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사랑이(둘째) 걸어가는데 언니랑 진짜 닮은 거 있지?"
"그래?"
"걸음걸이도 그렇고, 포니테일 한 뒷모습이 점점 엄마 같아. 신기해."
우리 두 딸은 모두 아빠와 외모가 똑 닮았기로 유명하다. 첫째 행복이는 아주 살짝 내 얼굴도 있긴 한데 둘째 사랑이는 그야말로 아빠 판박이, 아빠 복사기로 불릴 만큼 많은 곳이 아주 닮아 있다. 얼마나 똑같이 생겼냐면, 얼마 전 집 근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남자분이 나와 사랑이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후에도 계속 그 미소 띤 얼굴로 쳐다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의 미소에 화답하는 의미로 눈인사를 했는데 살짝 머뭇거리던 그가 이내 말을 걸어왔다.
"혹시 준우(남편 이름, 가명) 형 따님인가요?"
"아... 네!"
"준우 형이랑 너무 닮아서 혹시나 해서 여쭤봤는데... 맞네요."
"어떻게 알아보셨지? 진짜 비슷한가 봐요."
"네. 준우 형이 서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 아, 저는 준우 형이랑 운동 같이 하는 후배예요."
각진 눈썹, 이마 라인, 얼굴형에 비해 넓은 턱 선, 고른 치열, 엄청나게 두꺼운 귓불, 거기에 발가락의 형태와 발톱 모양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빠를 쏙 빼다 박은 둘째의 모습에 지나가던 남편 지인의 시선까지 사로잡은 그녀는 진정한 아빠의 미니미이다.
엄마, 아빠의 외모만큼 부모의 양육 태도와 생활 습관은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아이들이 쓰는 말투, 표정, 자세를 보면 무서우리만큼 부모의 그것들과 닮아있다.
물론, 인성이 정말 좋고,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이며 말투 또한 친절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라도 부모의 좋은 인품과 성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절대적인 영향력만큼 아이의 어떠한 기질적 특성이 역으로 부모에게 크나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찌 됐건, 함께 울고 웃는 일상을 공유하는 초밀접 관계 당사자인 부모와 자식은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이의 감정과 태도는 부모를 닮는다.
아이가 배움을 즐기기 위해서는 부모 역시 일상에서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
<초등 감정 사용법>
나 자신만큼, 아니 훨씬 더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존재인 아이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태도가 있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태도. 아이들이 보고 배워 자신들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서는 보고 배울 평온하고 여유로운 엄마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평. 아. 여.(평온하고 아름답고 여유로운) 엄마가 되기를.
초조하고 조급함을 느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조급해한다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원하는 그때에 맞춰 도달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부터 자기 계발, 취업 및 이직을 포함한 경력 관리 등 분야마다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모두는 이 사실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불시에 들이닥치는 조급함과 초조함이라는 이 마음의 동요를 처리해 나가는 방식은 개인마다 현격히 다르다.
냉동된 스테이크를 미리 해동해 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당장 먹고 싶다. 전자레인지에 해동해서 강불로 활활 익힌다면 조리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자연해동보다는 고기 맛이 떨어질 수 있다.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아이의 모습 중 하나인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도움이 된다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본다. 하지만, 아이마다 그에 맞는 속도가 있기에 고유의 절대적인 시간이 흘러야만 비로소 아이 스스로 깨닫고 본인의 의지로 학습하려는 마음 즉, 내적동기가 생긴다. 친해지고 싶은 그 친구와 당장 절친이 되면 좋겠지만, 공유하는 시간과 경험의 깊이가 어느 정도는 무르익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만사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없다.
책을 쓰고 있는 요즘, 함께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거나 출간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글을 쓰고 쓴 글을 퇴고하고 다시 갈아엎고 또 고치고 엮어 책이라는 실존의 물건으로 나오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과 착오, 기대와 실망, 설렘과 좌절을 넘어야 하는지 체감 중이기에 진심을 다해 축하하고 응원한다. 동시에 '나는 언제?'라는 조급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다 한없이 작아지는 날이면 '매일 글을 쓰면 뭐 하나, 열심히 책을 읽으면 뭐 하나, 책 쓴다고 자료조사하고 인스타 하고 블로그도 하고 하루 24시간을 초단위로 살고 있는데...' 제대로 내놓을 것 하나 없는 기분이 든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한다. 늪으로 더 빠지기 전에 좋아하는 책의 구절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조급한 마음 가득 담은 채 무언가를 향해 달려간다고 도달하는 속도가 결코 빨라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 수많은 고요하고 깜깜한 밤을 지나와야 한다. 그 사이사이에 악마처럼 조급함과 불안감이 급습하겠지만 열망을 지속시키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런 감정을 직면하고 헤아린 후 기분을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도 예외가 없다. 아니, 아마 조급함을 제외시킨다면 육아는 훨씬 더 수월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조급함은 내가 이만큼 애쓰고 노력한 것들이 제대로 성과로 발휘되지 않을 때, 그리고 그럴까 봐 노파심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리고, 조급함은 대물림된다.
조급하고 초조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복사기처럼 그대로 닮아 있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부모인 나도 힘든 이 감정, 이 불쾌한 기분을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가? 절대로 싫다. 반짝이는 우리 행복이, 사랑이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여유롭고 평온한 엄마가 되고 싶다.
* 조급함에 압도당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싶다면
1. 조급함이 불쑥 몰아칠 때면,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구나, 초조한 마음이 일었구나 하고 그냥 그 감정을 마주한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다고 마주하고 인식하는 것은, 스스로 주도권을 되찾는 행위이다. 그러니, 불시에 찾아오는 '조급함'이라는 불청객이 그 존재를 과시하며 나를 압도하기 전에 '지금 나는 조급함을 느끼고 있구나, 초조해 하는구나.' 하고 인지하면 된다.
2. 잘못된 감정은 없다.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니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한 치 앞만을 생각하기
멀리 보지 않는다. 지금, 당장, 오늘 할 일 2~3가지를 완수하고 성취감을 느낀다. 작은 성공들이 쌓여 자신감을 채워준다.
3. 잠시 눈을 감고 깊은 호흡으로 몸의 변화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