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미래
안녕 마왕. 안녕 식구들.
나는 대략 중2 때부터 철학 책을 읽기 시작했어. 그냥 어느 날 문득 '소피의 세계'였을거야, 아무튼 그 책을 읽었는데 진짜 재미있는 거야. 뭔가 모르던 걸 알게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철학책만 골라 읽었어.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는 시기가 되었지. 부모님은 내가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셔. 사실은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기두 하고. 근데 철학적 공부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철학공부를 하고 싶다 그랬지.
근데 엄마가 무슨 소리냐면서, 뭘 먹고 철학공부를 하냐고 뭐라 그러시는 거야.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어. 내가 교사가 되길 엄마가 너무 원하시니까. 나는 나름 절충적인 방안으로 사범대 윤리교육학과에 진학하고자 했지. 근데 있지, 주변 어른들이 다 쓸데없이 왜 철학공부하냐고 그러는 거야. 엄마도 아직까지 반대인 것 같아.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는데 약간 눈치 주는 정도? 그냥 엄마한테 철학공부 접겠다 그랬지. 그러니 엄마는 다행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근데 내가 짜증 나는 점은 엄마가 아줌마들한테 우리 딸이 철학 쪽으로 가는 거 접었다고 그러니까 아줌마들이 다 '다행이다, 잘 생각했다'라고 한결같이 그러는 거야.
아니 내 인생 내가 살겠다는데 왜 어른들이 참견하고 그러냐고. 어떻게 생각해? 난 말이지,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가 하면서 살고 싶어. 철학이 그렇게 쓸데없는 학문이야?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말이지. 식구들 의견 좀 듣고 싶어. 도와줘.
이게 이제 대표적인 어른 아이의 오류인데요. 그 아이들은 편견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고... 아, 이게 나에게 중요하구나..... 말하자면 살면서 철학이 좋았다고 말하시지만 뿐만 아니라 음악이 찡하게 나에게 와닿을 때 만화를 보고 감동받았을 때 땀을 흘리면서 땀이라는 게 너무 좋구나라고 느꼈을 때 내 삶에 뭔가 다가와서 나를 탕 때린다는 것은 뭐가 거기에 중요한 게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편견에 가려져 있어서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좀 더 노골적으로 얘기해볼게요. 예를 들어 한 반에 열 명정도 있다고 쳐봐요. 그러면 열 명 중에 애들을 몇 명 정도면 공부 잘한다고 하는 걸까요? 음... 저는 열 명이면 한 명정도라고 봐요. 열 명중에 이등은 아니라고 보고, 열 명중에 일등 정도? 삼십 명 중에 한 삼등.. 한 십 분의 일, 십 퍼센트 정도만 들어갔으면 공부 잘했다고 치는 거잖아요. 아닌가? 그럴 것 같아요.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어떤 문장을 얻을 수 있죠? 우리 부모님 중 90%는 공부를 못한 분이라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자식들한테 공부해 공부해 이러는 사람들은 90% 정도 되고, 공부는 뭐 너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10% 정도밖에 안돼요. 그런데 그 90%가 누구냐고 하면, 제가 너무 단정 지으면서 말하는 것 같고 못되게 말하는 것 같겠지만 무슨 말씀인지는 알아들으실거예요. 학교 때 공부 못한 사람들이란 거죠. 그니까 공부를 잘해본 적도 없고, 공부를 잘하는 요령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게 공부고, 진로를 이렇게 이렇게 해서 가야 된다는 것들을 모르신다는 거죠. 그렇니까 주워들은 게.... 지금 제가 우리 부모님 욕하는 것 같아서 되게 민망한데 노골적으로 까고 애기해보자구. 우리 부모님들 중에 90%는 학교다니 때 공부를 못했다. 그리고 의대나 법대나 뭐 이런 데를 나오면 잘 먹고 잘 살수 있다더라는 정보만 어디서 주워들으신 거지. 실제로 의사나 법관이 될만한 점수를 따본 적도 없고 그런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그런 수준에 접근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아들 딸들한테는 그 얘기를 하려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뭐가 있느냐. "공부해"
그다음에 애들한테 합리적으로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를 설명 못해주니까 자기가 느껴서 아 이래서 공부를 해야겠구나 공부란 즐거운 거구나 이런 걸 얘기해 줘야 되는데 이런 얘기를 못하니까 애한테 하는 소리가 뭐냐면 "너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굶어 죽는다"라고. 겁주는 것 말고는 할 얘기가 없는 거야. 그니까 얼마나 무지하면 철학에 대해서 이렇게 아줌마들이 얘기를 하시냐고요 진짜 깝깝한 거지. 근데 무지한 것을 무지한 거라고 얘기를 하지 못하면, 그런 세상을 뭐 하려고 살겠어요. 무지한 거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얘기해야지. 뭐가 무지하냐면, 철학과를 진학한다는 게 뭐 모든 학문의 기초 이런 애기는 빼더라도 교직 진출률이 높은 과에요. 철학과가. 엄마 선생님 되기 원한다며? 철학과에도 교직 이수과정이 있고요, 철학과 출신들이 언론방송계통 교직계통 등 철학과들이 잘 가는 과들이 있어요. 근데 철학과 나오면 굶어 죽는다라고 말하시는 분 들하고 3분만 더 붙잡고 얘기하다 보면 아니 뭐 미아리에서 돗자리 깔고 점 보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면서부터.... 이거 심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근본이 없는 나라가 돼서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가 지금. 근본 없이 정신없이 표류하는 나라가 되니까.
철학을 비웃는다는 건 가족으로 치면 조상을 비웃는 거거든요. 내 부모, 내 할아버지 내 조상 없이 내가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어요? 근데 철학과 나와서 뭐 먹고사냐 뭐, 이랬던 사람들... 저기 저도 철학과 진학만 했고 졸업은 못했는데 저 철학과 갈 때 주위에 비웃던 사람들, 말린 사람들 되게 많았거든요? 거기 나와서 뭐 먹고 살 거냐고. 그분들이 어쩌면 맞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왜냐면 지금 제가 철학을 전공해서 철학으로 밥 벌어먹고사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철학과를 갔기 때문에 내가 음악을 하고 있던 뭘 하던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죠. 근데 그것 보다 더 확실한 게 있어요. 내 주위에서 철학과 나와서 '너 뭐해먹고살래'라고 말했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사람 한 사람도 없어. 악담같이 들리죠? 근데 좆도 모르면서, 인생 좆도 모르면서 잘난척하면서 "야 철학과 나와서 뭐 먹고살래?"
이 지금 한국사회가 아무리 지금 표류하고 있는 사회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일반적인 지식소양이나 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사회정세에 대한 판별 등이 기준치 이상이 되는 사람이면 철학을 그렇게 비웃지를 않아요. 그리고 그 과를 가면은 이쪽으로 저쪽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들이 굉장히 많은 과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리한 게있는 거거든요 분명히.
자격증 자격증하면서 먹고 사는거? 하이고 나는 의대 나와서 의사시험 떨어지는 놈도 봤네. 의대 나왔는데 의사자격증 떨어지면 뭐해먹고살아. 그러면 거꾸로 얘기해서 법대 나와서 사시패스하는 못한 사람들은 뭐 하고 산데. 법대 나와서 사시패스 안 한 사람들은 다 굶어 죽었겠네? 아니, 법대 나와서 사시패스 안 한 거나 철학과 졸업한 거나. 뭐, 뭐, 뭐 무슨 차인데요.
그러니까 말이죠. 그 아주머니들은 그냥 찜질방에서 고스톱이나 치시라고 그러세요. 남의 자녀에, 그것도 중요한 인생이 걸린 문제에 관여를 하거나 충고를 할 수 있는 그런 식견들은 안되시는 것 같고. 그러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찜질방에서 고스톱이나 하고 있으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텐데 남에 집 귀한 딸내미 진학상담은 왜 해준답니까?
최소한 애기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분들이죠. 저한테도 철학 말리는 분들 중에서도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은 있었어요. "야, 진짜 멋있는 학문이다, 한번 해볼 만한 학문이고. 근데 그게 이제 실질적으로 사회진출을 할 때 자격증 있고 안전한과에 비해서는 잘못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 수도 있는 건데, 네가 만약 마음이 독하게 딱 정해져 있으면 그 과를 나오면 모든지 할 수 있는 거겠지. 근데 네가 그럴 준비가 됐냐? 독하게 마음먹었을 거 아니면 훨씬 더 안전한 과로 골라라. 쉬운 길이 아니다 그게." 이렇게 얘기하신 제 친척분이 한 분계셨어요. 지금도 굉장히 정확한 어드바이스였다고 생각하는 게 그분이 말씀하시듯이 제가 그렇게 독한 놈이 아니었고 결국 그 과를 졸업하거나 그 과에서 대성하지 못했어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취직 못하는 과도 아니고 열등한 과도 아니고 그리고 교사가 되기에도 굉장히 적합한 과입니다. 그리고 이 학과를 졸업하고 뭐가 되냐고요? 각 대학의 과 직업란 밑에 보면 철학과 옆에 보면 교사라고 쓰여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하고 잘 생각해 보시고 주변에 좋은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 친구들은 도움이 안 될 것 같네요. 아주머니들한테는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 전해주시고요. 저기, 찜질방에서 고스톱 치시면 누가 욕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계속 고스톱도 하시고..... 점 100 이상은 치지 마시라고 점 100 이상은 잡혀 들어가니까. 점 10 해서 스윙휘두르면서 짝짝 패 맞추라고.... 그래가지고 청단도 하고 홍단도 하고 초단도 하고 아주 스윙 짝짝 화투짝 맞추면서 철학도 비웃고, 윤리도 비웃고, 사고도 관념도,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도 비웃으시면서 그렇게 살아가시면서 나중에 90세에서 100세 정도 되셨을 때 저기 강남의 아파트에서 혼자 아파서 누워있으면서 키우는 자식들은 쳐다도 보지 않고 몸은 아파죽겠고 몸은 혼자서 되게 괴로워서 그렇게 계시면 천장이 내려와서 위로도 하고 문짝이 와서 안아주고 그러면서 마루짝이 이렇게 슥 일어나서 '너는 올바른 길을 살아왔어. My Way~'이렇게 노래도 불러 줄 테니까 그렇게 계속 살라고 전해주십시오.
@ 200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