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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직장 생활,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으로 우울할 때

생활*사회

이상과 현실. 나 요즘 너무 헷갈려. 이상과 현실에서 합의점을 도저히 못 찾겠어. 
내가 그동안 너무 자만했었나 봐. 힘들어도 힘든 티 내면 성숙하지 못하고 어른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그걸 꽁꽁 숨기려고만 했으니 결국 그게 터지고야 만 거야.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렇게 함으로써 털어내는 것도 필요한 일일 텐데 말이야.
그래서 마왕에게 털어내는 작업 중이야. 나는 20대 후반의 직딩이야.

올해 들어서 나도 이제 내 나름대로의 가치관이 형성되어서 직장에서 해보고 싶은데 말이야. 아니 이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해. 근데 이놈의 직장 사회가 계속해서 날 밀어내네.
그만두라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너무나 모순 투성이에, 뭔가 얘기를 하면 그걸 받아들여줄 어떤 제도나 오픈 마인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하고 힘드네. 내가 노력하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돌아온 건 차가운 무기력, 외면과 불만만 가득한 그런 사람이란 인식이야.
혼자 사는 직업이라면 괜찮겠지만 나랑 관련이 있는 사람들하고 같이 가야만 하는 직업이라 상대적으로 느낀 박탈감이 너무 큰 것 같아. 덕분에 거대함을 상대로 혼자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뼈저리게 알게 됐지만서도 한 인간으로서 완전히 현실에 굴복하면서 행동할 수가 없어.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면 난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아무리 합의점을 찾으려고 해도 해답이 안 나와.
마왕 도와줘. 이런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에서 참 민망하기도 해. 따가운 시선이 꽂히는 걸 알면서 이렇게 글 올리는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줘.




일단 굉장히 절박한 심정에서 글을 올린다라고 얘기를 해놓고 글 내용은 별게 없네요.

물론 엄청나게 고민이 되며 힘들며 그리고 이 만만하지 않은 뭔가의 분위기를 잔뜩 써놓기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써놓은 얘기가 하나도 없어 이 글을 보면 느껴지는 건 뭐냐 하면 직장 생활은 다 그런 겁니다라는 거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요.


뭐 직장 사회가 그런 것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자체가 모순 투성이에 뭔가 그걸 하려고 하면 받아들여줄 어떤 제도나 오픈 마인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우리 사회 전체가 그렇고 노력하고 조언 구하고 그런 다음에 돌아오는 거는 차가운 무기력과 외면과, 저 인간은 불만만 많은 것 같아라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 자체가 그렇고 우리 인생 자체가 그렇고 이 여러 사람이랑 같이 가야 되는 것 자체가, 우리 인생이 그런 거고 거대함을 혼자 상대로 혼자 싸운다는 게 얼마나 외로운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우리 인생살이가 그렇고 우리 사는 것 자체가 그런데 그럼 어떡하라고요. 한마디로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내용이 논리적으로 사실이 어떤 지식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고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고 그런데 감정은 정말 손에 잡히듯이 알겠어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는데도 이 기분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 뭐 어디서 부닥치고 있는 건지 어디가 꿀꿀한 건지 어떤 기분이라는 건지는 정말 알겠어. 근데 무슨 일인지는 전혀 모르겠어.ㅋㅋ


근데 이 기분! 무슨 말하고 싶어 하는지 이 기분만은 알겠는데, 직장 생활을 한다는 거 어떻게 보면은 또 어른이 되어서 어른의 삶을 살아간다는 거 자체가 계속해서 이렇게 가는 거고, 이런 거는 사실 끝까지 거의 해결이 안 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또 이런 문제는 모습을 바꾸면서 사기꾼이 똑같은 놈이 이름 바꿔가면서 계속 암약하듯이..(사기꾼, 암약? 이런 얘기하니까 괜히 굉장히 친근감 든다. 우리 얘기잖아.ㅋㅋ) 


근데 뭐 그렇게 되듯이 또 직장에서 자기가 뭔가를 주도할 수 있고, 자기가 이제 손에 힘을 얻고 그럴 나이가 되면 그때는 또 이게 또 문제가 살짝 바뀌어서 요즘 이 후배들한테 밀리는 듯한 기분과 왠지 모르게 이 등 떠밀리는 기분에서 뭐 이러면서 또 문제가 바뀔 뿐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기는 그런 고민이라는 게 얼굴하고 이름을 바꿔가면서 이렇게 저렇게 막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다가오잖아요.


근데 사실은 그 해결을 어떻게 봄으로 해서 이런 게 해소가 된다 하는 것보다는 그저 뭐 이런 상황에서 죽지 않고 내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가 살아있다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또 운전 포기 속도에 가까운 이게 일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아주 확 정말 긁어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는 그 시간이라는 게 기분이야 뭐 다 그렇지만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99.99퍼센트의 사람이 이런 기분을 가지고 살아요. 그리고 굴하지 않고 혼자 싸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냥 포기하고 실려가는 것보다 마음에 든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싸우고 있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 싶은데 용기를 내보세요.


그리고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잘 풀림으로 해서 해결을 본다라기보다는 정말 이런 때야말로 자기 삶의 균형이 정말 중요합니다.

권투 선수들에게 있어서 밸런스의 이야기를 하거든요. 권투에서 정말 중요한 건 밸런스라고요. 근데 그 밸런스가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맞고 있는 그 가운데서도 밸런스를 지키고 있으면 반격을 하거나 충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는 것이고, 자기가 때리고 있는 중에도 밸런스를 지키지 못한다면 결정타를 놓치거나 역습을 당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는 거거든요.


근데 이 균형. 우리 삶에 있어서의 밸런스, 우리 정신에서의 균형이라는 것은

좋은 친구와, 그리고 화목한 가정과, 그리고 참 설탕 찍어 먹는 이 고구마 깡처럼 항상 입안을 달콤달콤하게 해주는 이 24시간 중에서 잠깐잠깐씩 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미와, 그리고 세상 모든 것들이 나 욕해도 '니 눈동자만은 날 안다고 얘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귀여운 개나 고양이나 참새나 도마뱀이나 애완동물이나 뭐 이런 것들. 우리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들, 직장에서 이 모순 투성이의 이 사회와 이 직장 안에서의 참 그 숨 막힐 것 같은 이 인간관계가 이 내 삶에서의 투쟁과 이런 것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벼워 보이는 나의 고양이와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과.. 

사실 이런 자잘한 몇 가지가 우리 삶의 균형을 주거든요.


그리고 그런 균형을 지킬 수 있다면 지치지 않고 나는 장기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을 얻는 사람이 되잖아요. 지금 당장 뭘 하려고 노력하고 지지 않는 것, 굴복하지 않는 것도 훌륭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장기전의 싸움에 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어른이 되는 정말 중요한 길목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봐요.

또 우리는 장기전이 특히 약합니다. 우리 한국 사람이 장기전에 약하면서도 또 장기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그런 풍토가 있어요. 인생살이 뭐가 길다고 젊었을 때 빨리빨리 쇼부 봐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길게 보려고 하지 않고, 그리고 길게 보는 것이 맞다고 분명히 인정을 하면서도 눈앞에 당장 닥친 어떤 문제나 이런 거에 대해서, 아니 여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 않냐 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글쎄 확률상으로 봤을 때는 장기전의 개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주위에서 거의 성공하거든요. 근데 왜 그 촛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전부 단기전의 생각과, 단기전의 이야기와, 단기전에서의 짜증과, 단기전에서의 피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단 말이에요.


장기전을 준비하시고, 그리고 타협하고 원만하게 스무스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러나 나는 반격하겠다'는 마음을 끝까지 숨기는 것. 그것도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나서 자기가 처음에 무엇을 자기에게 약속했던가를 까먹는 경우가 훨씬 더 많잖아요.


재미있게 지내시고, 자기 자신에게 자꾸 즐거움을 주시고, 자기 자신을 힘없이 서 있는 나를 이렇게 꼭 안아주라는 얘기지.



@ 200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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