 종교얘기라든지 인생에 대한 모든 고민들, 수 없이 많은 얘기들을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그 골목가에서 우리는 늘 얘기를 하곤 했었습니다. 우리 둘끼리는 민망하지 않게 쑥스럽지 않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또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 이야기를 찾아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요령들을 깨쳐나가게 되실 거예요. 이제 알게 되실 때가 될 거고.


그전까지는 모든 취미가 똑같습니다. 중3이면 말입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이게 유행이면 이게 유행인 거고 저게 유행이면 저게 유행인 거고 나도 우루루 따라가고 그렇지만, 중3이면 이제 자기 세계가 생기고 나만의 공간이 내 머리 안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남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나의 비밀도 생겨나게 되고. 이 너무나 당연한 절차라고 하겠죠.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와 같은 그러한 고민이자 대인관계에 대한 어려움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허탈하고 무의미한 웃음이기는 하지만 나랑 평생 갈 것 같은 베스트프랜드는 아닌 것 같지만 같이 그냥 놀이친구로 놀면서 하하하 웃으면서 원만하게 생활을 해 나가기도 하고. 그런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 그저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는 것처럼 느낌이 들어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내는 모르겠다, 이러면서 달리면서 평생 친구를 딱 하나나 둘을 얻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인생일까요?


그건 몰라요.


...


심지어 부부사이에도 그렇습니다. 같이 공유하는 부분이 있고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


자 요령을 찾아가실 겁니다. 그리고 알게 되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거나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남을 얻기 위해서 남에게 맞춰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고민하지 마세요.

남도 나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고 나도 남에게 맞추려고 하지 않지만 딱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그런 친구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봉 안된 영화 중에서 임모텔이라고 있는데 말입니다. 내가 그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아가지고 주위에 열 사람한테 권했는데 전부다 '이게 뭐냐고~' '이게 도대체 뭐냐는~!'.. 그냥 별로던데? 이게 아니고 '이게 뭐~~~냐는' 그런 반응이 왔습니다. 그런데 아까 내가 얘기했던 의동생 있지 않습니까. 걔 하나만, '너~~무 좋았다며', 그게 영화가 이상하거든요. 뉴욕 상공에 피라미드가 떠 있는데 그 안에 이집트 신 3명이 들어가 있어요. 근데 벌써 그 취향이 딱 맞는 친구는 어~ 거기 아누비스 하고 호루스 하고 둘이 앉아서 얘기할 때 정말 죽이 잘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나이트 갈 때 그 친구랑 가진 않아요 ㅋㅋㅋㅋ 왜냐면 전투력이 달라,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ㅋㅋㅋ


모든 걸 다 쉐어할 수 있는 친구는 없어요. 심지어 부부사이도 그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장 나쁜 건,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하는 일입니다.


@200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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