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uli의 밤

by 붓꽃

평소와 다름없는 밤이었다. 가족들은 자고 있었고, 나는 방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체스를 두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드라마 한 편이 다 끝나고, 나는 잠들기 전에 물 한 잔 마셔야겠다는 생각으로 방에서 부엌으로 가려 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머리맡에 내려놓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닫혀 있던 방 손잡이를 돌렸다. 자각 없이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방문이 열리는 순간, 뭔가가 이상했다. 그저 방에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가면 되는 일이었다. 간단했다. 침대에서 이곳까지 오던 것처럼 물 흘러가듯 하면 되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내 발은 문지방 너머를 향해 떨어지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발을 떼 거실로 옮기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발에서 시작된 경직은 허리를 타고 올라와 뒷목까지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움직이는 것은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심장뿐이었다.


순간 그림자 혹은 그 그림자의 그림자 속에 어떤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 들어왔다. 아니면 그림자 자체가 어떠한 존재인 것은 아닐까. 그 존재는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내게 달려들어 내 머리나 목덜미를 물어뜯어 버릴지도 모르고, 또는 내 얼굴에 달라붙어 키득대며 나를 질식시켜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 존재는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우글대는 녀석들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와 나를 야금야금 뜯어먹고 내 몸의 모든 구멍에 슬금슬금 들어갈지도 모른다. 아니다. 아마도 그 존재는 이미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머리통을 들고 와 우리 집 냉장고나 변기 안에 던져놓고는 내가 빨리 그것을 발견하기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그런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두 눈으로 어둠 속을 빠르게 헤집었다. 그림자 속에 눈 감고 있던 그것이 슬며시 눈을 떴을 때 내 눈과 마주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차라리 그 존재를 눈으로 쫓지 않는 것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눈은 쉬지 않았고, 나는 존재를 찾아내려는 것이 목표인지 존재가 없다는 것을 찾아내려는 것이 목표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것은 굉장한 용기와 의지를 필요로 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움직이지 않던 몸이 눈을 감고 가쁜 호흡에 집중하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자박거리는 내 발소리와 스윽스윽 벽을 스치는 손바닥 소리를 들으며, 차가운 바닥과 건조한 벽지의 감촉을 느끼며 거실을 따라 걷다가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거실이 밝아진 것이 느껴져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을 다 떴을 때, 난 창문 밖의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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