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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그저 오늘을 살았던 한 달

"넌 안 그럴 줄 알았어."

by 아름다움

* Part 1_Happy-go-lucky plan 되는 대로의 계획

목표를 세워야 마음이 편했다.

10월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달이다. 목표나 계획을 세부적으로 세우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들로 채워진 하루가 아닌 원하는 것들로 채운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하는 쪽을 선택했다.


마흔을 훌쩍(?) 넘게 살다 보니 느끼는 게 있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산다 해도 결국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관에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

내 멋대로 한다한들, 그 안에는 내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기준과 습관이 견고하게 남아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완전히 무계획으로 살진 않았다.

그날의 기분이 나의 하루를 좌우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루틴은 이어나갔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 운동, 그리고 ‘다정하게 말하기’.


그리고 10월 한 달을 돌아보니, 계획하지 않는 삶도 충분히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 Part 2_아카이브 in 10월

(1) 소소한 즐거움

- 소중한 인연들 & 새로운 만남: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존재인 동시에 보편적인 감정과 기분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번 10월은 인연과 관계에 있어 많은 걸 느끼고 겪었다. 너무 애쓰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그리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관계에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느끼는 건 또 어느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걸 몇 번 깨닫자,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예민한 게 아니었구나'하는 안도감 내지는 개운함이 들었다.


- 도서축제 참여: 5년간 함께한 독서 동아리 멤버들과 참여한 도서 행사. 개인적으로는 처음 간 거였는데 뜻깊고 즐거웠던 시간이다.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느낌도 좋았다.


- 러닝 메이트들과 달리기: 기분이 어떻든,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달렸다. 혼자였다면 합리화하면서 달리지 않을 날들도 러닝 메이트가 있어 달릴 수 있었다. 요즘 나의 최고의 활력소이다.


- 엄마 칠순 잔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또 사랑하는 울 엄마의 70번째 생신. 울 엄마도 나이를 먹는구나, 벌써 일흔이구나... 지난여름 어깨 수술을 받으시고 재활 중이라 아주 간소하게만 하자는 엄마의 말에.. 정말 간소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한 끼, 생일 축하 노래 부르고 대화를 나누는 이런 시간들이 언젠가는 너무나도 그리울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2) 새로운 분야에 도전: 영어토론과 영어통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통역 일을 하고 싶었는데 시작하게 되어 설렜고 즐겁다.


(3) 10월의 고마운 마음들


(4) 이 달의 책

-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

- 팔리는 글을 처음이라

-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위한 찬사



10월 목표에 대한 Self-Feedback

세부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최소한의 루틴은 이어나갔다.

운동과 식단, 기분 관리에 대한 부분은 만족스러웠고 독서와 글쓰기는 많이 아쉽다.

(1) 블로그: 포스팅 10개 완료, 서평도 쓰고 영어 자료도 업로드했다.

(2) 독서: 소설, 뇌과학,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를 읽었지만 독서 시간을 현저히 줄었고 자기 전 독서를 꾸준히 하지 못했다.

(3) 일 관련: 영어토론 수업을 진행 중이고, 영어통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영어토론은 9월에 했던 원데이 클래스 이후 정식으로 초급반 리더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시간대나 다른 조건은 아쉽지만, 경험을 쌓고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즐겁다.

(4) 영어 교재: 진도가 더디지만 어쨌든 놓지 않고 있다.

(5) 엄마의 역할: 과도하게 솔직한 부모의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는 영상을 보았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내 뜻대로 해석하며 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나니, 조금 더 명확해졌다. 엄마인 나의 감정과 기분이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수시로 상기시키며 아이들을 대해야겠다. 나는 어른이고 엄마니까.






* Part 3_"지혜 씨는 안 그럴 줄 알았어."

속상한 일이 있어 감정이 너무 복잡하다며 나를 찾아온 지인이 있었다. 상처받고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던 그 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혜 씨는 멘탈이 정말 단단해 보여. 그래서 나처럼 이런 감정은 잘 안 느낄 것 같아.”


추석이 지나고 만난 모임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나도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마음이 조금 상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한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지혜 씨는 그런 거 안 느낄 줄 알았어. 항상 당당하고 뭔가 쿨하게 넘길 것 같아서.."


아니다. 나도 느낀다. 것도 꽤 자주.

그리고 이제는 안다. 겉으로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 늘 침착하고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무리 잘 나가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돈이 많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우리는 모두 죄책감, 후회, 창피함, 수치심, 분노, 상처, 우울, 슬픔 같은 감정을 느낀다.


다만 차이는, 그런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죄가 없다. 그러니 그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충분히 인지하고 보듬어주되,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것, 이런 과정이 바로 단단함을 만들어주는 힘이 아닐까.


멘탈이 강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다잡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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