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엄청나게 중요한 일정이 생기지 않는 한, 총회에는 꼭 참석할 예정이다. 아직도 내 눈에는 아가 같은 둘째의 입학도 있고, 학부모회 부회장직을 맡게 되어 꼭 참석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이런 사유가 아니었어도 참석은 했을 것 같다. 일단, 첫째와 둘째의 담임 선생님들을 뵙고 싶고,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무지 궁금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5분 거리에 위치한 학교라 거의 매일 마주치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이 날은 조금은 어여쁜 아줌마가 되고 싶어 아주 오랜만에 미용실을 예약했다. 마지막 방문 날짜를 보니 2년 만이다. 예약하고자 하는 시간은 역시나 다른 손님들도 원하는 인기 시간대라 두 번의 취소 끝에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모든 시술이 마무리되는 데까지 3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남편은 진짜 마음에 드는 거 맞지?, OO 마음에 들면 된 거지 내 의견이 뭐가 중요해,라는 반응으로 역시나 나를 실망시켰고 아이돌과 춤에 빠진, 본인의 외모 관리가 가장 중요해진 사춘기 초입의 시크한 첫째는 괜찮네, 사랑 넘치는 둘째는 만화 주인공 같다고 했다가 엄마의 실망하는 눈빛을 캐치한 건지 아니면 위로가 필요해 보였는지 예쁘다고 해줬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내 마음에는 쏙 들었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다.
무려 2년 만에, 것도 3시간 30분이나 걸린 파마였기에 주문하듯 말해본다. 잘 된 거야, 첫날인데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거임. 삼일이 지난 오늘, 남편은 내 머리를 보더니 첫 날 보다 훨씬 낫다며 잘 어울린다고 한다. 휴 다행이다. D-10일 전에 머리 하기 잘했어.
미용실 방문은 총회가 있기에 서두른 점이 있긴 하다. 피부 관리는 꼭 총회 때문은 아니지만 피부도 주기에 따라 컨디션이 매우 달라지기에 이왕이면 D-day에 가장 좋은 컨디션이면 더할 나위 없으니 추가로 관리를 시작해 본다. 내가 가장 원하는 건, 속에서부터 은은한 광이 도는 반짝이는 피부다. 피부과 시술도 생각해 봤지만 시간도 촉박하고 알아보는 것도 일이다 싶던 찰나에 화장대에 고이 잠든 화장품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화장품 사용만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는 편인데, 워낙 극찬하는 후기가 많은 제품인 데다 실제 주변에서도 피부결과 톤에 효과적이라고 한 게 생각나 개봉하였다. 사용 방법을 검색해 보니, 양 대비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후기들로 가득했다. 살짝 기대를 갖게 된다. 사용한 지 딱 일주일째인데 신기하게도 피부결이 진짜 보들보들하다. 결이 좋아지니 광도 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