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i의 월드컵

by 붓꽃

2022년 월드컵은 내가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축구 경기를 위해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게 했다.


내가 처음 축구를 접하게 된 것은 학교 체육 실습시간이었다.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좋아했었고, 그때는 넘쳐나는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었던 시기라 나는 체육 시간에 배우는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2년에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붉은 악마와 승리의 즐거움에 취해, 응원하는 군중 속에서 하나가 되는 분기였기에 축구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던 시기였다.


나는 축구를 배우며 함께 공을 차고, 쫓는 그 시간 그리고 공이 골인됐을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느끼는 희열이 좋았다. 무엇보다 운동장을 뛰는 동안 온전히 공과 경기에 집중함 후, 얻게 되는 마음의 편안함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땀을 빼고, 숨을 가쁘게 쉬고 나면, 머릿속 복잡하던 생각들이 봄날의 눈처럼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가 말끔히 녹아버려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유와 에너지를 갖게 해 주었다. 또 밤늦은 시간까지 운동장을 뛴 후에는 친구들과 음료를 사서 함께 나누어 먹는 추억까지 만들 수 있었다.


잊고 지내던 그때의 시간과 느낌이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2002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2022년 월드컵을 보면서 2026년을 기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20년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삶의 미션을 떠맡으며, 낯선 감정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실이 때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불안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인생역전의 희망을 꿈꿀 수도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나”를 그나마 웃게 하는 것이 희망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만, 현실 속에서 그 방향키를 유지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그런데 올해의 월드컵은 내가 20년 전에는 요행이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 가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물론 체력도, 사회적 책임도 20년의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을 거스른다고 해서 최고가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고, 나아가는 그 순간이 즐겁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는 거란 생각을 해 본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이제는 성취만큼이나 과정을 가치를 보게 해 주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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