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의 정체성,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건
* Part 1_내가 진짜 잘하고 싶은 건
어떻게 매월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9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월간 성장 매거진 덕분에 이번 달도 돌아볼 수 있어 감사하다.
비슷한 일상을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냥 흘려보낸 하루는 단 하루도 없었다.
9월이 조금 특별했던 이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공부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의 즐거움과 다양함을 경험하고 발견하며 배우는 과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며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큰아이의 경우, 6학년이 되었음에도 국·영·수 같은 교과목보다 미술, 도예, 발레, 요리 등 좋아하는 분야를 몇 년째 이어가도록 지원해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다고 하면 최대한 서포트해주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활동 다 하게 해주는 엄마가 어딨어? 그러니 교과목 수업도 잘 따라가야지.”했다. 겉으로는 아이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듯 보였지만, 마음 안쪽에는 여전히 나의 기대와 기준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깊은 속마음은 감추려고 해도 표정으로 눈빛으로 스며 나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특히, 첫째에게 이중 메시지(한 사람이 서로 상반되거나 모순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는 상황)를 전하고 있었다. 말로는 “엄마는 너를 믿어, 잘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도, 눈빛과 자세는 아이가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내 기준으로 판단했다.
눈물이 쏟아졌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진심으로 아이를 믿는다고 말하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이 아팠다. 가슴이 저렸다.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엄마가 정말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게.
* Part 2_아카이브 in 9월
(1) 소소한 즐거움
- 엄마와 데이트: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엄마와 자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마트와 시장에서 장 보고 점심 먹으며 아주아주 소박하지만 편안했던 시간들. 엄마한테만 말할 수 있는 아이들 자랑도 실컷 했다.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며 잘 되기를 매일매일 바라는 유일한 사람, 엄마와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
- 좋은 사람들과의 귀한 시간:
내가 진짜 좋아할 것 같다며 친구가 데리고 간 식당은 딱 내 스타일이었고,
강연은 예상보다 유익했고 기대보다 지루했지만, 더없이 반가운 작가님들과 함께라 즐거웠고,
잘 챙겨주는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에 고마움 한 가득이었으며,
작가님들과의 아주 짧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점심,
비 오는 날 딱이었던 닭 칼국수와 진솔한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미식가 언니들과 함께한 연희동 나들이는 오감이 만족한 시간이었고,
아이들 친구들과 경의선 숲길, 홍제천을 산책하며 뿌듯한 시간도 보냈다.
- 러닝, 러닝, 러닝: 남편, 동네 이웃들, 운동 멤버들과 한 번씩 저녁에 한강을 달린다. 혼자 뛸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운동을 같이 하는 시간이 정말 좋다. 본격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 요즘은 체력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도 모르게 체력이 꽤나 올라간 것 같다.
(2) 연재 중인 브런치 북 《생애 첫 한 달 살기는, 치앙마이에서》 제5화 <집밥의 서막>, 제6화 <과일 러버(Lover)들의 천국>이 브런치 에디터 픽과 다음 메인 화면에 각각 선정되었다.
이런 작은 이벤트들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 계속 이어갈 힘을 준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쓰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이 달의 책
책친구 9월 선정 도서인 《그리스인 조르바》, 성장메이트 선정 도서 《엄마의 멘탈 수업》을 필두로 작가님들과 함께 《욕망하는 기획자와 보이지 않는 고릴라》,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두 권의 책을 완독하고 서평까지 완료하였다.
그리고 내게 딱 필요했던 책, 《천 번을 흔들리며 아이는 어른이 됩니다》도 완독 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와 손원평 작가의 《튜브》, 책친구 10월 선정도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함께 읽고 있다.
9월 목표에 대한 Self-Feedback
(1) 블로그: 포스팅 10개 완료, 서평도 쓰고 영어 자료도 만들었다. 기록과 경험치가 쌓이고 있는 중이다.
(2) 독서: 소설, 심리학, 뇌과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고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이 참 좋다.
(3) 영어 토론 수업 리더: 원하면 이루어진다. 영어 토론과 관련된 수업이나 일을 하고 싶었는데, 초·중급 레벨의 영어 토론 리더를 하루 맡게 되었다. 그날 오후 대표님께 연락을 받았고, 정식으로 초급반 리더를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
(4) 영어 수업: 회화 및 토론 수업을 어떻게 기획하고 진행할지 대해 심사숙고 중이다. 실행하기 버튼이 역시나 9월에도 필요하다.
(5) 엄마라는 나의 제1정체성과 그 역할의 무게, 방향성, 그리고 행복에 대해 깊이 고민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의 사랑과 관심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주기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나와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돌아보아야겠다.
* Part 3_보석의 발견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의식적으로 느끼려 한다.
내가 맡고 있는 수많은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라는 역할이다. 내면과 외면 모두 건강하고 아름다운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도 결국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서다. 아이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커리어적으로 앞서가거나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엄마들을 볼 때면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래서 자꾸만 내가 가지지 않은 것들에 시선이 빼앗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며 중요한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내 안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육아뿐 아니라 다른 삶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활력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찼던 어제가, 회의감과 조급함으로 이어지는 오늘이 되는 반복. 그것이 바로 나의 마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날들을 겪거나 겪고 있다는 걸 떠올리니, 침체되거나 무기력한 순간에도 크게 당황하거나 자책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분’을 잘 다스려야 한다. 하루의 기분은 나의 시간을, 태도를, 습관을, 그리고 결국 삶 전체를 채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