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천국-천국의 알바 18기] 2차 미션 첫 번째 과제
‘덴마크 손님에게 선보일 한식 메뉴를 제안하라’는 과제를 보고 두 가지 생각이 한번에 떠올랐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취지를 앞세워 한국의 전통을 강조한 음식을 가져와야 하나? 아니면 세계인의 입맛을 고려해 변화된 모습의 한식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사실 그동안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인들 조차도 즐겨 찾지 않는 메뉴와 요리 방법을 소개한다거나, 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한식도 아니고 양식도 아닌 애매한 요리를 탄생시키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메뉴를 기획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외국 음식을 떠올려봤다. 베트남의 쌀국수, 미국의 햄버거, 일본의 스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두루 좋아하는 나는 어느 나라를 여행해도 음식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전혀 없을 정도로 전세계의 다양한 식문화를 사랑한다. 내가 ‘그 나라의 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한 입만 먹어도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담뿍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입맛을 고려해 한식과 비슷한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일까?
내가 ‘그 나라의 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나라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맛있는’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음식이 유구한 전통을 담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 나라의 현재 식문화를 잘 담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또, 내 입맛에 꼭 맞게 변형되지 않아도 맛이 좋다면 굳이 찾아가서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식 푸드트럭의 메뉴를 보자. 분명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음식이지만 전통을 강조하지도, 억지로 다른 문화권의 음식처럼 바꾸지도 않았다. ‘노량진 컵밥’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바로 지금의 한국 음식을 잘 다듬어 낸 것이다.
Kopan Rice의 홈페이지에서 매장과 메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에 적잖이 놀랐다. 한국과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럽 한복판에 연 한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코판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에, 현재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그대로 선보이고 있다. Rice Bowl 메뉴의 형태나 이름에서 현지인들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한식당을 만들 때에도 필요한 ‘요식업 프로듀싱’의 일환일 뿐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억지스러운 변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Kopan Rice에서 덴마크 손님들에게 선보일 메뉴로 나는 어떤 음식을 제안할 수 있을까.
한식을 먹고 자라 세계의 음식을 맛보고 즐겼던 나, 한국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낸다면, 바로 그 음식이 가장 경쟁력있는 한식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몇가지 메뉴가 떠올랐다.
*아래로 이어지는 사진과 내용은 천국의 알바 18기 2차 과제를 위해 제작된 예시들로, 실제 Kopan Rice의 운영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덴마크 손님들에게 선보일 다섯가지 메뉴를 소개합니다
Noodle menu - TOMATO KAL 80DKK
Knife-cut noodle with tomato, mushrooms, and several vegetables
이 음식은 남미를 여행하던 중 처음 만들게 되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항상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가 요리해 먹었고 주로 만들었던 메뉴는 토마토를 볶아 넣은 파스타였다. 어느 날, 평소처럼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다가 문득 얼큰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토마토를 볶던 팬에 육수를 부어 면와 함께 끓여냈다. 그렇게 만들어낸 ‘토마토 국물 파스타’에는 예상 외로 깊은 풍미가 있었다.
그 얼큰한 국물 맛에 칼국수가 떠올랐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아예 칼국수 면을 만들어 토마토 칼국수를 끓여먹곤 했다.
토마토와 세 종류의 버섯, 갖은 채소들을 함께 끓여내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맛을 즐길 수 있는 토마토 칼국수, 코판 라이스의 덴마크 손님에게 선보일 첫 번째 메뉴다.
재료
밀가루, 가쓰오부시, 다진 마늘, 방울 토마토,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 소금, 후추, 계란, 애호박, 청경채
레시피
1. 밀가루와 물을 4:1 비율로 넣어 반죽한다. 뜨거운 물을 넣어 익반죽하면 면발이 더욱 쫄깃하다. 반죽이 끝나면 랩을 씌워 냉장고에 1시간 숙성한다.
2. 표고버섯, 청경채 뿌리, 가쓰오부시를 넣어 육수를 끓인다.
3. 기름 두른 팬에 다진 마늘, 방울 토마토, 표고버섯, 느타리 버섯, 목이버섯, 애호박을 순서대로 볶는다. 중간중간 소금으로 간한다.
4. 육수가 잘 우러나면 재료를 볶은 팬에 붓고 한 소끔 끓인다.
5. 숙성한 면을 꺼내 칼국수 면으로 썰어낸다.
6. 끓고 있는 육수에 면을 조금씩 넣는다.
7. 면이 반쯤 익었을 때 청경채를 넣는다.
8. 면이 다 익으면 접시에 맛있게 담고 계란 지단으로 장식한다.
YUJA BIBIM NOODLE 80DKK
Mixed noodle with citron flavored sauce and shrimp
비빔 국수만큼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한식이 또 있을까. 얼마 전 팔*비빔면 보다 더 맛있는 소스 비법을 우연히 발견했다. 바로 설탕을 대신해 유자청을 넣는 것. 매콤달콤한 양념 맛에 유자의 상큼한 향까지 더해져 정말 맛이 좋다.
유자청의 건더기까지 넣으면 씹히는 맛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코판 라이스의 사이드 메뉴기도 한 군만두를 더하면 딱 알맞은 세트 메뉴도 만들 수 있다.
재료
소스(단위 스푼): 고추장 3, 진간장 2, 참기름 1/8, 후추 1/8, 식초 1/2, 사이다 1/2, 우스타소스 1/4, 유자청 3
기타: 국수면, 새우, 쑥갓 혹은 다른 채소, 양파
레시피
1.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이 때 유자청은 채로 걸러 유자 건더기를 따로 보관한다.
2. 채썬 양파와 유자 건더기를 깨소금과 함께 무친다.
3. 소금을 풀어 끓인 물에 국수면을 삶고 면이 다 익으면 찬물로 헹군다.
4. 새우는 후추로 양념하여 팬에 굽는다.
5. 면과 소스를 비벼 그릇에 담고, 2에서 무친 것과 새우, 쑥갓을 올려 장식한다.
GAMJA-JEON 45DKK
강원도의 재래시장에서 먹었던 감자전 맛을 잊지 못한다. 별다른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곱게 간 감자에서 물기를 빼 기름에 바삭하게 굽기만 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두 판을 해치울 정도로 맛있었다.
늘 채썬 감자로 감자전을 만들었는데, 강원도 재래시장의 감자전을 맛 본 뒤부터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감자를 곱게 갈아 감자전을 굽는다. 소금간만 살짝 해주고 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덴마크는 감자가 자라기에 적합한 기후를 갖고 있어 아주 많은 양의 감자를 재배하고, 그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당연히 감자를 활용한 요리도 아주 많은데, 그 가운데 한국의 감자전과 비슷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감자 팬케이크라는 이름의 요리가 있지만, 얇은 팬케이크를 만들어 감자샐러드를 싸먹는 형태의 요리다.
덴마크의 맛있는 감자로 한국 강원도의 재래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손맛을 재현한다면 어떨까. 해쉬브라운 같기도, 팬케이크 같기도 한 이 음식을 맥주 한 모금과 함께 맛본다면 다들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재료
감자, 소금, 고추, 양파, 간장, 레몬즙
레시피
1. 감자를 곱게 갈고 얇은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2. 소금을 한 꼬집 넣는다.
3. 기름 두르고 중간불로 달군 팬에 감자를 올려 얇게 편다.
4. 가장자리가 노릇해질 때까지 익힌다.
5. 간장에 레몬즙과 썬 고추, 양파를 넣어 소스를 만든다
6. 완성한 감자전을 접시에 곱게 담는다.
ICE MAESIL 30DKK
Sweet chinese plum Iced tea
매해 여름이 찾아올 때면 부모님은 매실로 발효액을 담그셨다. 커다란 통에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며 매실과 설탕을 재어두고 시간이 잘 섞어주기를 기다리면 진한 빛깔의 매실엑기스가 완성된다.
“물에 섞어 한 잔 마시면 막힌 속이 싹 내려 갈 거야”
엄마는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면 늘 약보다도 먼저 매실엑기스를 권하셨다. 물에 적당히 섞어 한 컵 마시면 나을 거라고. 신기하게도 정말 매실엑기스를 마시고 나면 약을 먹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게 있다니!’하며 행복해했다.
매실 발효액을 얼음과 함께 시원하게 담아낸 아이스 매실을 덴마크 손님에게 선보일 네 번째 메뉴로 제안한다.
레시피
매실엑기스를 1:5 비율로 물에 희석하여 얼음과 함께 낸다. 더 시원한 맛을 내고 싶을 땐 간얼음을 이용해 슬러시처럼 즐긴다.
YUJA SPARKLING 30DKK
Sparkling iced drink with citron flavor
유자청은 따뜻하게 차로 우려내도 맛있지만, 차갑게 만들면 여름에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여기에 물 대신 탄산수를 넣어 상큼한 맛을 더했다.
레시피
유자청 3스푼과 탄산수 150ml를 얼음과 함께 담고 레몬슬라이스로 장식한다.
Kopan의 맛과 멋을 알릴 SNS 홍보 방안을 기획하면서도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뭐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생각해보다 결국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판의 정갈한 담음새처럼 깔끔하면서도 한번 더 눈길이 가는 홍보 방안을 기획했다.
덴마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는 뭘까?
예년에 비해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Facebook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 ‘17년에 2위였던 pinterest는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17년에 0.45%에 불과했던 인스타그램의 수치는 ‘18년에 5배 이상 상승했다.
코판 라이스의 맛과 멋을 알리기 위한 홍보 플랫폼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인스타그램을 택하되, 페이스북에 더 주력하는 것이 좋겠다.
Follow us and get ONE FREE DRINK!
코판 라이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모두 공식 계정이 개설되어 있지만 팔로워 수가 아직은 많지 않은 편이다. 게시글 마다 눌리는 좋아요 수도 보통 40~50을 웃도는 정도로 소소하다.
그래서 우선 팔로워의 수를 늘려 더 많은 접근을 유도하고자 한다. 코판의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 손님이 방문하면 음료 한 잔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여 코판의 소식을 받아볼 팔로워를 늘려 보자. 코판 라이스나 푸드트럭을 방문한 손님들이 이 이벤트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미니 이젤 혹은 배너를 제작해 비치해두고, 이벤트의 내용을 게시한 페이스북 게시물에 광고를 적용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팔로워 수를 늘리는 이벤트와 함께 코판의 다양한 이야기를 꾸준히 업로드하여 팔로워들의 계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그들의 친구에게까지 노출될 수 있도록 한다.
Share your # KOPANTIME
코판을 방문한 손님들의 개인 SNS을 통해 코판을 알려 보자. 코판에서의 식사 및 경험을 찍어 개인 SNS에 정해진 해쉬태그와 함께 올린 손님에게 특별한 선물과 메인디쉬 쿠폰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코판을 스쳐간 손님은 한 명이지만, 그들의 SNS 친구는 작게는 수 백, 많게는 수 천 수 만 명이니 보다 손쉽게 코판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선물은 곱게 포장된 나무젓가락처럼 특별하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하면 되겠다.
페이스북 광고 타겟 설정
앞서 제시한 두 가지 홍보 이벤트는 페이스북의 광고기능과 함께 진행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는 정교하게 타겟 설정이 가능하다. 코판을 알리기 위해 설정해본 타겟은 아래와 같다.
코판 페이지를 좋아요한 사람들의 친구
코판 페이지를 이미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의 친구는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벤트를 했을 때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관심도를 보일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여행을 관심 키워드로 설정한 사람
다른 문화권의 음식과 이벤트에 별다른 경계심 없이 관심을 보일 타겟층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설정한다.
요리/포토그래피를 관심 키워드로 설정한 사람
한국 문화와 음식에는 큰 관심이 없더라도 요리 혹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코판 라이스의 깔끔한 담음새와 레이아웃에 흥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덴마크 손님에게 제안하는 메뉴 레시피와 SNS홍보 방안을 소개하는 긴 여정을 마친다.
조악하게나마 미니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음식 사진을 찍고, 덴마크와 코판 라이스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의 음식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 기획안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 2차 미션의 당락을 떠나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