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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Feb 01. 2024

땀이 나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군요.

운동할 운명

생일 주간 중 가장 기대되는 베프와의 만남,

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기대되고 설레는 생일축하 만남이다.

우아하게 커피잔을 들고 있는 중년의 아줌마 둘은, 도시락의 메인 메뉴인 양념게장을 점심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2교시 쉬는 시간 복도 계단에서 손으로 게를 집어 먹으며 서로의 입가에 묻은 빨간 양념에 키득대던 27년 전 그날처럼, 여전히 깔깔거린다. 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말할 거리가 떠오른다. 대화의 주제는 사비팔산에 동분서주하다. 


우리 두 쪼꼬미들이 언제 이렇게 커서 초등학생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그렇게 먹고 싶다던 파스타 샐러드에는 왜 손도 안대는 거니,

오늘 아침에만 화장실을 두 번이나 가서 날아갈 것 같아,

동네 언니가 너 얘기 듣고 빨간물 마셨는데 진짜 효과 하나도 없었데, 엄청 절망스러워했어,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구나 정말 꼬숩다 꼬수워,

흑임자 뇨키는 따뜻할 때 먹으래, 일단 먹고 이따 얘기하자, 그런데..,

사진 봐봐, 와 보홀... 왜 천국이라는지 알겠다, 바다 색깔 봐... 바다거북이랑 수영 중이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그러면서 또 아아를 주문했어?,

니트 진짜 예쁘다, 어디서 샀어?,

시드니 사진 예술이더라, 그렇게 좋았어? 로맨틱한 저녁까지... 대박!

그 후로도 쭉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운동하자, 로 마무리 되었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하필 오늘 안 빤 블라우스를 입고 와버렸다는 그녀에게 기꺼이 나의 블라우스를 벗어주던, 실물보다 사진이 못 나와 너무나 안타깝다며 내 사진을 몇 십장씩 혼신의 힘을 다해 찍어주는, 이십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가장 먼저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갸륵한 우리의 우정... 첫 남자친구부터 마지막 연애까지, 애정전선의 변화는 물론 서로의 몸의 발달도 공유해 왔다. 게장과 오징어를 좋아하던 그녀와 라면에 빠지기 시작한 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벅지부터 살이 올라왔다. 빈틈이 메워진 통통한 허벅지를 거울로 보며 한참을 낄낄대다 이러다간 큰 일 나겠다 싶어 인생 첫 다이어트도 함께 결심했던 우리. 그 후로 삼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다이어트와 살은 늘 우리의 핫이슈고, 그 대화는 한 번도 지루해진 적이 없다.



친구는 나에게 몇 달 새 피부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더 좋아졌다기보다는 유지가 되고 있는 상태로 보는 게 정확한데, 어찌 됐던 만족스러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9할이 운동 덕분이다. 이미 한 몸이 되어버린 요가와 스트레칭은 물론이요, 정적인 운동만을 해오던 내게 뮤직복싱이라는 신세계가 나타난 것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전통 복싱의 스텝 풋워크와 상체 동작을 하는 운동으로 이제 4개월 차 초보 복서이지만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활력소이다. 일단, 땀이 좀처럼 나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3주 차부터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빠른 템포에 맞춰 복싱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잡생각, 고민거리, 걱정이 땀이 되어 훨훨 날아간다. 어른이 되고는 처음 느껴보는 색다른 개운함이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쯤 한 타임이 끝나는데 그게 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렇게 세 타임 후 스트레칭까지 하면 50분 수업이 마무리되는데 순식간에 흘러간다. 심지어 오늘은 수업이 쉬는 시간 없이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들만큼 짧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드라마틱한 체력향상이나 몸무게 변화는 없다. 그렇지만 여행으로 2주간 뮤직복싱을 쉬었는데 몸이 어찌나 묵직하고 굼뜨게 느껴지던지... 개안이 되니 돌아갈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뮤직복싱 예찬을 하며 돌아오는 길, 명리학을 공부하신 동기님이 카톡을 보내주셨다.

"... 그리고 작가님은 운동 꼭 해야 하는 사주예요!"

소중하고 귀한 시간 내 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사비팔산(四散_사방팔방으로 날리어 이리저리 흩어짐)

동분서주 (西走_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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