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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2. 2024

가짜일지도 모르는 걸인에게
적선을 해야 할까

생활*사회

마왕 난 예전부터 진짜 고민되는 게 있어. 지하철에서 동냥하는 사람들 있잖아. 왜 장님이나 정신 지체아 같은. 근데 말이야. 그런 사람들이 거의 다 가짜라고들 하잖아. 심지어 불우이웃 돕기 돈을 모금하고 다니는 대학생들까지. 한 번은 어떤 장님이 지하철을 타더니 서울 지하철 국철부터 8호선까지 여러 명의 장님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 사람 중에 진짜 장님은 딱 한 명 본인밖에 없습니다라고 그러더라고. 아니 그러면 이런 현실에서 우린 그들에게 돈을 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들이 혹시나 가짜가 아닐까 해서 모두 돈을 안 주면 그 방법 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 없는 진짜들은 어떡해. 그렇다고 주려니 이 사람이 만약 멀쩡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땀 흘려 일해서 돈 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 돈이 너무 아깝잖아. 예전에 TV에서 봤는데 명동 길거리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했는데 모금에 동참한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는 거야. 길거리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이었을 테니 확률로 따지면 엄청난 차이지. 뭐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외국 사람들은 그런 경우에 동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더라고. 의심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돈을 준다던데, 나는 그게 쉽지가 않아. 봉사 동호회 활동은 열심히 하려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껌 같은 거 팔면서 다니시는 거 보면 절대 그냥 못 넘어가거든. 그런데 지하철에서 그런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을 하다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러고 나면 마음이 안 좋아. 나 자신에게 실망도 하고. 뫙은 지하철 안 탄 지 오래됐으니 이런 경우 없겠지. 그래도 마왕의 생각을 말해줘.  




일단 자선행위를 한다는 것, 적선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한테 그런 의미가 무엇인가. 그리고 한 인간이 다른 사람한테 구걸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보면, 제 경우에는 비교적 답이 쉽게 나온다고 보는데요. 우리 엄마가 어릴 때 저 교육 이상하게 시킨 거 아시죠? 어릴 때 저보고 걸인이나 구걸하는 사람들한테 돈을 줄 때는 남하는 베풀 주신 기회를 주신 분이니 감사하다고 그 사람한테 고맙다고 생각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옛다’라고 해서 돈을 던져주고 막 이딴 식으로 하면 니가 하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라고. 그랬더니 얘가 가서 동전을 걸인 할아버지한테 쥐어주고 오면서 ‘감사합니다’ 인사 꾸벅하고 오더래요. 우리 엄마 생각보다 조금 더 오버해 버린 거지 얘가.ㅎㅎ


자선을 베푼다. 적선을 한다는 것에서 피해야 할 것이, ‘허허허 내가 이런 일 했는데’라는 교만에 빠지는 것. 그래서 오랜 세월 그런 일을 해 오거나 이런 분들은 더욱 티를 안 내는지도 모르죠. 저는 그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건네준 돈이 과연 이 사람이 진짜고 가짜라서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적선을 하고 나면, 그 시간 이후로 그 돈이 어떻게 쓰여졌을까에 대해선 잊어먹는 게 더 좋다고 봅니다. 그 걸인이 그렇게 해서 받다간 돈을 가지고 우리는 정말 그 사람의 생계유지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굶주린 가족이나 이런 고사리 같은 친구들이 그 돈으로 한 술 밥이라도 더 먹었기를 바라죠. 그러나 그 돈을 받아간 사람이 그 돈을 모아서 노름으로 날렸든지 뭘 어떻게 했든 알 수도 없고. 사실 알 바도 아니에요. 그리고 적선이라는 것이 지 좋으려고 하는 거다 생각하고 베푸는 것이 오히려 더 마음 편한 거고. 


또 하나는 어떤 사람이 서울에 있는 지하철 8호선까지 해서 가짜 맹인 행세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구걸을 해서 돈을 받았다 칩시다. 그 얘기들이 그렇게 화나세요? 가짜 걸인한테 자기가 속아서 돈을 주었다는 게 그렇게 분할까. 진짜 맹인보다도 더 슬픈 불우이웃 아닙니까? 남한테 사기까지 쳐야 되는. 물론 뭐 맹인 분들이라고 해서 구걸을 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그분들이 다 가짜라고들 하는 이유가 맹인 분들이 다 직업 배우고 직업전선에서 활동하시는데. 요즘 세상에서 시각장애인인 척하고 거기서 구걸을 하면서 사기까지 쳐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그 사람은 충분히 불우이웃이 아닐까요? 인간이 사실 자신의 존엄성이나 자존심, 이런 것들을 버리려고 들면 세상 살아가는 요령은 좀 쉬워집니다. 보니까 중국의 한 걸인 가운데서는 룸쌀롱 가고 아들은 외국으로 유학 보낸 거지가 있더군요. ㅎㅎ 새색시도 맞았다 하고 사람들이 와~ 그러는데, 그게 와~ 할 노릇인가요?ㅎ 다른 사람한테 구걸을 해서 구걸을 해서 받은 돈으로 설사 호위호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그런 일이 또 벌어진다 그래도 보통 건강한 우리 삶의 가치관에 있어서는 그 사람을 와 좋겠다고 부러워하거나, 정말 행복하겠다 내지는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얘기하지는 않잖아요. 그분들도 불우이웃이지만, 제가 볼 때 또 불우이웃은 누구냐면 바로 그러한 구걸행위를 그런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저건 가짜야, 쟤들 돈 많이 번데, 아니야 쟤들이 무슨 불우이웃이야’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번쩍이는 분들. 


살면서 그런 사기 구걸을 하거나 이런 분들한테 한 번도 속지 않아서 좋겠다고 얘기할까요? 나중에 죽은 다음에 만약 기독교 신자라서 천국에 문 앞에서 베드로를 만날지, 불교 신자라서 부처님 곁에 가게 될지, 뭐 무슨 종교 신자라서 삶의 이후에 머가 있을지는 다들 다르겠습니다만은, 죽은 다음에 ‘니 살았을 적 얘기 한번 해 보거라’ 그러면 ‘예 저는요, 살아있을 때요, 되게 똑똑했어요. 그래서요 길 보면 가짜 장애인인 척하고 구걸하는 이상한 사람들 많았거든요. 전 한 번도 안 속았잖아요. 딱 봐서 분위기 이상하다 싶으면 전 돈 한 푼도 안 줬어요.’ 자랑일까요? 그 경제적인 효용가치, 내가 적선한 돈 그게 최대치로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는 갑니다만은 내가 적선을 한 그 돈도 내 돈을 결국 이 사람에게 준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내가 분명히 규명하고 알 권리가 있다고 보는 태도. 두뇌가 있는 태도인지는 모르겠는데 덕이 있는 태도는 아닌 거 같다.ㅎㅎ라는 게 제 생각이고. 


그리고 요만큼씩의 손해. 우리가 사기 구걸하는 분들한테 만 원 줍니까 십만 원 줍니까 백만 원 줍니까. 요 정도의 혹시 모를 사기에 대해서는 사기당해주고 요 정도의 손해일지 모르는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 볼 수 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그분들한테 돈을 드리고 가면서 내가 얻는 건 뭡니까. 안도감 아니에요. 사실. 우리가 얻는 거잖아요. 그분들이 돈을 얻는 것 같지만은 돈을 주는 우리가 ‘나는 어쨌든 내 인생 저런 어려운 처지까지는 안 돼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을 얻고 가기도 하고. 


그러니 뭐 그분들이 실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런 흉내를 내면서 행위를 한다면, 화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분들은 장애인 분들밖에 없다고 봅니다. 사실 많은 장애인 분들이 그런 구걸행위보다는 자기 직업전선에 자기 직업전선에서 떳떳이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가짜들이 돌아다니니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장애인들이 그런 행위를 통해서 연명하고 있다고 비춰지니까,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이 되죠. 화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분들은 그분들인 것 같고. 돈 주고 가는 사람들이야 이거 뭐 속이겠다면 속아 주지요 뭐. 그리고 이런 적선행위에서조차도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나 않을까라는 불안감. 속는 것 지는 것 무조건 싫은 투쟁심리. 그리고 이 속았다는 기분 들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여유 없는 삶. 이게 더 슬퍼요.



 @ 200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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