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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Jul 24. 2024

드러내지 않아도 과시하지 않아도 빛나는 존재

센터 욕심을 버렸다

꽤 오랫동안 나는 주인공으로 살고 싶었다.

아이돌로 치자면 센터 욕심에 사로잡혀 있던 시절, 내가 있는 모든 자리에서 돋보이고 싶었고 빛나고 싶었다. 얼굴, 피부, 몸매, 옷 스타일과 같이 겉으로 보이는 영역부터 모임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주목받는 존재로 사람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호감을 사기 위해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도 노력하며 살아왔다.  



'저는 말이에요, 당신이 필요한 것을 세심하게 챙기는 배려심도 많고요, 다른 사람들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도 착해요. 과하게 선을 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센스와 위트도 겸비하고 있어요. 거기에 출산을 했음에도 퍼지지 않고 외모 관리에도 열심히랍니다. 우리 남편은 또 어떻게요? 저를 정말 많이 아껴주고 가정적이고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참 좋답니다. 당신도 그렇게 느끼죠? 맞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에요.'

운도 인복도 좋은 사람, 애쓰지 않아도 타고나기를 빛나는 그 존재감을 위해, 모든 영역에서 꽤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호수 밑에서는 쉼 없는 갈퀴질로 땀이 차지만 호수 위에서는 고고하고 우아한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그런데 알고 보니 백조는 깃털 사이에 공기층이 있어서 물 밑에서 아등바등 발버둥 치지 않아도 그냥 있을 있다는 거다. 갈퀴질은 단지 균형을 잡거나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을 위해 필요할 뿐. 우아한 백조는 엄청난 애씀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그 존재 자체였다. 백조처럼 보이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치며 애썼던 나도, 그저 나로서 살면 되는 거였다. 삶의 균형을 잡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만의 갈퀴 질과 함께.






센터 자리를 지키기 위한 애씀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마흔이 지나자 정말 신기하게도 스스로를 옭아매고 바꾸고, 성장이 아닌 변장을 위한 공들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나와 내 상황을 포장해야 하고 꾸며야 하는 모임에서 돌아오면 나머지 하루에 사용할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쓴 듯 소진되었다. 환한 미소로 와락 껴안아 줄 아이들을 위해 가용할 에너지가 바닥나 버린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되기 위한, 센터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그만할 때다. 그리고 그만하고 싶었다.

나의 이런 흔들리는 마음과 감정에 대해 먼저 경험한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싶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도서관 진열대에서 우연히 꺼내든 검은색 표지의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글귀를.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강자로 살고자 한다.
그러려면 단 한 가지만 비워내면 된다.
바로 매사 매 순간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강자의 언어>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칠 때마다 상대의 말과 비언어적 표현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내 이야기만 침 튀기며 늘어놓지 않았다. 내 앞에 마주한 상대에 대한 좋은 마음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질문이 보였다. 순수한 호기심은 애정 어린 질문으로 이어지며 선순환을 불렀다.



'저기요, 나부터 좀 봐줘요.'의 기조에서 '당신을 보고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언제 편안함을 느끼는지 궁금해요'로 변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의 모습을 지긋이 봐주는 행위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자세이다. 조급하고 성급하고 고민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을 드러낼수록, 주인공이 되고 싶어 발버둥 칠수록 초라해지고 처량해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나는 초라해 보이고 싶지도 처량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과시하지 않음으로써 빛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읽고 사유를 하며 얻는 가장 가치로운 것은 현상에 대한 통찰력과 사람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는 것이다.




힘 있는 말은 다정하고 조용한 말이다.
by 랄프 왈도 에머슨




물론, 자신을 근사하고, 멋지고,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어느 정도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솔직 담백한 모습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과하게 꾸민 모습이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이기기는 어렵다. 그러니 근사하고 멋지고 돋보이고 싶으면 그 모습을 나의 것으로 만들다. 그럼 자연스러운 모습의 내가 근사하고 멋지고 그 자체로 빛나게 된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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