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탄쟁이 Apr 02. 2024

신혼부부 사이에 침묵이 올 때
대처법

연애*사랑*결혼

지난 9월에 결혼을 했어. 와이프하고는 나이차이가 6년 정도 나고 연애도 한 4~5년 정도? 물론 내가 따라다녔지. 결혼생활은 좋아. 물론 신혼이니 좋을 수밖에 없고. 우리는 둘 다 같은 분야에 일을 하고 서로 매일 늦게 오거든. 근데 종종 일요일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문득 고요한 적막이 찾아올 때가 있어. 우리 둘 다 취미가 다 정적인 것들이야. 책을 읽거나 컴퓨터, 그런 같이 있어도 서로 하늘만 보게 되니 그렇겠지만, 그럼 난 되게 어색한 느낌이 들어. 예전에 연애할 땐 매일 밖에서 만나고 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그거와는 또 다르게 같이 있을 때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지만, 딱히 답이 없는 것 같아. 모든 부부의 공통인 스포츠는 제외하고 말이야.

내가 궁금한 건 마왕은 결혼하고 나서 부인과 같이 있을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 뭔가 부부간에 활동을 하는 게 따로 있나? 둘이 같이하기에 좋은 것이 있다면 추천 좀 해줘. 참고로 애는 몇 년 있다가 가지기로 했어. 같이 있기에 좋은 것 좀 알려줘. 




그거는 느끼시겠죠? 결혼을 한다라는 것은 생활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고, 생활을 나눈다라는 건 연애하고는 완전히 딴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니까 처녀 총각의 여러분들도 ‘에이~ 결혼 뒤에 얘기’ 이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미리 들어두면 좋아요. 그리고 나이가 어리면 해당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 엄마 아빠 경우에다가 한번 대비를 해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좋구요.


그니까 연애는, 자기가 할 짓 다 하고 자기가 필요한 거 다 충족하고 그다음에 고의적으로 시간이 날 때 이 사람에게서 가장 좋은 면, 그리고 보고 싶을 때라는 마음이 동할 때 감정이 동할 때 그것을 딱 들이밀어서, 저쪽도 감정이 동하고 좋은 면을 들이밀고 사이즈를 보면서 둘이 같이 마주 보게 돼요. 그런 거하고, 결혼을 한다, 생활을 같이 한다라는 건, 저기 앉아가지고 똥 싸는 것까지 다 안다는 얘기예요. 매우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

연애도 집에서 ‘엄마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와서 여자친구 남자친구 만나고 ‘자기야 따랑해 ’하고 집에 들어오고 그런 게 아니라, 결혼 전에 외박 때려가지고 꼬박 24시간을 같이 있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사실..


근데 이제 남녀 사이에 끝은 뭐냐 하면, 바로 고요한 적막이 찾아올 때입니다. 둘이 할 얘기도 연애 때 다 얘기해서 알아요 어느 정도. 가족관계도 다 압니다. 새삼스럽게 삼촌 뭐 하세요 물어볼 일도 없습니다. 그것도 첨에 1~2년이지,.. 100일 지나면 호들갑 떨죠? 100일 되면 커플링 떨고 100일 되면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1000일 정도 되면 진짜 연애 오래 한 것 같죠? 그래도 그 노래도 나오죠? 1000일 존나 길게 이야기하죠? 1000일 해 봐야, 3년이에요. 결혼해서 살다 보면 그 1000일이 몇 번이 돌아갔겠어요. 


그러면 남녀 사이에 중간에 적막이 찾아옵니다. 그 적막을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 적막이 어색하다고, 함께 할 것이 무엇이 있냐를 찾아보고 있다고 저한테 뭔가 경험담을 부탁을 하셨지만, 그것은 두 번째라는 겁니다. 뭔가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그건 두 번째고 첫 번째는, 남녀 사이에 찾아오는 적막을 소중히 여기고 귀히 여기고 두 사람이 그것을 즐겨라. 

왜냐? 얘 낳으면 좃 돼~~ 끝이야~~ 적막? 적막이 그리울 거다. 그럴 일이 없을걸? 얘 새끼 잠들면 둘이 헐떡거리며 손 붙잡고 ‘잠들었다’ 이러면서 적막이 그리울 거라고 적막이. 그래서 연애할 때는요, 얘기하다가 둘이 갑자기 대화가 뚝 끊기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가지고 어떤 대화라도 끄집어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부부사이에는, 둘이 얘기가 뚝 끊기고 평안하게 적막이 오면, 그렇잖아요. 상대방이 나에게 재미있게 하라고 요구하지 않지 않습니까. 

... 이거를 ‘Comfortable Silence’라고 얘기합니다. 적막이지만,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아니라, 편안한 정적. 그리고 두 사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둘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가지고 침묵 속에 잠겨 있으면 이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한 겁니까? 이 두 사람은 굉장히 소중한 것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같이 있다’라는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말이에요. 밥에다가 조미료 왕창 뿌려가지고 볶으면 쌀 맛을 못 느끼듯이, 둘이 함께 있다는 것의 중요함을 뭔가 즐거운 일이 넘치고 있을 때 둘이 잘 못 느낍니다. 

그런데 둘이 슴슴~하게 드러눕어가 비디오 일로 돌맀다 절로 돌맀다 뒤적뒤적 하다가 옆에 보면 마, 있고, 니 거 있나? 하면 내 요 있고, 니 글나? 하면 내 글코, 뭐 밥 뭇나 생각해 보면 좀 전에 뭇고, 디비지가 드러누버 있으면 참, 남녀가 함께한다 하는 그 감동이 참 물밀듯이 파고드는 거대한 물결이 있는기라. 아시겠습니까? 즐기세요. 


아기를 낳고, 또 점점 더 빈번한 생활을 하게 되면 신혼 초의 침묵과 정적이라는 것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애기가 나오고 난 다음의 번잡한 집안도 물론 즐겁지만, 단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의미를 만들어 갈 때, 애기가 생기면 우리가 가족이구나 하는 느낌은 절절히 오거든요. 그전에, 우린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잖아요. 이혼하면 남남이야. 그렇지만 법적으로 묶이고 결혼하면 무촌입니다. 촌수가 없어. 우리가 남이가? 남이 아니야. 동일인물이야 거의 법적으로. 부부라는 것은. 거의. 즐기라고요. 그다음에 그런 정적을 즐기면서 편안히 할 수 있으면 둘이 이제 뭐를 해볼까? 이러면 뭐든지 재밌습니다. 


그거는 매일매일 새롭고, 우리가 세상에 나와가 우유 처묵고 모유 처묵고 이유식 먹고 밥 먹었습니다. 그죠? 밥 먹기 시작한 이후로, 어제도 밥을 먹고 그제도 밥을 먹었다 해서, 그런다고 해서 밥이 질리지 않습니다. 같이 슴슴~하게 있다가 ‘야야 우리 라면 끓여물래?’ 이런 게 질리는 게 아닙니다. 

... 두 사람이 뭐 박사고 하면 두 사람이 앉아가지고 부부간에 그래서 천체가 회전할 때 머 이런 얘기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단 말입니다. 오늘은 된장 끓여 먹을까? 내일을 청국장일까 머 이런 얘기인 거예요. 그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잖아. 일상으로의 초대라고. 그 심심한 것을 함께 하는 것을 먼저 배워야, 그다음에 부부 사이에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있습니다. 오케이?



@ 2008.02.01


매거진의 이전글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