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가을처럼 나의 인생도 짙어지고 있다. 그 색이 무엇인지는 나조차도 잘 모르겠 지만...
이제 남들이 말하는 중년,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학창시절의 나는 이 나 이쯤 되면 세상살이를 충분히 알고, 내 인생을 아주 잘 살아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밤도 나는 여전히 밀려오는 수 많은 생각과 실체 없는 불안들로, 잠을 설친다.
짙은 밤하늘의 색깔처럼 고요한 밤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가 당연하다 고 누렸던 많은 것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래서 주어진 내 모든 것에 감사 해야 함을 다시금 배운다.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 인생이 쉽지 않다는 말... 어른들이 명제처럼 외치 던 그런 말들이 나의 일상에 들어올 때마다 나의 밤은 그렇게 조금씩 시끄러워지기 시작 했던 것 같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냈던 시간이 내게는 독이 되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고, 나 는 참는게 아니라 그 시간들을 잘 소화해내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인간의 삶은 경험주의라고 한다. 난 그 시간들을 그저 쓰레기처럼 여기저기 꾸겨 넣었을 뿐, 거기서 얻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렇게 내가 보내온 시간들 이 경험이 아니라 쓰레기가 되어 뒤엉키고, 숨이 찰 때가 되어서야 이렇게 내 안을 들여 다 보기 시작했고, 그 안에 잠들지 않는 아우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평온한 밤을 돌려주기 위한 나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내 뒤엉킨 기억을 다시 처음부터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간, 일부러 외면했던 기억들 까지 다시 꺼내고, 시간이 걸려도 진짜 정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오래 그 시간들 이 구겨져 있어서일까 아니면,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예상치 못한 기억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생각도 마비되어버리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적어도 나는 내 안에 무엇이 뒤엉켜져 있는지 조금은 안다는 거다. 이 것조차 몰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다. 어쩌면 내가 다 알지 못하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대개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며, 체력도 열정도 떨어진다. 나의 경우도 그다지 큰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점점 자기만의 잦아드는 그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그 이유는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잘 정리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문제와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려 했던 나의 자세였던 것 같다.
나는 내 젊음과 함께 보내버린 그 많은 순간들을 지나 보내기만 하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받은 게 상처인지 몰랐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 없이 내일 만을 생각하며 참아내기 급급했다. 그러다 결국 이렇게 모두가 잠든 이 밤, 나는 작은 몇 개의 알약 없이는 잠들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아들·딸 그리고 내 나이에 요구되는 사회적인 책임들. 이와 더불어 그 동안 내 가 정리하지 못한 내 과거의 무게까지. 내게 주어진 기한은 내 인생. 그 기간이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그 전에 이 소란을 정리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내 통제권 안에 넣 고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을까. 많이 가졌든 아니든 누구나 자기 삶의 무게를 짊어진 게 보이는 나이가 된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내 삶의 무게를 어제보다 더 잘 버틸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