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나는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에게 꽃은 자기 멋에 취해 아름다움을 뽐내려 애쓰는 것만 같아 보였다. 누군가에게 선물되는 꽃다발을 보면, 얼마 안되 시들어 버려질 거라는 생각에 내게 꽃은 그저 잠시의 눈요기를 위한,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남기기 위한 그런 대상이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과 함께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집과 직장의 반복적인 동선, 그렇게 좁혀지는 나의 인간관계와 나만의 시간들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자연으로 이끌게 했다. 무언가를 의식해서 말해야 할 필요 없고,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 없고, 흘러가는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와 풀들을 보며 머릿속이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내 감각을 따라 바람에서 소리, 소리에서 온도, 온도에서 풍경으로 이동하다가 문득 나의 시선이 꽃에 닿았다. 그리고 그 때 자우림의 노래의 한 구절이 내 가슴에 사뿐히 하지만 무엇보다 깊게 내려앉았다.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생각해 보면 우린 모두 꽃이었다. 누군가는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장미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찾으려 노력해도 어려운 풀속의 작은 들꽃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모두 꽃이었다. 그래서 장미와 들꽃이 그러하듯,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피고 진다.
내가 꽃이었을 때, 나는 장미를 부러워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내가 장미같이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이 아니라서, 나 또한 꽃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질 수 있는 꽃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나를 항상 뒷전에 두었다.
내가 만발했던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꽃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또한 한 송이의 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라 무지한 것인지, 내가 무지한 것인지.. 왜 항상 그 순간의 가치를 지나고 나서야 알까. 어쩌면 알지 못해서 더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알았다면 더 향기롭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각각의 꽃이 자기만의 색깔, 향기 그리고 모양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모두의 삶은 각자 자기만의 모습으로 피고 진다. 그리고 그 열매 또한 꽃만큼 다양하다. 그 모든 다름이 결코 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 예전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나”라는 꽃에 대해, 나의 향기와 열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낸 향기는 무엇이며, 나는 앞으로 무슨 열매를 얻고 싶은 걸까. 이제라도“나”라는 꽃을 위해, 다른 곳을 향해있던 나의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릴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